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못 내 감옥서 5년간 21명 숨졌다…노역 유치자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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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수감자[연합뉴스TV 제공]

교도소 수감자[연합뉴스TV 제공]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됐다가 사망한 수형자들이 지난 5년 동안 21명에 달했다. 법무부는 노역장 유치 수형자 수를 줄여나가기 위한 개선안을 11일 내놓았다. 법무부는 우선 벌금형 집행유예 제도를 활성화해 실제 노역장에 유치되는 수형자 수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법무부 노역수형자 인권보호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후 서울고등검찰청 의정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책을 발표했다. 노역수형자는 벌과금 미납으로 노역장에 유치돼 작업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노역장 사망자 21명 중 500만원 이하 소액 미납자 20명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정시설 내에서 사망한 노역수형자는 21명으로, 이 중 20명이 500만원 이하 소액 벌금 미납자였다.

사망자 전원은 뇌경색·간질환·심폐질환·정신질환·알코올 중독 등의 질환을 이미 갖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무직이거나 노숙생활을 했으며 접견을 요청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등 사회와의 유대관계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역장에 이미 유치된 전력도 평균 3.14회에 달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입소 당시부터 건강상태가 일반인보다 현저하게 열악했다”며 “대부분 사회 밖에서도 음주 등으로 기초적 생활이 안되는 분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노역장 유치 최소화하겠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우선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통해 실제 노역장에 유치되는 수형자 수를 줄이기로 했다. 약식절차를 통한 벌금형 발령 시에도 집행유예가 가능하도록 형사소송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상갑 법무부 인권국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의정관에서 '노역수형자 인권보호 태스크포스(TF) 활동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상갑 법무부 인권국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의정관에서 '노역수형자 인권보호 태스크포스(TF) 활동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판 단계에서도 검사들에게 전파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재 미미한데, 수형자 숫자 자체를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노역장 유치 집행지휘 단계에선 벌금액수가 500만원 이하이고 즉각적인 노역집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검사 직권으로 벌금 분납·납부연기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벌금 미납자가 벌금을 낼 상황이 안될 경우 사회봉사로 대체집행을 신청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벌금형을 부과받았으나 벌금 납입이 어려운 경우는 사회봉사 대체집행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법원에서 벌금 선고시 ‘사회봉사 대체집행 신청 가능’을 함께 고지하도록 고지하는 등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노역장에 유치된 경우에는 건강 상태와 과거 병력을 확인하고 필요 시 외부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하는 등 수형자 건강 관리 전반을 개선키로 했다. 노역을 마치고 석방되는 수형자들은 출소 전 알코올 중독 치료 과정을 받도록 하며, 정신적 취약자들은 유관기관에 통보 및 인계한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인권 중심의 교정행정을 위해 수용자 교정·교화업무 전반을 점검하고, 특히 심야나 주말에 발생하는 노역장 유치자 사고에 대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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