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제 맞고도 '어흥'…14살 호순이도 '코로나 면봉'이 무섭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3.11 05:00

마취총 3번 만에 얌전…코·입에서 검체 채취 

10일 오후 3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주동물원.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앞둔 14살 암컷 시베리아 호랑이인 ‘호순이’가 컴컴한 사육장 안에 엎드려 있었다. 이를 본 김정호 진료사육팀장이 조심스럽게 호순이에게 다가갔다. 그는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길이 3m의 마취총에 주삿바늘을 꽂고 ‘후’하고 마취제를 쐈다.

검사 중 호흡 멎어 산소호흡기 꽂기도

엉덩이에 마취제를 맞은 호순이는 곧 덤벼들 것처럼 “어흥”하고 소리를 냈다. 청주동물원이 사육 중인 호순이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현장이었다. 동물원 측은 지난달에도 호랑이 1마리, 스라소니 2마리 등 고양잇과 동물에 대한 검체를 채취했다.

청주동물원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14살 시베리아 호랑이 '호순이'에게 검채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

청주동물원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14살 시베리아 호랑이 '호순이'에게 검채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

호순이는 마취제를 맞고도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한 사육사가 막대기로 몸을 쿡쿡 찌르자 고개를 움직였다. 이 사육사는 “완전히 마취되면 귀나 눈꺼풀이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아직 마취가 덜 된 것 같다”고 했다. 김 팀장은 다시 마취총을 꺼냈다. 2번째 마취제를 맞은 호순이는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몸을 꿈틀댔다. 호순이는 진정제 투여 30분 만에 3번째 마취제를 투여한 뒤에야 미동이 없어졌다.

건장한 사육사 6명은 150㎏이 넘는 호순이를 들것에 실어 밖으로 옮겼다. 이동과정에서 고개가 축 늘어지자 “떨어진다. 머리 받쳐, 머리 받쳐”라는 소리가 들렸다.

호순이는 이날 새로 조성된 방사장으로 이동한 후 종합 건강검진을 겸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사육사들은 검체 채취 전 호순이의 몸무게를 측정했다. 지난해보다 7㎏가량 살이 오른 157~159㎏이 측정기에 찍혔다. 조우경 청주랜드관리사업소 운영팀장은 “2007년생인 호순이는 고양잇과 동물 기준으로 중장년층에 해당한다”며 “나이가 많아 마취 과정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산소호흡기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호순이 ‘후’ 숨 뱉자 “움직인다” 안도 

2007년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난 호순이. [사진 청주시]

2007년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난 호순이. [사진 청주시]

몸무게를 잰 김정호 팀장은 갑자기 진료팀에 산소호흡기를 요청했다. 오후 3시44분쯤 호순이가 숨을 쉬지 않아서다. 조우경 팀장은 “뇌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폐에 산소를 불어 넣고, 검체를 채취한 뒤 곧바로 마취가 풀리는 회복제를 투입하면 곧 숨이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산소호흡기를 낀 호순이의 코와 입에 20㎝ 길이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했다. 그는 다시 사육장으로 옮겨진 호순이에게 회복제를 투여했다. 오후 3시55분쯤 김 팀장이 꼬리를 쥐어 잡고, 몸통을 흔들자 ‘후’하는 소리와 함께 호순이가 콧수염을 움직였다. 호순이를 지켜 보던 동물원 관계자들은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청주동물원 관계자가 마취제를 투여한 '호순이'가 움직이는지 확인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

청주동물원 관계자가 마취제를 투여한 '호순이'가 움직이는지 확인하고 있다. [사진 청주시]

동물원 측은 호순이에게 채취한 검체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으로 보냈다. 검사 결과는 10일 정도 걸릴 예정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 경우를 대비해 동물들의 코로나19 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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