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고리버들 의자에서 수억원대 일등석까지…여객기 좌석의 변신

중앙일보

입력 2021.03.12 06:00

업데이트 2021.03.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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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하드항공의 호화 일등석인 '더 레지던스'. 침실과 욕실이 따로 있다. [사진 에티하드항공 홈페이지]

에티하드항공의 호화 일등석인 '더 레지던스'. 침실과 욕실이 따로 있다. [사진 에티하드항공 홈페이지]

 항공사가 비행기를 새로 도입할 때 고심하는 것 중 하나가 '좌석'입니다. 항공권 등급별로 어떤 기능과 모양을 갖춘 좌석을 제작해서 기내에 설치하느냐 하는 건데요.

 좌석이 해당 항공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통상 비행기 좌석은 항공사가 별도로 전문회사에 디자인과 제작을 의뢰한 뒤 비행기에 설치하게 됩니다.

 항공여행의 초창기인 1910년대 비행기 좌석은 고리버들이나 등나무로 만든 의자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유물처럼 전해져 오는 로손항공사의 좌석이 대표적으로 고리버들로 만든 '앉은뱅이 의자' 였습니다.

 초기 비행기 좌석은 '앉은뱅이 의자'  

 이후 비행기 의자의 재질은 나무로 바뀌었다가 알루미늄 등 금속 소재 프레임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데요. 등받이가 각도별로 젖혀지는 의자도 30년대 후반부터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 40년대 들어서는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고리버들로 만들어진 초창기 여객기 좌석. [사진 위키백과]

고리버들로 만들어진 초창기 여객기 좌석. [사진 위키백과]

 재밌는 건 1920~30년대 비행기에 현재와 유사한 침대형 좌석이 있었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침대칸을 설치한 경우도 있고, 좌석을 최대한 눕혀서 잠을 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당시 항공기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기 때문에 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탓에 승객들이 편히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을 듯합니다.

 제트기 등장에 침대형 좌석 퇴장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항공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는데요. 기존 군용기를 개조한 저가의 여객기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대형항공사들이 사실상 단일 등급이었던 좌석을 나누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요금이 다소 저렴한 일반석이 생기기 시작한 게 이때쯤입니다.

30년대 여객기에 설치된 침대칸. [사진 위키백과]

30년대 여객기에 설치된 침대칸. [사진 위키백과]

 또 제트엔진을 장착한 빠른 여객기가 등장하면서 비행시간이 크게 단축되자 침대형 좌석도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됐다고 하는데요. (「여객기 좌석의 변모와 특징」, 국민대 신호식)

 사실 이코노미석도 VOD(맞춤영상정보서비스) 설치와 재질 향상 등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항공기 좌석 경쟁은 주로 일등석(퍼스트클래스)과 비즈니스석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고 할 수 있는데요.

 90년대 일등석에 침대 좌석 복귀   

 이런 경쟁 속에 오랜 기간 사라졌던 침대형 좌석도 다시 모습을 나타내게 됩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1989년 싱가포르항공이 일등석에 최초로 등받이가 180도로 완전히 젖혀져 침대처럼 변하는 좌석을 설치했다고 하는데요. 이전까진 일등석이라고 해도 등받이가 완전히 누여지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90년대 대한항공 일등석. 180도 뒤로 젖혀지지는 않았다. [사진 대한항공]

90년대 대한항공 일등석. 180도 뒤로 젖혀지지는 않았다. [사진 대한항공]

 이후 영국항공과 루프트한자 등 많은 항공사가 침대형 좌석을 다시 도입하게 되는데요. 대한항공도 1997년 완전히 누워서 잘 수 있는 '모닝캄 클래스'를 선보입니다.

 대한항공은 2005년에는 마치 누에고치(코쿤)를 연상시키는 침대형 좌석을 독자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알려진 좌석 설치비용은 개당 1억원이었다고 합니다.

 아시아나 일등석 제작비, 대당 7억원  

 2012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일등석 입구에 여닫이문이 달린 '오즈 퍼스트 스위트'를 도입했는데요. 문을 닫으면 온전히 독립된 공간이 만들어지는 좌석으로 개당 제작비만 7억원으로 전해집니다.

 비슷한 시기에 대한항공이 A380에 설치한 일등석인 '코스모 스위트'는 대당 2억 5000만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항공기 좌석 제작비는 대외비라는 게 항공사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대한항공이 새로 도입한 일등석은 입구에 여닫이 문이 달려 있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새로 도입한 일등석은 입구에 여닫이 문이 달려 있다. [사진 대한항공]

 그래서 최근의 좌석 가격은 정확히 공개된 게 없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일등석은 대당 3억원 이상, 비즈니스석은 1억 5000만원, 일반석은 700~800만원 선인 것 같다"고만 말합니다. 고속열차인 KTX의 일반실 의자는 약 300만원, 특실 좌석은 450만원가량이라고 합니다.

 에티하드항공, 3개 룸 딸린 일등석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까지 항공사 간 좌석 경쟁의 끝판왕은 아마도 에티하드항공의 일등석인 '더 레지던스'가 아닐까 싶은데요. A380에 도입된 세계 최초의 객실형 좌석으로 거실과 침실, 욕실 등 3개의 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40년대 후반 에어프랑스 기내에 설치된 수면의자. [사진 위키백과]

40년대 후반 에어프랑스 기내에 설치된 수면의자. [사진 위키백과]

 호화스러운 좌석 구성 만큼이나 항공권 가격도 비싼데요.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런던(영국) 노선의 경우 왕복 항공료가 4000만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인천~뉴욕(미국) 간 대한항공 일등석 왕복요금은 약 1800~2000만원가량입니다.

 이처럼 럭셔리한 좌석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일반석에 승객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태우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기도 하는데요. 2018년 이탈리아의 항공기 인테리어전문 디자인회사인 아비오 인테리어스가 선보인 '스카이 라이더' , 일명 서서 가는 좌석이 대표적입니다.

 엉덩이만 걸치고 가는 일반석도 등장    

 2010년에 선보였던 초기 버전을 개량한 이 좌석은 승객이 사실상 엉덩이만 의자에 걸친 채 거의 서서 가야만 하는 구조인데요. 가급적 승객을 더 태우는데 최우선을 둔 디자인인 셈입니다.

엉덩이만 걸친 채 서서 가는 비행기 좌석. [사진 아비오 인테리어스 홈페이지]

엉덩이만 걸친 채 서서 가는 비행기 좌석. [사진 아비오 인테리어스 홈페이지]

 실제로 10년 전쯤 아일랜드의 유명 저비용항공사인 라이언에어가 이 좌석의 도입을 고려했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 이상이 "무료라면 탈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보면 항공시장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많은 여행객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편한 좌석에서 안락한 비행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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