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공기의 반전…미세먼지 품고 한반도 눌러앉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11 17:39

업데이트 2021.03.11 17:50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이날 오전 영등포구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 최고 136㎍/㎥, 동작구는 최고 128㎍/㎥를 기록해 '매우나쁨' 수준을 나타냈다. 뉴스1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이날 오전 영등포구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 최고 136㎍/㎥, 동작구는 최고 128㎍/㎥를 기록해 '매우나쁨' 수준을 나타냈다. 뉴스1

11일 오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일평균 50㎍/㎥를 넘어섰다. 이날 3월 들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데 이어 12일도 비상저감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1일 오후 4시까지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99㎍/㎥, 인천 91㎍/㎥, 경기 96㎍/㎥를 기록했다. 낮 한때 경기도 부천은 195㎍/㎥, 인천 영흥도 162㎍/㎥, 서울 강동구 141㎍/㎥까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기도 했다.

충남 84㎍/㎥, 세종 66㎍/㎥, 전북 64㎍/㎥, 광주 53㎍/㎥ 등 중서부지역 곳곳에서도 일평균농도 50㎍/㎥를 넘겼다. 특히 충남 아산은 최고 159㎍/㎥, 세종 127㎍/㎥, 전북 부안 120㎍/㎥, 전남 함평 102㎍/㎥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했다.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는 이번 주 내내 이어진다. 한반도 상공에 고기압이 장기간 머물면서, 15일까지 대기정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 중서부지역을 중심으로 '매우나쁨' 수준의 공기질을 보이고 있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에어코리아

11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 중서부지역을 중심으로 '매우나쁨' 수준의 공기질을 보이고 있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에어코리아

'도긴개긴' 약한 고기압 사이 낀 한반도… 바람이 없다

한반도 주변에 위치한 엇비슷한 이동성고기압 사이에 끼어, 우리나라 위쪽으로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주 반짝 찬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대기정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 기상청

한반도 주변에 위치한 엇비슷한 이동성고기압 사이에 끼어, 우리나라 위쪽으로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주 반짝 찬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대기정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 기상청

봄철 미세먼지는 계절이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압 패턴으로 인한 대기정체가 주된 요인이다. 겨울이 지나 태양의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 태양이 땅을 데우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렇게 데워진 지표면은 공기를 데워, 차갑고 건조했던 공기를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로 바꾼다.

이렇게 바뀐 공기는 이동성 고기압의 성질을 띠는데, 봄철 기압 배치의 특징이기도 하다. 북쪽의 차가운 고기압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겨울, 남쪽의 따뜻한 고기압이 우세한 여름과 달리 기압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 바람이 불지 않게 된다.

기상청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현재 우리나라 주변에도 이동성 고기압이 여기저기 생겨나 있어서, 서로 기압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한반도 위로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1일 오후 4시 기준 한반도 인근 바람 현황. 육지 위쪽으로는 거의 바람이 불지 않는 모습이 관찰된다. 자료 기상청

11일 오후 4시 기준 한반도 인근 바람 현황. 육지 위쪽으로는 거의 바람이 불지 않는 모습이 관찰된다. 자료 기상청

위·아래로도 안 퍼진다…고스란히 한 자리에

이동성 고기압이 생겨난 곳은 좌우로 바람이 불지 않을뿐더러 위아래로도 대기 순환도 잘 안 된다. 보통 밤엔 공기가 식으며 땅으로 가라앉고, 낮에는 땅이 데워지면서 공기도 데워져 위로 올라가는 '연직 순환'이 일어난다. 출근길 미세먼지가 다소 나빠도 낮에 기온이 오르면 해소되는 것도 연직 순환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성고기압은 연직순환이 잘 안 된다.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이동성 고기압은 지표면 인근 공기가 그대로 떠올라 만들어진 안정적인 공기 덩어리이기 때문에, 위아래로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떠오른 미세먼지가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낮에 서해로 나갔다가, 밤에 돌아오는 '핑퐁 미세먼지'

워낙 바람이 적어 평소엔 보이지 않던 미세한 바람의 영향도 눈에 띄게 드러났다. 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밤과 낮의 온도 차에 의해 낮에는 먼지가 서해상으로 나갔다가, 밤에는 다시 육지로 들어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통합예보센터 측은 12일 남부지방에 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다소 불 수도 있지만 13일엔 서해상으로 나갔던 먼지가 되돌아와 쌓여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설 연휴에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도 같은 패턴으로 쌓였다.

우 분석관은 “열흘 전부터 우리나라의 주변 공기 온도가 평년보다 1~2도 높게 나타나는데, 한반도 주변에 위치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지속해서 받기 때문”이라며 “평소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해륙풍의 영향이 눈으로 보일 정도로, 한반도 주변에 바람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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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다가오는 약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11일 밤부터 남부를 중심으로 비가 다소 내리지만, 중부지방의 미세먼지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밤까지 제주도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20~60㎜, 남부지방과 해안가를 중심으로 10~40㎜의 다소 많은 비가 내린다. 서울과 인천, 경기 북부에도 5㎜ 미만의 비가 오리라 예상되지만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가 시간당 5㎜ 이상 지속해서 내려야 세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중부지방에는 비가 내리더라도 빗방울 수준으로 흩뿌릴 것"이라며 "다가오는 저기압의 강도가 세지 않아, 바람이 강하게 불 가능성도 작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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