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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1분30초 뛰면 3kg 줄어…약골은 감당 못하는 댄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50)

여러 댄스 대회에 참가하면서 댄스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림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한 종목 출전이라면 몰라도 스탠더드 5종목 경기에 출전하려면 왈츠, 탱고, 퀵스텝, 폭스트로트, 비에니즈 왈츠를 연속으로 다 추고 들어 와야 한다. 그것도 결승까지 가게 되면 예선부터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내 경우는 장년부, 일반부, 아마추어부까지 한꺼번에 3부문에 참가 신청을 했기 때문에 늘 체력이 문제였다.

한번은 지방에서 전국 대회가 벌어졌다. 오전에 장애인댄스 부문에 먼저 출전했는데, 여기서도 스탠더드 5종목에 출전했다. 파트너는 이미 녹초가 되었다. 그리고 오후에 그 파트너와 함께 일반인 대회의 일반부·장년부·아마추어부에 출전했다. 장년부와 일반부는 5종목 외에도 4종목·3종목 등 경쟁 부문이 있었으나 모두 스탠더드 5종목에 출전했다. 장애인 대회는 물론 일반인 대회에서도 스탠더드 5종목 경기를 보면 세 번째 종목인 퀵스텝쯤 가면 체력이 따라가지 못해 박자를 놓치고 스텝이 엉키는 사람이 많다. 퀵스텝은 빠른 템포라 스텝도 바쁘지만, 다른 종목에 비해 뛰는 양도 많다.

댄스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댄스 대회에서 결승까지 가려면 예선부터 4,5개 종목을 여러번 반복해야 한다. [사진 pixabay]

댄스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댄스 대회에서 결승까지 가려면 예선부터 4,5개 종목을 여러번 반복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오후 내내 경기를 벌여 3부문 모두 결승에 올랐다. 장년부가 먼저였는데, 플로어에서 내려오자마자 곧바로 일반부 결승전 플로어에 올라가자 사회자가 좀 전에 나왔던 선수 아니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였더니 곧바로 다시 또 뛸 수 있느냐며 물었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 경기가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아마추어 부문 결승전이었다. 내가 또 나가자 사회자가 대회 측에 어떻게 타임 테이블을 이렇게 무리하게 짰느냐며 물었다. 대회 관계자가 3부문 모두 나와 결승전까지 올라온 사람은 처음이라고 했다. 스탠더드 5종목 경기는 종목당 2분으로 치더라도 5종목 춤을 추고 나면 15분가량 걸린다. 결승전도 3부문 연이어 뛰었으므로 45분가량을 계속 춤을 춘 것이다. 몇 해 전 첫 1분 30초를 뛴 종목에 나갔을 때 땀이 얼마나 나던지 체중이 3kg이 줄어든 것에 비해 놀라운 체력 향상이었다. 응원하던 동료 젊은 선수들이 내 체력에 감탄하며 놀라워했다.

또 기억에 남는 대회로는 청주에서 벌어진 대회였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이므로 당일 내려갔다가 대회를 뛰고 당일 상경하는 것으로 이동 계획을 잡았다. 새벽 4시에 양재동에서 만나 파트너와 차를 동승했다. 집에서 새벽 2시쯤 일어나 움직인 것이다. 내 파트너도 밤새워 일하다가 와 차 안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2시간쯤 걸려 청주에 도착했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경기장인 호텔에서 연습 잠깐 하고 나니 막 바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이 대회도 스탠더드 일반부 5종목, 장년부 4종목에 출전했다. 오전부터 예선을 뛰고 나니 잠도 모자란 상태라 이미 탈진 상태였다. 점심때쯤에 김밥을 먹고 나니 파트너가 못 버티겠다며 바닥에 누웠다. 나도 온몸이 가라앉는 느낌으로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누군가 먹다 남긴 포도송이였다. 놀랍게도 포도 몇 알이 스태미나를 빠르게 회복시켜줬다. 그래서 오후 스케줄을 해냈다. 이 대회는 자정에 끝이 났다. 부랴부랴 차를 몰고 서울에 돌아오니 새벽 2시였다. 출출하다며 해장국 한 그릇씩 먹고 나니 새벽 4시였다. 꼬박 하루 24시간을 이리 뛰고 저리 뛴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에서 벌어지는 대회에 참가하려면 전날 내려가서 하룻밤 숙박하고 다음 날 아침 경기에 출전한다. 모처럼 외지에 나갔다고 술이라도 한잔 걸치면 다음 날 지장이 많다. 또,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사람도 있다. 경기에 나가면 긴장하게 되고 전력투구를 해야 하므로 체력 소모가 많다. 그러므로 체력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끊임없는 연습과 꾸준한 운동으로 만든 내 재산, 체력

