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진보 전횡에 골병 든 나라”

중앙선데이

입력 2021.03.13 00:20

지면보기

727호 21면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김종혁 지음
백년동안

백전노장 언론인 정치비평
보수도 준열하게 꼬집어

먼저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에게 한 가지 주의사항을 전해야 할 것 같다. 책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독자들은 화가 치밀기 시작해 급기야 뚜껑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독자의 성향이 진보건 보수건, 현 문재인 정권의 지지자건 반대자건 다르지 않을 터다.

지지자들은 이 책이 문 정권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데 불편함을 느낄 것이고, 반대자들은 그러한 지적에 틀린 점이 없다는 사실에 더욱 열을 받게 될 것인 까닭이다. 그러니 공연히 돈 쓰고 기분 나빠지는 게 억울할 사람들은 이 책을 읽지 않는 게 좋겠다.

하지만 다른 쪽 눈은 아예 감아버린 어느 한쪽의 일방적 지지자들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고 그 미래를 짊어져야 할 지금 청년 세대들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아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정치비평서인 이 책에서 현 정부의 ‘무능과 위선, 종북(從北) 그리고 뻔뻔스러움’을 비판한다. 스스로 보수라 선언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는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중앙일보의 편집국장과 중도진보를 내세우는 JTBC의 ‘뉴스현장’ 앵커를 두루 거친 언론인답게 좌우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장면.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공언했었다. [중앙포토]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장면.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공언했었다. [중앙포토]

그의 비판은 사사로운 감정이 아닌 정확한 팩트 위에 서 있다. 분량으로 따진다면 정권 쪽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그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기자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권력 남용을 감시하는 게 기자의 본분이라면, 권력을 쥔 쪽에 대해 비판의 강도가 셀 수밖에 없지 않겠나 말이다.

저자는 권력을 쥔 세력을 ‘귀족진보’라 칭한다. 개혁을 부르짖지만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은 없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불법과 탈법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셀프 면죄부를 받고, 반대편 진영의 사람들만 ‘적폐’와 ‘토착왜구’의 딱지를 붙여 인민재판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대한민국은 골병이 들고 있다. 저자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집권한 7명의 대통령 중 이렇게 업적이 전무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렇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보수를 향해서도 준열한 꾸짖음을 잊지 않는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가 나라를 보수(保守)하기 위해 살았던 치열한 삶을 외면한 채 등 따시고 배부른 주류의 삶을 즐기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진보와 보수는 서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어왔다. 보수는 진보에 ‘빨갱이’ 딱지를, 진보는 보수에 ‘적폐’ 딱지를 붙임으로써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그같은 “낡은 보수에 이어 낡은 진보가 몰락에 접어든 것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축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품격있는 보수’와 ‘양심적인 진보’가 선의의 정책적 경쟁을 하며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정치와 경제, 사회를 만들어가길 촉구한다.

이훈범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대기자/중앙콘텐트랩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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