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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백신 보릿고개’ 넘어갈 비상 수급 대책 제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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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은 4월부터 '백신 보릿고개'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에선 24시간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대조적이다. 사진은 미국 LA 주의 백신 접종 현장. [AP 연합뉴스]

한국은 4월부터 '백신 보릿고개'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에선 24시간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대조적이다. 사진은 미국 LA 주의 백신 접종 현장. [AP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가 늦어져 이르면 4월부터 두 달가량 ‘백신 보릿고개’가 초래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9월까지 국민의 70%에게 백신 접종을 마쳐 11월까지는 집단면역을 형성할 거라던 정부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우려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백신 수급 차질을 최소화할 비상 대책을 속히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

확보했다고 발표한 백신 물량 도착 지연 #접종 속도 늦어지면 집단면역 차질 우려

국내 백신 접종은 지난 2월 26일 시작됐지만 11일 0시 기준 누적 접종자는 50만635명으로 전체 인구의 0.96%에 그쳤다. 당초 질병관리청은 지난 1월 말 백신 예방접종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1분기 130만 명, 2분기 900만 명, 3~4분기에 3325만 명을 접종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접종 추세를 보면 당초 제시한 목표에 크게 못 미친다. 예컨대 1분기에 130만 명을 접종하려 했지만 실제 확보된 백신 물량은 80여만 명분뿐이다.

더 큰 문제는 4월부터 백신 공급 일정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2분기에 공급될 예정인 백신은 약 480만 명분으로 접종 목표치(900만 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2분기 공급 일정이 가시화된 백신은 화이자 50만 명분과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 19만 명분 정도다. 특히 얀센의 경우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먼저 공급해야 하기에 한국에는 4월이 아닌 5월부터 공급하겠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했다고 한다. 4월이 최악의 보릿고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백신 접종은 속도전이 중요한데 물량 공급이 순차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접종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예컨대 백신 공급이 늦어져 3분기에 물량이 집중되면 ‘백신 병목’ 현상도 생길 수 있다. 4~5월에 백신 보릿고개가 발생해 6~9월에 3350만 명을 집중적으로 접종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의료체계에 큰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모든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백신 구매 전략을 오판하는 바람에 초래됐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실제로 손에 쥐는 백신을 제대로 확보할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아스트라 백신의 공급 상황과 접종 간격을 고려해 1, 2차 접종 간격을 기존 8주에서 10주로 늦췄다. 1바이알당 10회 분인 아스트라 백신의 잔여량을 쥐어짜 최대 13명까지 접종하고 있다. 물량 부족에 따른 이런 고육책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다음 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오늘 발표한다. 확진자가 연일 400명대로 나오고 있는 만큼 현행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와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재연장하는 것이 정석이다. 보궐선거 유권자 표를 의식해 방역 잣대를 서둘러 완화한다면 정치적 무리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