체력을 평소에 쌓으려면 연습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보통 기본으로 한 번에 4시간 정도 한다. 내 경우는 템포가 빠른 비에니즈 왈츠와 퀵스텝 기본 스텝을 몇 시간씩 반복한다. 비에니즈 왈츠는 지구력, 퀵스텝은 순발력을 기르는 데 좋다. 파트너를 바꿔가면서도 하고 솔로로도 한다. 그 다음에 정규 루틴을 연습한다. 마무리도 퀵스텝과 비에니즈 왈츠로 한다. 그렇게 몇 시간 뛰고 나면 엉덩이 양옆에 근육이 툭 불거져 나와 있음을 알 수 있다. 발목부터 종아리, 허벅다리에서 골반까지 이어지는 하체 근육이다. 댄스 덕분에 만들어지는 근육이며 댄스에서 특히 필요한 근육이다. 그렇게 해 놓으면 순발력은 물론, 지구력에도 자신이 붙게 된다.

등산은 관절 주변 근육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등산과 마라톤을 겸하면 늦은 나이에도 뒤지지 않는 체력을 구사할 수 있다. 체력은 결국 자기 재산이다. [사진 pixabay]

등산은 관절 주변 근육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등산과 마라톤을 겸하면 늦은 나이에도 뒤지지 않는 체력을 구사할 수 있다. 체력은 결국 자기 재산이다. [사진 pixabay]

지구력을 기르려면 마라톤만큼 좋은 운동도 없다. 풀코스가 아니더라도 하프코스나 10km를 뛰어 보면 숨이 턱 밑까지 차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평지에서 한정된 체중 이동을 하는 댄스와 달리 체중이 얹히며 전진하기 때문에 쓰이는 근육도 조금 다르다. 댄스만 하다 보면 특정 근육이 발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변 근육도 보강되어야 그 근육들이 잘 작동하며 보강된다는 생각이다.

걷기 운동으로 마라톤을 대신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은 강제성에서 좀 차이가 있다. 일단 마라톤 대회는 목표지점까지 무조건 뛰어야 한다. 기록경기라서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걷기 운동은 자의로 아무 때나 힘들면 쉴 수 있기 때문에 지구력 보강에 도움이 덜 된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의 쾌감을 못 느끼면 운동 효과도 그만큼 떨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등산도 겸한다. 등산은 댄스가 평지 이동인 것에 비해 오르막 내리막이 있어 관절 주변 근육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댄스만 한 사람과 산에 가 보면 의외로 힘들어한다. 평지 이동 근육은 잘 발달이 되어 있지만, 오르막 내리막에 필요한 근육은 덜 발달하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라톤이나 등산은 근육 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심폐 기능에도 큰 도움을 준다. 숨쉬기도 어렵지만, 그대로 참으며 지속할 때 운동 효과가 높아진다.

젊은 선수는 댄스만 한다. 그리고 고정으로 같이 뛰는 여자 파트너도 하나같이 가볍다. 어렸을 때부터 댄스만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등산과 마라톤을 겸하기 때문에 나이에도 불구하고 뒤지지 않는 체력을 구사할 수 있는 것 같다. 젊은 선수는 아직 기량이 떨어지는 무거운 파트너가 걸리면 상당히 힘들어하지만, 나는 그런 파트너와도 문제없이 해내는 체력이다. 체력은 결국 자기 재산이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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