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도 만났던 스포츠 거인 바흐, 펜싱선수→IOC위원장 연임

중앙일보

입력 2021.03.11 16:04

지난 10일(현지시간) 연임을 확정지은 직후의 토마스 바흐 OC 위원장. AF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연임을 확정지은 직후의 토마스 바흐 OC 위원장. AFP=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10일(현지시간) 연임을 확정지은 건 세계 IOC 전문기자들 사이에선 뉴스거리가 못 됐다.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던 분위기여서다.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호반의 도시 로잔에 있는 그의 집무실은 이름부터가 성(城)이 들어가는 샤토 드 비디(Chateau de Vidy)다. 그의 수성(守城)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그만큼 그의 리더십이 공고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8년 임기 위원장으로 당선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에게 바흐 위원장은 특유의 자신만만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 유수의 리더들에게 축하 전화를 받으면서다. IOC는 위원장에게 연임 1회만을 허용하며, 연임 시 임기는 4년이다. 바흐 위원장의 임기는 2025년까지 보장된 셈이다. 이번 연임은 그의 마지막 날개다. 바흐 위원장은 당면 과제인 도쿄 여름 올림픽 개최 여부부터 선거를 개의치 않고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2018년 3월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북한 노동신문이 당시 게재한 사진이다. 뉴스1

2018년 3월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북한 노동신문이 당시 게재한 사진이다. 뉴스1

위기는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3월 본지와 화상 인터뷰에서 그해 예정돼있던 도쿄 올림픽의 개최에 대해 고민이 깊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연임 직후 수락 연설에서 그는 ”이제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도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지 여부(whether)가 아니라 어떻게(how) 개최해야 하는가 라는 방법론“이라고 확언했다. 올해 7월 개막 일정도 못박았다. 자신감이 읽힌 대목이다. 일본의 코로나19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데다 백신 접종 역시 10일 기준 0.1%에 불과하지만, 연임이 확정된 바흐에겐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 바흐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은 2032년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가 무산된 것이다. 바흐 위원장은 기자와 2014년 인터뷰에서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공동 입장을 성사시키기 위해 평양을 직접 방문했었다”며 “평창에서도 그 장면을 다시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8년 북한을 직접 방문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도 별도로 만났다.

2018년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왼쪽)에게 금장 훈장을 전달한 바흐 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왼쪽)에게 금장 훈장을 전달한 바흐 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일각에선 야심가인 그가 남북 공동 올림픽을 통해 노벨 평화상 또는 유엔의 고위직까지 노릴 수 있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한 미국인 IOC 전문기자는 중앙일보에 “바흐 위원장 본인이 (통일 경험이 있는) 독일 출신인 데다 북한 이슈에 관심이 컸다”며 이 같은 가능성을 귀띔했다.

바흐 위원장 본인 역시 중앙일보와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남북 공동 개최에 대해 확답은 어렵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IOC는 지난달 호주 브리즈번을 2032년 여름 올림픽 개최지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2018년 남북 단일 아이스하키 팀을 격려하고 있다. 바흐 위원장 곁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2018년 남북 단일 아이스하키 팀을 격려하고 있다. 바흐 위원장 곁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청와대 제공]

바흐 위원장은 한반도와 여러모로 인연이 깊다. 그가 위원장으로 관장했던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은 사실 출발점은 그와 악연에 가까웠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한 평창의 유치전 호적수가 독일의 뮌헨이었는데, 뮌헨의 유치위원장이 바흐였다. 바흐 위원장은 당시 ”올림픽은 (평창과 같은 아시아 신흥국 도시가 아니라) 전통적 뿌리가 있는 유럽에서 열려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1976년 금메달을 목에 건 바흐(가운데). Olympic.org

1976년 금메달을 목에 건 바흐(가운데). Olympic.org

그러나 바흐 위원장에겐 큰 그림이 있었다. 2018년 겨울 올림픽 유치전은 2011년 열렸고, IOC 위원장 선거는 2013년이었다. 그가 전자는 양보하되 후자를 득하는 그림을 그렸다는 설이 국제 스포츠계에는 파다하다. 그의 오랜 승부사 기질을 아는 이들 사이에서 나온 얘기다. 그는 펜싱 선수 출신으로 22세였던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플뢰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기업인을 거쳐 IOC 위원으로 입성, 세계 스포츠계 거인으로 우뚝 섰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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