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웅걸 "여당이 세계 추세라는 '검수완박'…그게 딱 중국식"

중앙일보

입력 2021.03.11 18:30

업데이트 2021.03.11 19:18

2018년 6월 전주지검장에 취임한 윤웅걸 전 검사장. 뉴스1

2018년 6월 전주지검장에 취임한 윤웅걸 전 검사장. 뉴스1

"집권 세력만 유리한 중국 베낀 한국"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권력자들은 어떠한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처벌하지 말라는 얘기다."

윤 전 전주지검장 "중국 제도 베꼈다"

대검 기획조정부장과 제주지검장·전주지검장을 지낸 윤웅걸(55·사법연수원 21기)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가 1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견제와 균형, 인권 보호를 위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밝힌 것을 놓고 이같이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수사권 개혁과 공수처 출범으로 권력기관 개혁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됐지만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검사장은 이날 "수사와 기소가 완벽하게 분리된 나라가 중국"이라며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대신 보완수사요구권 도입, 수사는 경찰만 하고 검사는 기소만 하는 수사·기소 분리, 공수처 설치 등 3종 세트는 딱 중국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자유와 인권 보장, 권력의 견제와 균형은 서구 선진국 사법 제도의 결론"이라며 "'사법 제도는 중국식을 따르면서 우리가 지향하는 결과는 서구 선진국 식'이라고 말하는 건 궤변"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는 여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세계적 추세라며 6대 중대 범죄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고 검찰의 수사 권한을 없애고 기소만 전담하는 기소청으로 바꾸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그게 중국 식"이라며 "중국을 세계 중심으로 본다면 맞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발 국회의원들이 어디서 들은 얘기 가지고 다른 나라에 검찰 수사권이 있네, 없네 하지 말고 서구 선진국의 형사소송법 원문을 가져다 보면 좋겠다"고 했다.

2019년 7월 검찰을 떠난 윤 전 검사장은 현직 시절 "포토라인 세우기와 피의사실 흘리기, 수갑 채우기 등 피의자를 압박하는 검찰 수사 관행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8년 11월과 2019년 6월에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사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직접 수사 대신 수사 지휘에 집중함으로써 '팔 없는 머리'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다음은 윤 전 검사장과의 일문일답.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두고 논란이다. 
핵심은 우리가 사법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는 거다. 사법 선진국은 사법 제도로 인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이고, 사법 후진국은 사법 제도로 인해 자유와 인권이 억압되는 나라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세계적으로 인권 선진국은 유럽에 많이 모여 있다. 유럽 국가와 중국을 비교해 보면 좋겠다. 우리 법 체계는 기본적으로 유럽에서 들어왔다. 유럽은 인권 보장을 위해 재판권과 기소권을 분리한 곳은 있지만, 기소권과 수사권은 분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융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사법 제도를 언급했는데.
수사와 기소가 완벽하게 분리된 나라가 중국이다. 사법 선진국의 형사소송법에는 '수사는 검사가 한다. 경찰은 검사의 지휘나 위임을 받아 수사한다'는 게 기본 포맷이다. 중국의 형사소송법에는 '수사는 공안(경찰)이 한다'고 돼 있다. 기소권은 검찰(인민검찰원)이 행사한다. 공무원 부패범죄 등 극소수 범죄만 검사가 수사한다. 이마저도 최근 중국 공수처(국가감찰위원회) 때문에 유명무실화됐다. 거기서 부패범죄를 다 한다. 중국 공수처는 기소권 없이 수사만 하고, 기소만 인민검찰원이 한다. 결국 집권 세력만 유리하다.
지난해 5월 20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연찬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당선인(오른쪽)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선인이 대화하고 있다. 황운하·김남국·김용민 등 민주당 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주축인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처럼회)'는 지난달 9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연합뉴스

지난해 5월 20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연찬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당선인(오른쪽)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선인이 대화하고 있다. 황운하·김남국·김용민 등 민주당 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주축인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처럼회)'는 지난달 9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기존 검찰청 안에서 수사 희망 인력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동시키면 되기에 수사 총량의 공백은 없다"고 했는데.
서구 선진국의 검사들은 직접 수사 권한이 있는데도 매우 중요한 사건 외에는 직접 수사를 거의 하지 않고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에 주력한다. 그런 현상을 보고 수사권이 없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이 수사권을 갖냐, 검사가 수사권을 갖냐는 건 출발선이 완전히 다르다.
무슨 차이가 있나.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는 건 수사권을 행정권으로 보는 거다. 정치 권력이 수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검사는 국가에 따라 사법부에 속하기도 하고, 행정부에 속하기도 한다. 검사가 행정부에 속한 나라도 다 준사법기관이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달 23일 김창룡 경찰청장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달 23일 김창룡 경찰청장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경찰이 권력을 견제할 수도 있지 않나. 
삼권 분립의 역사에서 경찰은 행정 공무원이다. 행정부 질서를 따라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권력을 견제하나. 검찰의 자질과 실력이 경찰보다 낫다는 얘기가 아니다. 서구 선진국들이 검사에게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몰아준 건 범죄 척결의 효율성에 무게를 둔 것이고, 재판과 기소를 분리한 건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다. 
올바른 검찰 개혁 방향은.
검사는 '팔 없는 머리'가 돼야 한다. 검사는 직접 수사를 지양하고 수사 지휘에 전념하는 게 검찰 개혁 방향이다. OECD 35개국 중 대부분이 검사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인정하고 있고, 이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기준)다. 그러나 정부 안은 정반대다.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고, 보완수사요구권으로 바꿨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사진 왼쪽)와 김창룡 경찰청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한 긴급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사진 왼쪽)와 김창룡 경찰청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한 긴급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지휘권과 보완수사요구권은 비슷한 개념 아닌가.
중국 말고 보완수사요구권이란 명칭을 쓰는 나라는 없다. 결국 우리나라가 중국 제도를 베낀 것이다. 우리 검찰은 선진국의 검찰처럼 직접 수사를 극도로 자제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범죄 척결과 인권 보장의 측면에서 경찰 수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수사 지휘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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