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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 주일대사 “생각보다 분위기 더 차갑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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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 주일 한국대사가 10일 “일본에 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분위기가 더 차갑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이날 첫 특파원 간담회에서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태라는 것을 한국에선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달 넘도록 총리·외무상 면담 못해 #"양국 관계 최악의 상태라는 것 느껴" #"일본 정부가 우리 메시지에 답해야"

10일 일본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강창일 주일대사. [사진 주일한국대사관]

10일 일본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강창일 주일대사. [사진 주일한국대사관]

강 대사는 지난 1월 22일 부임 후 집권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 등 일본 정계 주요 인사와 면담했지만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이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다. 전임자인 남관표 대사가 부임 나흘 만에 고노 다로(河野太郎) 당시 외무상을, 12일 만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와 만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 신문 등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 때까지 면회에 응하지 않을 태세"라고 전했다.

강 대사는 간담회에서 한국이 이미 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일본이 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께서 3·1절 기념사를 통해 우리 정부는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해 나가려 하며 일본과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일본 정부가 우리의 메시지에 긍정적으로 화답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평화의 제전인 도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고자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일 관계는 외교 수장 간 상견례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의용 외무장관이 모테기 외무상에게 전화 회담을 요청한 상태지만 일본 측에서 답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2일 부임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도 아직 정 장관을 만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주일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대안을 들고 와야 만나겠단 일본의 태도는 아예 대화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마주 앉아야 대안이고 뭐고 나올 수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단 이 관계자는 "중앙일보 등 한국 언론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기했다. 대위변제안(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우선 지급하고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포함해 한국 정부도 여러 방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정치권 일각에서 일본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반일주의자가 아닌데 일본에선 문 대통령을 반일주의자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강 대사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희생된 모든 분들과 유족께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면서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이른 시일 내 현지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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