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힘든 시기 보내는 젊은이여, 아침잠 충분히 자둬라

중앙일보

입력 2021.03.11 13:00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80) 

꿈을 꾸자. 그리고 남과 다른 자기를 만들자. 자기의 또 다른 이름을 세우자. [사진 pxhere]

꿈을 꾸자. 그리고 남과 다른 자기를 만들자. 자기의 또 다른 이름을 세우자. [사진 pxhere]

조약돌의 꿈

오랜 꿈은 둥글다
물살에 모서리 닳은 조약돌처럼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때를 기억하려
허공에 떠올라 허우적거렸다가
끝내 바람이 되었다

꿈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건
조가비와 조약돌임에도
산호와 진주라고 새로 이름 붙여주기

꿈잠이 깊은 이유는
다른 너의
이름을 불러주기까지의 거리

꿈은 눈물처럼 둥글다
둥근 것들은 고요 속에 물기를 담고 있다

해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가 멈추자 피해를 보고 급작스럽게 바뀐 게 많다. 특히 공연·전시 등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대면하는 예술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우리나라에서 이 방면에 종사하는 인원이 많고, 이쪽을 꿈꾸는 학생도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해 세계무대에 한류를 전파하고 있었는데 그 힘이 꺾일까 염려스럽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바꾸어 개념설정을 달리한다면 새로운 방면이 개척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꿈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잠자는 동안에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하고,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에게만 이 중의적 의미가 적용된다.

유아 시절 두뇌가 폭발적으로 자라는 게 모두 렘수면의 작용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꿈을 꾸기 때문에 인간이 된 것이다. [사진 pixabay]

유아 시절 두뇌가 폭발적으로 자라는 게 모두 렘수면의 작용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꿈을 꾸기 때문에 인간이 된 것이다. [사진 pixabay]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이 나는 것은 꿈을 길고 오래 꾼다는 데 있다. 사실 거의 모든 조류와 포유류도 꿈을 꾼다. 개와 고양이도 꿈을 꾼다. 그러나 인간만큼 자주 그리고 길게 꾸지는 않는다. 엄마 품에서 영아에게 젖을 먹이면 금세 잠이 든다. 몸이 축 늘어져 잠든 아기의 두 눈을 살펴보면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이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아기가 꿈을 꾸는 장면이다. 인간은 엄마 자궁 속 태아 때부터 꿈꾸는 잠을 잔다. 꿈꾸는 잠을 ‘렘(REM, Rapid Eye Movement의 약자) 수면’이라고 부른다. 렘수면의 특징은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며, 몸 형태 유지 근육이 마비된다는 점이다. 나무 위에서 잠을 자는 유인원은 근육이 마비되고 균형을 잃어 떨어질 위험 때문에 렘수면 시간이 매우 짧다. 고래는 아예 렘수면이 없다.

유아는 6개월이 될 때까지 하루의 대부분 잠을 잔다. 그중의 50%가 렘수면이다. 이때 뇌신경을 연결하는 시냅스가 활발히 만들어진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미성숙하게 태어나서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이런 걸 ‘유형성숙(幼形成熟)’이라 부른다. 영아의 두개골이 다 자라면 엄마의 좁은 산도를 빠져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진화했다. 유아 시절 두뇌가 폭발적으로 자라는 게 모두 렘수면의 작용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꿈을 꾸기 때문에 인간이 된 것이다.

성인은 하루에 합계 약 90분의 렘수면을 가져야 건강을 유지한다. 렘수면은 한밤중보다 아침으로 갈수록 더 길다. 하룻밤에 평균 5회 정도 렘수면을 가지며 꿈은 20~25회 꾸게 된다. 이런 현상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렘수면은 하루 중에 경험했던 중요한 기억을 통합하고 연상하는 작용을 돕는다. 단기기억은 우선 해마에 입력되는데, 그 용량이 USB처럼 아주 작다. 그래서 자주 비워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은 잠을 자면서 해마에 저장된 기억을 비우고 그중에 꼭 필요한 정보는 용량이 무지하게 큰 저장 용기로 옮겼다가 수시로 꺼내 사용한다. 대용량 저장 용기는 대뇌피질 전체에 두루 퍼져 있다. 시각정보, 청각 정보, 언어정보, 운동정보, 시공간 인식정보 등이 골고루 또 겹쳐 보관되다가 전두엽이 추론과 억제, 판단할 때 활용된다.

렘수면이 부족해지면 새로운 기억을 활용하는데 커다란 지장이 온다. 그래서 사춘기 학생에게 아침잠이 부족하면 학습능력이 저하하고 판단을 정확하게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지 않아도 대뇌피질이 미성숙해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는 시기인데, 부족한 아침잠은 그 상황을 더 악화한다. 가능하면 학생은 아침잠을 많이 자는 게 좋다. 건강상 0교시는 없애야 옳다.

희망을 잃지 않으려면 잠을 푹 자라. 특히 아침잠을 충분히 자두길 부탁한다. 꿈을 꾸어야 꿈꿀 수 있다. [사진 pixabay]

희망을 잃지 않으려면 잠을 푹 자라. 특히 아침잠을 충분히 자두길 부탁한다. 꿈을 꾸어야 꿈꿀 수 있다. [사진 pixabay]

예전에 ‘사당오락’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네 시간 자면 시험에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이제는 ‘오병팔건’이다. 다섯 시간 자면 몸에 병이 들고 여덟 시간 자야 건강해진다는 말이다. 하룻밤에 여덟 시간 동안 잠자는 게 표준이다. 그래야 90분의 렘수면이 확보된다.

카페인과 알코올은 수면에 악영향을 미친다. 카페인은 반감기가 5시간이나 된다. 알코올은 렘수면 방해물질이다. 다시 말해 알코올은 잠을 자게 하는 게 아니라 마취시키는 거다. 사실 수시로 깨는데 알아채지 못하는 거다. 알코올성 치매가 오는 것도 이런 영향이다. 푸른 빛 LED도 수면을 방해하고 해마의 기능을 약화한다. 그래서 잠들기 90분 전에는 어떤 전자기기도 꺼야 수면 질이 좋아진다. 잠이 안 온다고 침대에 누워 있기보다는 숫제 거실에 나와 은은한 전구 아래서 책을 보는 게 도움된다.

꿈을 잃은 젊은이에게 부탁한다. 지금은 정말 힘든 시기이다. 그대들이 겪는 곤란을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희망을 잃지 않으려면 잠을 푹 자라는 거다. 특히 아침잠을 충분히 자두길 부탁한다. 꿈을 꾸어야 꿈꿀 수 있다. 충분히 꿈을 꾸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사회 지능이 발달해야 어떤 사람이 해로운지 도움을 주는 사람인지 헷갈리지 않고 판단할 수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유혹에 빠지기 쉽다.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게 이 힘든 시기를 벗어나는 지혜다. 그러니 꿈을 꾸자. 그리고 남과 다른 자기를 만들자. 자기의 또 다른 이름을 세우자.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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