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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제 맞고도 '어흥'…14살 호순이도 '코로나 면봉'이 무섭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마취총 3번 만에 얌전…코·입에서 검체 채취 

10일 오후 3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주동물원.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앞둔 14살 암컷 시베리아 호랑이인 ‘호순이’가 컴컴한 사육장 안에 엎드려 있었다. 이를 본 김정호 진료사육팀장이 조심스럽게 호순이에게 다가갔다. 그는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길이 3m의 마취총에 주삿바늘을 꽂고 ‘후’하고 마취제를 쐈다.

검사 중 호흡 멎어 산소호흡기 꽂기도

엉덩이에 마취제를 맞은 호순이는 곧 덤벼들 것처럼 “어흥”하고 소리를 냈다. 청주동물원이 사육 중인 호순이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현장이었다. 동물원 측은 지난달에도 호랑이 1마리, 스라소니 2마리 등 고양잇과 동물에 대한 검체를 채취했다.

청주동물원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14살 시베리아 호랑이 '호순이'에게 검채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

청주동물원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14살 시베리아 호랑이 '호순이'에게 검채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

호순이는 마취제를 맞고도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한 사육사가 막대기로 몸을 쿡쿡 찌르자 고개를 움직였다. 이 사육사는 “완전히 마취되면 귀나 눈꺼풀이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아직 마취가 덜 된 것 같다”고 했다. 김 팀장은 다시 마취총을 꺼냈다. 2번째 마취제를 맞은 호순이는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몸을 꿈틀댔다. 호순이는 진정제 투여 30분 만에 3번째 마취제를 투여한 뒤에야 미동이 없어졌다.

건장한 사육사 6명은 150㎏이 넘는 호순이를 들것에 실어 밖으로 옮겼다. 이동과정에서 고개가 축 늘어지자 “떨어진다. 머리 받쳐, 머리 받쳐”라는 소리가 들렸다.

호순이는 이날 새로 조성된 방사장으로 이동한 후 종합 건강검진을 겸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사육사들은 검체 채취 전 호순이의 몸무게를 측정했다. 지난해보다 7㎏가량 살이 오른 157~159㎏이 측정기에 찍혔다. 조우경 청주랜드관리사업소 운영팀장은 “2007년생인 호순이는 고양잇과 동물 기준으로 중장년층에 해당한다”며 “나이가 많아 마취 과정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산소호흡기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호순이 ‘후’ 숨 뱉자 “움직인다” 안도 

2007년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난 호순이. [사진 청주시]

2007년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난 호순이. [사진 청주시]

몸무게를 잰 김정호 팀장은 갑자기 진료팀에 산소호흡기를 요청했다. 오후 3시44분쯤 호순이가 숨을 쉬지 않아서다. 조우경 팀장은 “뇌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폐에 산소를 불어 넣고, 검체를 채취한 뒤 곧바로 마취가 풀리는 회복제를 투입하면 곧 숨이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산소호흡기를 낀 호순이의 코와 입에 20㎝ 길이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했다. 그는 다시 사육장으로 옮겨진 호순이에게 회복제를 투여했다. 오후 3시55분쯤 김 팀장이 꼬리를 쥐어 잡고, 몸통을 흔들자 ‘후’하는 소리와 함께 호순이가 콧수염을 움직였다. 호순이를 지켜 보던 동물원 관계자들은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청주동물원 관계자가 마취제를 투여한 '호순이'가 움직이는지 확인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

청주동물원 관계자가 마취제를 투여한 '호순이'가 움직이는지 확인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

동물원 측은 호순이에게 채취한 검체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으로 보냈다. 검사 결과는 10일 정도 걸릴 예정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 경우를 대비해 동물들의 코로나19 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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