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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반중 연대 본격화…한국 눈치외교 안 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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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발 빠르게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그 시발은 12일 열리는 쿼드 4개국(미국·일본·호주·인도)의 첫 화상 정상회의다. 지난달 외교장관에 이어 논의의 격을 정상회의로 높인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얼마만큼 반중(反中) 전선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 환경 급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당장 한국은 끼어들 자리가 없다. 쿼드에 한국과 뉴질랜드·베트남을 더한 ‘쿼드플러스’ 논의가 오가지만 정부는 소극적이다. 겉으로는 미·중 사이의 균형 외교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눈치 외교로 일관하는 현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주도 쿼드 4국 정상회의 12일 개최 #우리도 국격과 실리를 고려해 결심해야

바이든 행정부는 대외 정책 과제 가운데 중국 견제와 억제에 압도적인 비중을 두고 있다. 그 수단으로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의 연대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을 내세우고 있다. 쿼드 정상회의에 이어 곧바로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일본과 한국에 보내는 것에서 그 의지가 읽힌다. 쿼드뿐 아니라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중국의 부상에 맞서는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양국과 방위비 협상을 신속하게 타결한 것은 동맹 결속 강화를 위한 정지작업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로 일관하면 급변하는 국제 환경의 조류 밖으로 밀려나 외톨이가 될 우려가 있다. 백악관은 지난 3일 발표한 안보전략지침에서 중국을 “국제체계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나라”로 표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또한 중국을 “안정적이고 개방된 국제질서에 심각하게 도전할 힘을 가진 유일한 국가”로 규정했다. 일본·호주·인도와 유럽 주요국들의 반중 연대 동참은 기본적으로 이런 인식에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중 연대가 미·중 간 힘의 경쟁뿐 아니라 가치 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쿼드 혹은 쿼드플러스를 동북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논의의 향방에도 주목해야 한다.

다음 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2+2(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한국의 대중 전선 동참 요구가 본격화될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전망이다.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압도적인 한국으로선 섣불리 반중 연대에 동참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동맹 간 굳건한 신뢰가 뒷받침된다면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미·일 협력이든, 쿼드 혹은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이든, 또는 이들의 조합이든 한국의 참여 방안과 수준이 여러 갈래로 열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지못해 외부의 압력에 끌려가는 소극적 입장이 아니라 국격과 원칙, 그리고 실리를 함께 고려한 끝에 스스로 우리의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