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알맹이 없는 정부의 LH 투기 1차 조사

중앙일보

입력 2021.03.12 00:05

업데이트 2021.03.12 01:01

지면보기

종합 30면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을 조사 중인 정부 합동조사단이 어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알맹이가 없었다. 셀프 조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합조단 출범 7일 만에 졸속 발표
특수본에 검찰 투입해 단죄해야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조사 결과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투기 의심 사례를 포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며 “이들은 전부 LH 직원이며 수사 의뢰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발표로만 봐도 조사 방식과 발표 시기는 부적절했고, 결과는 부실했다. 비록 1차 조사 결과라고는 하지만 투기 의심자 숫자가 20명에 불과했다. 앞서 민변과 참여연대의 폭로 이후 국토부 자체 조사에서 먼저 투기 의혹이 드러난 LH 직원만 13명이었던 데서 겨우 7명이 추가된 셈이다.

조사 방식에 대해 정 총리는 “국토부와 LH 임직원 등으로부터 정보제공동의서를 받아 부동산거래시스템과 국토정보시스템을 통해 총 1만4000여 명의 거래 내역과 소유 정보를 각각 조사하고 상호 대조했다”고 설명했다. 강제조사권이 없어 ‘실명 거래내역 조회’ 방식으로 셀프조사를 했다는 것인데, 결과를 보면 하나 마나 한 조사였다. 애초에 차명이나 가명, 미등기 거래 등 불법성을 파악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LH 직원 12명은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거부해 형식적 조사조차도 하지 못했다.

발표 시기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합동조사단 출범 7일 만에 애초 폭로 내용과 대동소이한 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데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줄여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한 게 아니라면 납득이 어렵다.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자체 조사 중인 청와대가 이날 “부동산 투기로 의심할 만한 거래는 아예 없었다”며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가족 368명의 토지거래 내역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는 국민의 꿈과 희망을 악용해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 공기업과 공무원들의 범죄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구두선에 그칠 우려가 크다. 검찰과 경찰은 이날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수사는 국가수사본부가 주도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전담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검찰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유지키로 한 것이다. 약 770여 명 규모의 합수본에 검사 1명을 투입하고 그마저 공소유지를 전담케 한다니 수사가 제대로 될지 우려된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전국적 비리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분노의 산불을 물 한 동이로 잡을 수 있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이제라도 특수본에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을 투입해 투기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단죄하길 바란다. 투기 이익도 끝까지 환수해야 한다.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