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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가 서울시 기피시설 곳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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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전익진 사회2팀 기자

서울시가 고양시와 5~20m로 인접한 은평 공영차고지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고양시와 주민들이 발끈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15일 은평 공영차고지 일대 16만5000㎡ 개발을 위한 기본구상 용역을 발주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수색역세권, 경기 고양 향동지구와 연계한 산업지원 공간을 육성할 방침이다. 저이용 낙후 시설과 토지계획을 재정비해 새로운 거점 축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논란의 발단은 서울시가 고양시와 인접한 곳에 개발계획을 세우면서 고양시와 사전에 단 한 차례 협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채수천 고양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총회장은 “은평차고지는 고양시 향동지구 초입에 위치해 관할 자체가 사실상 고양시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서울시의 일방적인 발표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고양시는 “서울시가 수색 차량기지 개발을 위해 은평차고지 맞은편 고양시 땅에 기지창을 옮기자고 하면서 자신들의 땅은 고급 아파트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고양시와 주민들의 하소연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이재준 고양시장도 강도 높은 비판에 앞장서면서 서울시장 예비 후보들에게까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 시장은 “서울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중대한 개발계획을 파편적으로 발표하고, 경계 지역 간 갈등을 불러올 사안을 성급히 추진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개발로 인한 인접 도시에 피해를 주는 행정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시는 은평차고지 일대 면적이라고 해야 가로·세로 400m의 땅인데, 단순한 주거 위주의 개발계획보다는 연담화 방지를 위한 시민 숲 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도시 연담화(連擔化)란 중심도시의 팽창으로 주변 중소도시의 시가지가 서로 달라붙어 거대도시가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 [사진 고양시]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 [사진 고양시]

고양시는 40여년간 맞닿은 서울시 기피시설의 곳간 역할을 하며 피해를 봐왔다. 서울시 기피시설이 경기도 지자체 중 가장 많다. 서울시 장례시설의 경우 서울에는 단 한 곳뿐이지만 고양시에는 서울시립승화원 등 3곳이 있다. 서울시와 경계인 현천동에는 서울시의 하수·분뇨 처리시설인 난지물재생센터가 있다.

이번 문제를 내 집 앞은 안된다는 지방자치단체 간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가 이웃 지자체가 어떤 곤경에 처할지 관심 없이 일방적으로 개발계획을 밀어붙인다면 지역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서울시장 예비 후보들은 인접 도시와의 상생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서울시의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지방자치 발전사에 기록될만한 이웃 도시 간 상생 모델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후보가 나오길 기대한다.

전익진 사회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