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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오 “‘루카’ 역대급 액션으로 고생…악역 끝판왕 되고파”

중앙일보

입력

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에서 특수부대 출신 국정원 공작원 이손 역을 맡은 배우 김성오. [사진 tvN]

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에서 특수부대 출신 국정원 공작원 이손 역을 맡은 배우 김성오. [사진 tvN]

극 중 이손(김성오)와 지오(김래원)이 추격전 끝에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사진 tvN]

극 중 이손(김성오)와 지오(김래원)이 추격전 끝에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사진 tvN]

사람과 괴물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9일 종영한 tvN ‘루카: 더 비기닝’이 남긴 질문이다. 전기뱀장어ㆍ해파리ㆍ박쥐ㆍ철갑상어ㆍ초파리 등의 유전자를 조합해 만들어진 존재 지오(김래원)는 괴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살길 꿈꿨지만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하나같이 괴물이 되어갔다. 그를 앞세워 인간 개조를 꿈꾸는 과학자 류중권(안내상),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사이비종교 지도자 황정아(진경),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국정원 김철수 실장(박혁권) 등 서로 목적이 다를뿐 인간성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지오마저 자신이 사랑하는 하늘에구름(이다희)과 딸을 지키기 위해 괴물이 되는 길을 택하고 만다.

국정원 공작원 이손 역, 악역 계보 이어 #“지오 이길 수 없다는 것 처음부터 알아 #때론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할 때도 있어” #의외 러브라인에 “멜로 자신있다” 답변

이손(김성오)은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괴물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국정원 공작원이 된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지오를 잡는 것이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그를 잡을 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도 감내할 수 있다고 여긴다. 지금보다 힘이 세질 수 있다면 팔 한쪽을 영영 잃어도 상관없다며 스스로 강화 주사를 놓을 만큼 무자비하고 자신을 가로막는 이가 있다면 어떠한 악행도 서슴지 않는다.

10일 화상으로 만난 배우 김성오(43)는 “이손은 처음부터 지오가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다른 건 할 줄 아는 게 없고 오직 이 길밖에 없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출퇴근을 반복하다 보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계속하고 있을 때가 있지 않냐”며 “마치 어부가 오늘 고기를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변함없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것 같은 심정”에 비유했다.

“40대 더 센 액션도 가능…보여주고파”

김성오는 “악역인데 눈이 너무 예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며 해맑게 웃었다. 배역에 따라 얼굴과 표정이 확연하게 바뀌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사진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김성오는 “악역인데 눈이 너무 예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며 해맑게 웃었다. 배역에 따라 얼굴과 표정이 확연하게 바뀌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사진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아저씨’(2010)의 범죄조직 수장, 드라마 ‘자이언트’(2011)의 사채업자, ‘싸인’(2011)의 사이코패스 등 강렬한 악역으로 이름을 알린 그였지만 이번 작품은 “역대급 액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했던 작품을 통틀어서 가장 액션신이 많았어요. 대사보다 액션이 많을 정도였으니까요. 다행히 래원이도 액션 경험이 많아 합이 잘 맞았고 다희는 아무래도 여자니까 좀 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굉장히 적극적이더라고요. 저도 어느덧 40대가 됐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더 센 액션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몸은 고생했지만 내심 좋았어요.” 영화 ‘널 기다리며’(2016) 촬영 당시 어깨 부상으로 수술한 이후 1년간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던 그는 “사실 액션을 잘 소화하려면 끝까지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촬영 전에 틈틈이 헬스장에 가서 근육을 계속 긴장시키며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 총기 오발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고 비슷한 처지에 놓은 유나(정다은)와 예상치 못한 러브라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특수병기처럼 길러진 탓에 달달함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묵직한 전우애가 느껴졌다. 김성오는 “처음 촬영을 시작했을 땐 이손과 유나가 서로 이런 감정을 갖게 될 줄 몰랐다”며 “각자 주어진 상황에 충실히 달려가다가 돌봐주고 싶은 감정이 싹텄기 때문에 조금 더 애틋해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누가 제일 잘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사랑’이라고 대답해요. 지금 색시랑 연애할 때도 보면 사랑을 정말 잘하는구나 생각했거든요.” 2014년 배우 최유진과 결혼한 그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멜로에 자신있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냐”며 사랑꾼다운 답변을 내놨다.

“선악 흑백논리 벗어나면서 악역도 진화”

김성오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작품 선택 기준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내 의사가 제일 중요했지만 이제는 경제적 요소부터 많은 것을 고려하게 됐다. 배우로서 마이너스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좀 더 폭넓게 보게 되면서 연기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김성오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작품 선택 기준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내 의사가 제일 중요했지만 이제는 경제적 요소부터 많은 것을 고려하게 됐다. 배우로서 마이너스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좀 더 폭넓게 보게 되면서 연기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2011)의 김비서 등 코믹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지만 유독 악역으로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 그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악역이 기억하기 쉬워서 빨리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동안 너무 악역만 들어와서 고민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 그 시기는 지난 것 같아요. 예전엔 악역이 ‘나쁜’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요즘은 나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지면서 선악 흑백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어요. 착한 사람도 나쁜 구석이 있고 나쁜 사람도 착한 구석이 있잖아요. 어떤 사람을 표현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니까 이참에 아예 악역에 있어서 ‘끝판왕’이 되어보자 하는 욕심도 생기고 꿈도 커지는 것 같아요.”

자신의 악역 계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아저씨’와 ‘널 기다리며’를 꼽았다. 2000년 연극배우로 데뷔 이후 10년간 무명생활을 끝내준 ‘아저씨’가 “직업이 배우라고 말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면, ‘널 기다리며’는 “인간 김성오를 되돌아보게 만든” 작품이라고. “‘널 기다리며’에서 연쇄살인범 기범 역을 위해서 한 달 만에 16㎏을 감량했어요.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는데 과연 영화가 아니면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하면서 배우를 처음 꿈꿨던 그 열정이 아직 식지 않았구나 싶더라고요. 스스로 김성오라는 사람을 검증한 시간이기도 하고. 앞으로 배우로서 또 많은 작품을 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게 되겠지만 그때 그 마음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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