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건의료 분야 기술, 중국에 역전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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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양자정보통신은 빛의 알갱이 입자를 이용한 기술이다. 중간에 제3자의 도청이 있어도 암호키 자체가 손상되기 때문에 통신 내용이 유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도청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미래 통신기술로 꼽힌다. 이런 양자정보통신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훨씬 밀린다는 평가가 나왔다.

과기부, 11개 분야 기술수준 평가
2018년 앞서다 지난해 따라잡혀
우주·항공·해양 분야는 크게 뒤져
규제 풀고 투자 늘려야 추격 꺾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개 분야, 120개 중점 과학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한 ‘2020년 기술수준 평가’를 11일 발표했다. 이번 평가에 따르면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력을 100%로 볼 때 중국은 90%, 한국은 62.5%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1월 중국과학원(CAS) 소속 중국과학기술대 연구팀이 4600㎞에 걸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실었다. 한국은 이제야 20㎞ 구간에서 양자통신을 시연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에 1.5년가량 뒤졌다고 진단했다.

과기정통부는 격년으로 국가 기술수준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100%로 놓고 중국·일본·유럽연합(EU)과 한국의 상대적인 기술 수준과 격차를 계량화하는 방식이다.

생명·보건의료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의 기술력을 근소한 차이로 역전했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은 이 분야에서 미국 기술력의 75.2%로 평가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중국(73.2%)을 다소 앞섰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생명·보건의료 기술력은 미국의 77.9%, 중국은 78%로 평가됐다. 특히 신종 감염병 대응 기술이나 맞춤형 신약 개발, 뇌신경계 질환의 치료·예방 분야에선 중국이 한국보다 뛰어났다.

120개 분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미국의 80.1%였다. 2018년 조사(76.9%)보다는 기술력의 차이를 줄였다. 이번 조사에서 두 나라의 기술 격차는 3.3년이다. 미국이 새로운 기술을 전혀 개발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한국이 3.3년간 열심히 따라가야 미국과 대등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2018년 조사 때는 이 격차가 3.8년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과 한국의 기술 격차는 2018년(1.9년)보다 줄어든 1.3년이었다.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미국의 80%로 평가됐다. 전체적인 기술력은 한국과 중국이 거의 비슷하다는 의미다. 2년 전 조사에선 중국이 미국의 76%였다. 한국과 중국이 모두 미국을 따라잡으려고 하는데 중국의 추격 속도가 더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우주·항공·해양 분야에선 한국의 기술력이 미국의 68.4%였다. 중국(81.6%)에 크게 뒤지는 수준이다. 국방 분야에서도 한국의 기술력(75%)이 중국(81.7%)에 훨씬 못 미쳤다.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과학기술 수준이 상향하고 있지만 중국이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를 풀고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민간 투자를 유도한다면 자연스럽게 과학기술 수준도 상승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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