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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99%가 외지인 것"…LH 손 탄 김해 그 땅도 의심스럽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평당 70만~80만원 땅이 150만원 치솟아

“2018년부터 비닐하우스가 막 들어서기 시작했어요. 농사짓는 땅의 99%는 외지인 소유라고 보면 될 거예요.”

‘도시첨단산단’ 김해 흥동 2018년부터 개발 붐 #

11일 오후 김해 흥동 일대 ‘도시첨단산업단지(27만㎡)’ 부지에서 만난 정기현(75)씨가 한 말이다. 이곳에서 오디 농사를 짓고 있는 정씨는 “산업단지 계획이 가시화된 2018년부터 외지인이 땅을 사더니 비닐하우스를 짓기 시작했다”며 “전에는 평당 70만~80만원하던 땅값이 지금은 평당 15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사로 참여하는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사업비 1178억원을 투입해 2022년 12월까지 조성한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변이 지난 8일 “김해에도 LH 직원이 사전개발정보를 이용한 투기나 분양권 취득에 연루됐다는 제보가 있다”고 지목한 곳이다.

주민 박정상(73·김해 주촌면)씨는 “경기도 시흥처럼 도시첨단산업단지도 LH 직원이 투기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개발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며 “정부가 철저하게 조사해서 부동산 투기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도시첨단산업단지에 수용되지 않는 인근 땅값은 평당 400만~500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라며 “개발 계획이 가시화되기 전에 흥동 일대에 땅을 산 사람은 평당 300만원 정도의 시세 차익을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땅을 살 사람들은 이미 다 샀고, 현재는 거래가 많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2022년 조성되는 김해 흥동 도시첨단산업단지에 2018년부터 외지인 소유의 비닐하우스가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은지 기자

2022년 조성되는 김해 흥동 도시첨단산업단지에 2018년부터 외지인 소유의 비닐하우스가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은지 기자

부산 대저 1·2동 투기 의혹…조사 착수 

6만여명이 거주하는 김해 율하 1·2지구도 LH가 시행사로 개발한 곳이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율하1지구를 개발한 데 이어 2009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율하2지구 개발을 마쳤다. LH행복주택과 민간 건설업체 아파트 대부분은 입주를 마친 상태다. 일부 상가 분양권이 거래되고 있다.

율하지구에 위치한 윈메이저힐스테이드 인근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LH가 율하지구 토지를 수용한 이후 전매 제한이 풀려 이주자 택지 분양권이 거래됐을 때 웃돈이 평균 2억~2억5000만원씩 붙었다”며 “경기도 시흥처럼 사전에 개발 계획을 알고 미리 땅을 사뒀다면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던 곳”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신규 공공택지에 포함된 부산 강서구 대저지구 일대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고 있다. 정부는 대저1·2동 일대 공공주택 약 1만8000호를 신규 공급할 예정이다. 공급 규모는 243만㎡(74만평)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에 따르면 정부 발표 전인 지난 2월 1일~23일 사이 72건의 토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20건과 비교하면 3.5배 늘었다. 2월 전체 토지 거래 금액은 336억원으로 지난해 한 달 평균의 3배를 넘어섰다.

24일 정부가 부산 강서구 대저동 일대에 중규모 공공택지 대저지구(243만㎡)를 조성해 1만8천호의 주택을 공급하게 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부산 강서구 대저동 일대 전경. 송봉근 기자

24일 정부가 부산 강서구 대저동 일대에 중규모 공공택지 대저지구(243만㎡)를 조성해 1만8천호의 주택을 공급하게 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부산 강서구 대저동 일대 전경. 송봉근 기자

경남과 부산 일대 투기 의혹이 거세지자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경남 경찰은 “33명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의 내부정보 부정 이용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고 11일 밝혔다. 같은 날 부산시는 감사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자체조사단을 구성해 강서구 대저1동 연구개발특구(176만3000㎡,일명 첨단복합지구)와 공공택지(242만6000㎡), 그 주변 등 일대 11.67㎢를 대상으로 공무원 등의 투기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단장을 맡은 류제성 부산시 감사위원장은 “감사위원회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해당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향후 밝혀질 위법·부당한 사항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조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해·부산=이은지·황선윤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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