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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도 수상하다…산단 예정지엔 ‘벌집’ 50채 늘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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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9일 오후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마을. 세종시 신도시에서 북쪽으로 8㎞ 정도 떨어진 이곳은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다. 곳곳에 조립식 패널로 지은 집이 눈에 띄었다. 한두 필지 위에 여러 채가 각각 나뉘어 있는 형태로 일명 ‘벌집’으로 불린다. 와촌리 마을 입구 쪽에만 9채가 모여 있다. 인근 또 다른 마을에도 조립식 패널 집이 쌍둥이처럼 늘어서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산업단지 내 조립식 주택은 50채 이상이다.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가보니 #주민 “평일엔 대부분 인기척 없어” #2018년 초부터 지어, 보상 노린 듯 #“땅값 1년 새 3.3㎡당 100만원 올라” #LH가 설계, 시행은 세종시와 공동

땅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일원에 보상을 노린 묘목들이 조직적으로 식재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땅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일원에 보상을 노린 묘목들이 조직적으로 식재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곳에서 만난 주민 A씨는 “2018년 초부터 갑자기 외지인의 토지 문의가 늘고 조립식 주택이 늘어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얼마 뒤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며 “보상을 노리고 지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조립식 주택은 대부분 평일엔 인기척이 없다가 주말에 불이 켜지곤 한다”며 “주말에 개를 산책시키거나 여름에는 마당에 임시 물놀이 공간을 만들고 놀다가 떠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개발 예정 부지에 촘촘하게 들어선 조립식 주택 앞에 나뒹굴고 있는 우편물과 주소 팻말. 뉴스1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개발 예정 부지에 촘촘하게 들어선 조립식 주택 앞에 나뒹굴고 있는 우편물과 주소 팻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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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밭 곳곳에는 매실 등 묘목이 심어져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묘목이 크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심은 지 2~3년으로 추정된다고 마을 주민은 전했다. 이 지역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산업단지 지정 직전에 조립식 주택을 짓거나 농지에 나무를 심은 것은 대부분 개발 도면이나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 관계자는 “2018년 6월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 이전에 허가를 받아 지은 조립식 주택은 29채 정도로 파악됐다”며 “이 일대 개발행위 제한이 고시된 2018년 9월 이후 새로 지은 조립식 주택은 없다”고 설명했다.

돌아가지 않는 전기계량기가 이 조립식 주택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가지 않는 전기계량기가 이 조립식 주택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업소와 주민들에 따르면 이 일대 땅값은 3.3㎡당 논밭이 80만~100만원, 대지는 300만원을 호가한다. 주민 C씨는 “1년 전 3.3㎡당 18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00만원 이상 상승한 것 같다”고 전했다. 세종시에 따르면 연서면 토지거래 신고 건수는 2017년 1464건에서 2018년 2075건으로 1년 사이 41.7% 증가했다.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는 2027년까지 조성하는 게 목표다. 이 사업은 세종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 시행한다. 설계는 LH가 담당하며, 보상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곳에는 사업비 1조5000억원을 들여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선도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시와 경찰은 제기된 투기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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