희망자만 가면 양극화 심화…재정 부담, 병력 질 저하 우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3.13 00:20

업데이트 2021.03.1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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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호 10면

‘뜨거운 감자’ 모병제 - 찬반 지상 토론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인구절벽 현상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적정 병력을 유지해야 하는 군에게 이 문제는 보다 직접적이고 심각하다. 20세 남성인구 추계에 따르면 당장 2025년부터 5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203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청년 모두가 군에 와도 병력을 채우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이래서 반대
병력난 독일, 징병제 환원 검토
대만도 지원병 충원율 81% 불과
모병 자체 힘들어 장밋빛 환상

저출산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모병제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 군 정예화, 병영문화 혁신 등 모병제 장점에 관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현실은 무시한 채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모병제 전환에는 안보 상황, 인구 규모, 재정 능력, 국민적 정서, 군 복무 여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상황은 모병제에 호의적이지 않다. 대상자 모두가 입대해도 병력 규모를 채울 수 없는데 지원만으로 군 병력을 충원하는 모병제 주장은 위험하다. 모병제 주장의 핵심은 합당한 처우를 통해 입대자를 모집하고 모집된 현역을 장기로 복무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입영대상 규모를 줄일 수 있어 병역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인데, 현실에선 장밋빛 환상일 가능성이 높다. 요즘 시대에 모병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병제 논의 어떻게 돼 왔나

모병제 논의 어떻게 돼 왔나

우리보다 모병 여건이 좋은 해외에서도 모병은 갈수록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1963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모병제를 도입한 영국은 2019년부터 외국인에게까지 지원 대상을 넓히는 등 모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은 통일 이후 20년이 지난 2011년에야 모병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심각한 병력 부족을 겪고 있어 현재 징병제로의 환원을 검토하고 있다. 지원 부족으로 세 차례 연기 끝에 2018년에야 모병제를 시행한 대만은 지원병 충원율이 8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대만인의 66.6%는 다시 징병제로 돌아가야 한다는데 찬성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자위대 충원율은 77%다. 낮은 충원율보다도 자위대 구성원의 질적 수준 하락이 더 큰 문제라는 인식도 크다. 우리의 모병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2017년의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모병제를 하게 된다면 20세 남성인구를 기준으로 ‘열 명 중 한 명(9.9%)이 입대’하여 ‘12년 이상의 장기복무’를 해야 겨우 30만 명의 병력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수치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군에 지원하는 비율의 두 배, 유럽 선진국의 서너 배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병력 규모를 현재의 50만 명에서 30만 명, 아니 20만 명으로 감축하더라도 모병제하에서는 충원이 어려울 수 있음을 연구는 시사하고 있다.

모병제에 관한 몇 가지 유의미한 지표는 또 있다. 현재 육군을 기준으로 하사계급의 충원율은 80%가 채 못 된다. 모병제와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월 급여 254만원을 받는 유급지원병(전문병) 충원율도 지난해 코로나 위기로 많이 높아진 것이 72%의 수준이다. 하사와 유급지원병의 지원율은 모병제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바로미터다. 저조한 지원율을 간과하고 모병제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막대한 재정적 부담과 사회적 양극화, 병역자원의 심각한 질적 저하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국가별 모·징병제 현황

국가별 모·징병제 현황

현재의 징병제 또한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구 추계에 부합되도록 병력의 규모를 대폭 감축하고 목표 병력 규모에 맞게 군사전략, 무기와 장비 등 군의 구조를 최적화(alignment)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예컨대 대만의 4개월 의무복무처럼 의무 복무 기간을 1년 이내로 대폭 단축하고 필요한 숙련병은 모병으로 확보하여 장기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현재의 부사관 임관제도는 폐지하고, 미국과 같이 병에서 선발하여 충원하는 방안도 필수적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계기로 모병제를 폐지하고 징병제로 다시 환원한 우크라이나(14년), 리투아니아(15년), 노르웨이(16년), 스웨덴(18년) 국가의 사례가 주는 교훈이 크다. 우리의 안보 상황, 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복무 환경, 모병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징병제를 근간으로 한 병역제도 개선이 바람직하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국방·안보 문제 전문가로서 현 정부에서 국방부 국방개혁자문위원회 위원을 거쳐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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