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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냈다하면 통했다…LH투기에도 '적폐청산론' 끌고온 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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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회동했다. 민주다은 LH 특검 도입을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이 "검찰 조사 먼저"를 주장하며 합의는 불발됐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회동했다. 민주다은 LH 특검 도입을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이 "검찰 조사 먼저"를 주장하며 합의는 불발됐다. 뉴스1

“주택 정책 집행기관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사익편취와 기획부동산 등 이른바 부동산 투기세력을 ‘부동산 적폐’로 규정한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12일 여권이 일제히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셀프 투기 의혹에 적폐청산 프레임을 덧씌우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김 권한대행이 꺼낸 ‘부동산 적폐’라는 말에 청와대가 오후에 곧바로 호응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를 직시해 이번 일을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의 공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만들자’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부정한 이익추구 행위에서 시작한 논란에 민간 부동산 투기 문제까지 싸잡아 ‘적폐’로 규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권력형 게이트”라는 야권의 비판에 대해 김 대행은 “습관적으로 권력형 게이트라고 갖다 붙이는 야권의 고질적 문제”라고 맞섰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김 대행은 “공직자가 아니라도 불법적으로 부동산에 투기한 세력이 있다면 그것까지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즉각 “물타기”라고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LH로 시작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민주당 시의원부터 구의원까지 확산하자 물타기 노력이 가상할 지경”이라며 “변죽을 울리고 물 타려고 하지만, 꼼수로 피하려다 오히려 더 큰 난관에 봉착한다”고 말했다.

LH도 윤석열과 검찰 탓?

여권에서 ‘부동산 적폐론’과 쌍으로 제기되는 주장엔 LH 직원들의 투기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탓으로 돌리는 ‘검찰 책임론’도 있다. 차기 당대표 주자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 전 총장은 수사권을 갖고도 국민적 공분을 받는 구조적인 LH 투기 하나 못 잡아내고 정치만 하다 나갔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7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에게 부동산 투기 사범의 엄정한 단속과 수사, 불법 수익 철저한 환수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추 전 장관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일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LH 땅투기 의혹 조사 결과 기존 13명에 추가 7명 의심사례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LH 땅투기 의혹 조사 결과 기존 13명에 추가 7명 의심사례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임현동 기자

정작 LH사건을 조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에 검찰은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지금 시점에서 검찰이 칼자루를 다시 쥐면 칼끝은 결국 현 정권을 무리하게 겨누려 할 것”(민주당 당직자)이란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또다시 등장한 ‘적폐청산’

이같은 여권의 움직임은 대체로 “선거를 앞두고 차가워진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시도”(박동원 폴리컴 대표)라고 해석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 지지층 결집의 바탕이 됐던 ‘적폐청산’ 기조의 부활을 위한 시도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2016년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한 이후 여권은 3년 이상 적폐청산 드라이브로 지지율을 견인해 왔다”며 “‘부동산 적폐론’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지 모른다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LH 투기 의혹이 전 정부 때부터 켜켜이 쌓여온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공기관 적폐청산을 대선 어젠다로 가져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오늘 박영선 후보가 꺼낸 특검 제안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권의 명운이 걸린 만큼 적폐 청산 기조를 선명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LH사건 관련 "부동산 적폐"로 규정한 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LH사건 관련 "부동산 적폐"로 규정한 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오종택 기자

그러나 이같은 시도에 대한 당밖의 시선은 싸늘하다. 정치평론가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당장 국민들은 ‘LH 관련해 지난 4년간 이 정부는 무엇을 했나’라고 묻는데 과거 정부 탓을 하면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문 성향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도 “국민들은 LH 문제의 명명백백한 조사를 원한다. 시선이 갈라지기는커녕 공분만 살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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