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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Quad 참여는 국가생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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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1일 전인대 폐막식에서 홍콩 선거법개정안이 찬성 2895표 반대 0표 기권 1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전광판에 개표결과가 보인다. 연합뉴스

11일 전인대 폐막식에서 홍콩 선거법개정안이 찬성 2895표 반대 0표 기권 1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전광판에 개표결과가 보인다. 연합뉴스

1.

'아시아판 NATO' Quad..중국봉쇄 국제정치판 내일부터 시작된다 #21세기 대한민국 운명 좌우할 세계질서..국가생존차원서 참여해야

여전히 LH투기꾼들에 대한 분노로 들끓은 하루입니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운명과 직결된 21세기 국제정치판이 짜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국내 사건에 매몰된 사이에, 정부가 알면서도 모른채 하는 사이에..

11일(미국시간 10일) 새 국제정치판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

미국 백악관은 10일 브리핑에서 ‘쿼드(Quadㆍ4개국협의체)’의 공식출범을 알렸습니다.

Quad는 중국을 봉쇄하는 태평양 인도 연합체입니다. 바이든이 트럼프 정책 대부분을 뒤집으면서도 이건 바로 이어받았습니다.

12일 당사국인 미국과 일본,호주,인도 정상회담이 처음으로 열립니다.
다음주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은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합니다.
곧이어 18일, 19일 블링컨 국무장관과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은 알래스카에서 중국 양제츠(공산당 외교담당정치국원)와 왕이(외교담당 국무위원)를 만납니다.
열흘 사이 Quad 출범 1막이 완성됩니다.

3.

백악관의 설명을 들어보면 ‘Quad라는 게 간단치않구나’는 느낌이 듭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을 지키겠다.’

‘동맹 및 파트너와 강력한 입지(Position of Strength)를 구축해 추진하겠다.’

‘국제사회의 어젠다를 결정하는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4.

위 언급을 직설로 풀면 이렇습니다.

‘중국이 태평양과 인도양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더이상 미국 혼자 힘으론 어려우니..일본 호주 인도와 연합해 중국에 맞설 힘을 키우겠다.’

‘지금까지 국제사회를 이끌어온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겠다. (트럼프 때문에 훼손된 위상을 되찾겠다.)’

5.

이런 의지에서 바이든은 지난달 시진핑과의 전화통화에서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하겠다. 홍콩의 인권 등 민주주의 훼손하면 안된다.’

그런데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회는 폐막하면서‘홍콩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찬성 2895.반대0.기권1.

미국의 경고를 완전무시했습니다.

6.

선거법은 홍콩민주화의 시금석입니다.

개정안은..내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격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인단 구성에서 반중파들을 배제하는 내용입니다.
시진핑은 지난 1월 ‘항인치항(홍콩사람이 홍콩을 다스린다)’이란 국제적 약속을 저버리고, ‘애국자치항(중국정부에 애국하는 사람이 홍콩을 다스린다)’이라고 천명했습니다.

7.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점점 가시화되는 느낌입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2500년전 고대 그리스에서 일어났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비롯됐습니다.
기존 패권국과 신흥강국이 ‘서로 원하지 않지만’ 전쟁이란 함정에 빠진다..는 국제정치의 아이러니입니다.
미국과 중국도 점점 함정에 근접해가는듯해 불길합니다.

8.

문제는..이런 전쟁의 경우 그냥 두 나라간 전쟁이 아니라, 두 나라를 중심으로 한 ‘동맹사이의 전쟁’이 된다는 점입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아테네의 ‘델로스동맹’과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동맹’사이의 전쟁입니다.
그리스의 거의 모든 폴리스(도시국가)가 끌려들어갔습니다. 당시로선 세계대전이죠. 원치않는 전쟁을 27년이나 합니다.

9.

문재인 정부는 Quad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강경화 외무장관 시절 ‘특정국가를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중국을 의식한 부정적 반응입니다.

11일 최종건 외교부 차관이 같은 취지로 말했습니다.

10.

미국은 Quad를 확대하기위해 기존 4개국에 한국 등을 추가하는 Quad Plus를 구상중입니다.
우리 정부는 조만간 선택의 순간을 맞아야 합니다.

국제정치는 약육강식의 정글입니다. 냉정하게 국익을 따져야 합니다.
한 정권차원의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생존의 문제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