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화려한 美데뷔 뒤 적자 4조…"흑자 언제" 김범석에 묻자

중앙일보

입력 2021.03.12 11:51

업데이트 2021.03.12 13:05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단과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화상회의 캡처]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단과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화상회의 캡처]

"쿠팡을 뉴욕증시에 상장한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었다.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지속적으로, 계획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다."

11일 뉴욕증시 상장한 쿠팡 김범석 의장 기자간담회
"세계 최대 자본시장서 투자 유치 위해 뉴욕에 상장"
공모가 35달러에서 41% 오른 49.52 달러 거래 마쳐
5조2200억원 자금 조달…"물류시스템 등 국내 투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뉴욕증시 상장으로 유치한 자금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적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주가 보다는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 주식은 공모가인 35달러에서 41.49%(14.52달러) 오른 49.5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CNBC는 쿠팡이 이번 기업공개(IPO)로 46억 달러(약 5조 2200억원)를 조달했다고 전했다. 올해 뉴욕증시에서 IPO를 한 기업 중 최고 실적이다.

향후 투자와 관련해 김 의장은 일단 한국시장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외식배달업체 요기요 인수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안 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뉴욕증시 상장을 선택한 이유는.
"세계 10대 전자상거래 시장 중 유일하게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않은 시장이 한국이다. 그것을 막은 회사가 한국 유니콘이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 증시에서 조달한 막대한 자금으로 많은 시장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우리 상장 목표도 대규모 자금 조달, 투자 유치였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 시장에 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그게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새롭게 조달한 자금 5조원은 어떻게 쓸 건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금까지 투자해왔듯 앞으로도 계속 공격적인 고객 혁신 투자를 하겠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특히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 쿠팡 물류 인프라는 앱에서부터 고객 문 앞 배송까지 '엔드 투 엔드'라는 독특한 물류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에 계속 투자할 생각이다."

배석한 박대준 대표는 조달한 자금은 '고객 경험 업그레이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박 대표는 "물류센터와 관련 인프라 강화, 지역 경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앞으로 5년 동안 5만명을 추가 고용하고, 전국 물류망을 최적화해 더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등의결권은 뉴욕증시 상장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나. 
"그것도 저희가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것 중 하나였다. 다만, 이번 상장 목표는 투자 유치였고, 이 부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적인 회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뉴욕으로 가서 자본을 조달한다."
11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쿠팡 상장기념식에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과 임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11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쿠팡 상장기념식에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과 임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나스닥이 아닌 뉴욕증권거래소인 이유는.
"뉴욕증시는 전통도 깊고, 세계적인 회사들의 커뮤니티에 입성하는 의미도 있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세계적인 자본 시장에서 한국 유니콘도 그만한 경쟁력이 있고, 그런 커뮤니티에 입성할만한 자격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배석한 강한승 대표는 "오늘 뉴욕증시 앞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렸고, 대형 배너에 쿠팡 로고와 로켓이 그려졌다. 뉴욕 증권거래소는 가장 오래된, 세계 최대 자본시장인데 태극기가 게양된 게 200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날 김 의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직원들이 개장 벨을 울리기 위해 단상에 올랐을 때도 성조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게양됐다.

누적적자가 4조550억원이다. 흑자 전환은 언제쯤 이뤄질까.
"적자라기보다는 투자라고 생각해 주시면…. 장기적인 비전을 믿고 지지해주는 동료와 투자자들, 고객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이번 상장 기회에 장기적인 투자자들을 만날 좋은 기회가 됐다.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지속적으로, 계획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다. (적자는) 극복해야 할 것이라기보다는 앞으로도 지속할 투자 계획이 있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동남아나 미국 등으로의 진출 로드맵이 있나.
”장기적으로 없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K 커머스를 수출해 고객들이 감동하는 서비스를 다른 시장으로도 수출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당분간은 저희가 홈 시장과 고객들 위해 준비된 게 많다. 해야 할 게 많아서 거기에 전념하겠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한국에만 머물면 안 될 텐데.
"먼저, 그 전제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한국 시장 규모가 절대로 작지 않다. 한국 커머스 시장은 530조원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한국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고, 전자상거래 시장은 현재 5위다. 또 세계 10대 전자상거래 시장 중 유일하게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않은 시장이 한국이다. 이번 상장으로 한국 시장의 가능성과 한국 유니콘의 잠재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쿠팡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뒤 미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박현영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 박대순 쿠팡 대표이사. [화상회의 캡처]

쿠팡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뒤 미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박현영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 박대순 쿠팡 대표이사. [화상회의 캡처]

아마존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을 텐데.
"외신 기자들과 투자자들은 문 앞에 내놓기만 하면 반품과 환불이 바로 되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대단히 부러워한다. 막대한 기술 투자, 물류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마존에서 영감 받은 부분 물론 있다. 고객에 집착하고 혁신하는 부분은 같지만, 저희가 투자한 분야가 독특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삼성이 소니에서 영감 받았지만 결국 그들을 능가하는 것처럼, 한국은 역시 빨리 배우지만 더 놀라운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을 보고 감탄하더라."
'요기요' 인수 계획이 있나.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기준이 높다. 문화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고... 저희는 문화적인 부분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많은 회사는 비즈니스 관점만 볼 수 있지만, 저희는 워낙 고객에게 집착하고 가장 어려운 문제를 피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DNA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저희가 모든 M&A에 대해 문 닫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단히 많은 분석과 많은 고민을 통해 옳은 판단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안 하는 편이다."
예상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벤저민 그레이엄(미국의 투자가 겸 경제학자)이 '증권 시장은 단기적으로 인기투표고, 장기적으로는 무게를 재는 기계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 단기적으로 인기투표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만 했더라면 오늘날 로켓배송도 없고, 쿠팡도 없었을 것이다. 상장했지만 비상장 기업일 때처럼 고객에게 집착하고 장기적인 고객 가치 창출에 집착하고 사회에 더 좋은 영향 미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좋은 기업이 되는 데 집중하고 단기적인 관제는 영원히 신경을 안 쓰는 그런 기업이 되는 게 희망이다."

노동자 사망 등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데 대해 강한승 대표는 “쿠팡은 5만 명을 직고용한, 국내 고용 3위 회사이다. 그만큼 근로자는 회사의 중추이고, 근로자의 안전과 근로조건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업계 기준 제시하고 업계가 발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10년 동안 고객만 보고 달려왔다. 고객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해결하려고 때로는 무모하게 보일 수 있는 도전을 해왔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물류망을 구축하고 기술을 개발했지만, 결국은 우리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것에 집착하고, 남들은 피하려고 하는 그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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