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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건의료 분야 기술, 중국에 역전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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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양자정보통신은 빛의 알갱이 입자를 이용한 기술이다. 중간에 제3자의 도청이 있어도 암호키 자체가 손상되기 때문에 통신 내용이 유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도청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미래 통신기술로 꼽힌다. 이런 양자정보통신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훨씬 밀린다는 평가가 나왔다.

과기부, 11개 분야 기술수준 평가 #2018년 앞서다 지난해 따라잡혀 #우주·항공·해양 분야는 크게 뒤져 #규제 풀고 투자 늘려야 추격 꺾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개 분야, 120개 중점 과학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한 ‘2020년 기술수준 평가’를 11일 발표했다. 이번 평가에 따르면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력을 100%로 볼 때 중국은 90%, 한국은 62.5%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1월 중국과학원(CAS) 소속 중국과학기술대 연구팀이 4600㎞에 걸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실었다. 한국은 이제야 20㎞ 구간에서 양자통신을 시연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에 1.5년가량 뒤졌다고 진단했다.

과기정통부는 격년으로 국가 기술수준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100%로 놓고 중국·일본·유럽연합(EU)과 한국의 상대적인 기술 수준과 격차를 계량화하는 방식이다.

생명·보건의료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의 기술력을 근소한 차이로 역전했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은 이 분야에서 미국 기술력의 75.2%로 평가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중국(73.2%)을 다소 앞섰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생명·보건의료 기술력은 미국의 77.9%, 중국은 78%로 평가됐다. 특히 신종 감염병 대응 기술이나 맞춤형 신약 개발, 뇌신경계 질환의 치료·예방 분야에선 중국이 한국보다 뛰어났다.

120개 분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미국의 80.1%였다. 2018년 조사(76.9%)보다는 기술력의 차이를 줄였다. 이번 조사에서 두 나라의 기술 격차는 3.3년이다. 미국이 새로운 기술을 전혀 개발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한국이 3.3년간 열심히 따라가야 미국과 대등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2018년 조사 때는 이 격차가 3.8년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과 한국의 기술 격차는 2018년(1.9년)보다 줄어든 1.3년이었다.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미국의 80%로 평가됐다. 전체적인 기술력은 한국과 중국이 거의 비슷하다는 의미다. 2년 전 조사에선 중국이 미국의 76%였다. 한국과 중국이 모두 미국을 따라잡으려고 하는데 중국의 추격 속도가 더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우주·항공·해양 분야에선 한국의 기술력이 미국의 68.4%였다. 중국(81.6%)에 크게 뒤지는 수준이다. 국방 분야에서도 한국의 기술력(75%)이 중국(81.7%)에 훨씬 못 미쳤다.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과학기술 수준이 상향하고 있지만 중국이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를 풀고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민간 투자를 유도한다면 자연스럽게 과학기술 수준도 상승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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