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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창업 10년여 만에 시총 72조…현대차 제치고 3위 등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쿠팡의 주식 공모 가격이 주당 35달러(한화 3만9791원)로 결정됐다. 공모 가격대로라면 쿠팡의 기업 가치는 72조원 대에 달하게 된다. 쿠팡이 창업한 지 10년여 만에 국내 기업의 시가총액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에 오르게 됐다.

미 뉴욕증시서 공모가 주당 35달러로 결정

쿠팡은 11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기업공개 대상인 1억3000만주(클래스A 보통주)에 대한 공모가격을 주당 미화 35달러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희망 공모가격이었던 주당 27~30달러에서 더 올린 것이다. 약 58조원이던 기업가치 역시 14조원가량 더 커졌다. 쿠팡의 주식은 11일(현지시각)부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되며, 공모절차는 15일 종료된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삼성전자(489조5222억·11일 종가 기준)와 SK하이닉스(99조7363억원)에 이어 국내 기업 중 세 번째로 큰 수준이다.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LG화학의 기업가치가 66조2862억원 선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맏형인 롯데쇼핑(3조6068억원)이나, 이마트(4조9480억원)와는 비교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쿠팡주요주주지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쿠팡주요주주지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지분율(10.2%)과 의결권(76.7%)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실탄 마련에 성공했다. 상장 성공으로 그는 주식으로만 6조원 이상을 가진 셈이다. 수평 비교는 어렵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진 보유지분의 가치(지난해 말 기준)가 9조704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4조9457억원이다. 쿠팡 주식의 거래가 시작돼 주가가 오르면 보유 지분의 가치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쿠팡은 뉴욕증시에 입성하면서 2010년 창업 이후 10여년 간 지속해 온 '의도된 적자 시험’도 성공작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더불어 쿠팡에 헌신하다시피 자금을 밀어 넣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역시 최대의 수혜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최근 잇따른 투자 실패로 체면을 구긴 상황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쿠팡이용자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쿠팡이용자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쿠팡이 미 증시 상장에는 성공했지만, 진짜 도전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증시 상장 성공이 반드시 성공한 기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쿠팡은 지난 10년간 누적적자만 41억1800만 달러(약 4조5500억원)를 기록 중이다. 또 쿠팡 스스로 밝힌 대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전통의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는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IT 거인들까지 쿠팡과 일전을 준비 중이다.

따라서 쿠팡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급성장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배달기사 사망으로 대변되는 쿠팡의 고강도 노동환경을 둘러싼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잇단 근로자 사망이 쿠팡 상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며 “쿠팡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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