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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직원=판사" "LH로남불" 분노의 조롱 쏟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H 관련 패러디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LH 관련 패러디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여자가 묻는다. “그 남자는 차도 있고 집도 있어. 너는?”
남자는 답한다. “LH 다녀”

최근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는 게시물 중 하나다. 땅 투기로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에 다니는 것이 자랑이라는 풍자를 담았다.

다 내꺼야→다 LH꺼야, 내부자들→LH부자들

인터넷에서 퍼지는 LH 패러디물. 영화 '내부자들'을 패러디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인터넷에서 퍼지는 LH 패러디물. 영화 '내부자들'을 패러디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LH 직원의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후 인터넷에는 LH를 조롱하는 각종 패러디물이 올라오고 있다. ‘LH 패러디’ ‘LH 짤(자투리 파일)’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된다. 주로 허탈감이나 분노를 표현하는 내용이다.

LH 관련 패러디물. 『다 내꺼야』라는 동화책이 '다 LH꺼야'로 읽힌다(왼쪽). 땅따먹기 보드게임 판에 개발 사업지 이름을 합성한 'LH 모두의 마블' 합성 사진도 인터넷에 올라왔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LH 관련 패러디물. 『다 내꺼야』라는 동화책이 '다 LH꺼야'로 읽힌다(왼쪽). 땅따먹기 보드게임 판에 개발 사업지 이름을 합성한 'LH 모두의 마블' 합성 사진도 인터넷에 올라왔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급속도로 퍼진 건 ‘LH’라는 단어가 한글 ‘내’자와 비슷하게 보인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시물들이다. 『다 내꺼야』라는 동화책을 ‘다 LH꺼야’로 읽거나 영화 ‘내부자들’을 ‘LH부자들’로 바꾸는 식이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을 비난하는 뜻이 담긴 것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서 따온 ‘LH로남불’이나 ‘내돈내산’(내돈으로 내가 산)에서 가져온 ‘LH돈LH산’ 등과 같은 신조어도 퍼지고 있다. LH 패러디물을 1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한 네티즌은 “해학의 민족이긴 한데 왜 눈이 뜨겁지? 눈물 난다”고 적었다.

인터넷에서 퍼지는 LH 관련 패러디물. 유명 방송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LH 혼자 산다'로 바꿨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인터넷에서 퍼지는 LH 관련 패러디물. 유명 방송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LH 혼자 산다'로 바꿨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행정고시보다 LH 공채”

11일 '블라인드'에 올라온 투표. 사진 블라인드 캡처

11일 '블라인드'에 올라온 투표. 사진 블라인드 캡처

직장인 사이에서는 “LH가 신의 직장이었다”며 비꼬는 반응도 나온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여성 출연자들이 “LH 다닌다”고 말하는 남성 출연자에게 호의를 보이는 합성 패러디물도 인터넷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 등 대기업 직장인들이 “나도 LH 갈 걸 그랬다”는 푸념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한 공무원이 “LH 공채 합격과 행정고시 합격 중 뭐가 더 낫냐”며 올린 투표 글에선 참가자 114명 중 90%(104명)가 LH 합격을 골랐다. 이 글엔 “행시 주제에 어딜 LH에 비비냐”(A공기업 직원) “대부동산 시대에 LH 이기려면 노동자 수준에서는 안 된다”(B전문연구기관 직원) 등과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겨우 살고 있는데…허탈” 

인터넷에서 퍼지는 LH 관련 패러디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인터넷에서 퍼지는 LH 관련 패러디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2021년 신(新) 직업 등급표’라는 유머 글도 확산하고 있다. 직업 등급을 1~5순위로 나눈 내용인데, LH 직원이 전문직인 판사와 함께 1등급에 올랐다. 2·3·4·5등급은 각각 형제·부모·친척·친구를 LH 직원으로 뒀을 때였다. LH 직원이라면 부동산 정보에 밝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직원 30대 A씨는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겨우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정보의 비대칭을 극심하게 느꼈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섰다고 할 정도로 허탈하다”고 말했다.

LH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글은 성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다. 최근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은 블라인드에 “우리 회사만의 복지인데 꼬우면 이직하라” “한두 달 지나면 잊혀진다” 등과 같은 글을 써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대해 LH 측은 “글과 달리 LH 전 직원은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글을 쓴 사람은 현직 직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허위 게시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전문가는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민 박탈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정 등 시대적 가치가 훼손된 사건으로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일회성 수사에 그쳐선 안 된다”며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엄벌 외에도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만들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 전반을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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