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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강제모집 증거 무시" 일본 내 첫 램지어 비판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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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하버드 로스쿨 유튜브 캡처].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하버드 로스쿨 유튜브 캡처].

일본군 위안부의 실체를 부정하는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과 관련해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가 처음으로 공식 비판 성명을 내놓았다.

10일 위안부 문제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 온라인판에 게재된 램지어 교수의 논문 내용을 비판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위안부를 공창(公娼)과 동일시하는 램지어의 논문은 전문가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됐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선행 연구가 무시됐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어 문헌을 참고하고 있지만 취급이 자의적이라고도 했다. 또 중요한 부분에선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채 주장만 전개되고 있다며 몇가지 문제점을 거론했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공창 제도와 깊은 관련이 있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다"라며 "위안소는 공창제도와 달리 일본군이 직접 지시하고 명령해 설치했으며 관리했다"고 지적했다.

또 위안부는 일본군이 직접 징모(徵募)하거나 일본군의 지시, 명령을 통해 강제 모집됐다며, 논문이 일본군의 주체적인 관여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료(史料)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다’라는 등의 말은 일본이나 한국 등에서 위안부 피해 부정론자들이 반복적으로 주장해 온 것으로, 이를 새롭게 포장한 램지어 논문 내용에 대한 비판을 ‘반일’이라고 공격하는 등 혐한이나 배외주의에 뿌리 깊은 움직임이 일본사회에서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성명 작성에 동참한 '파이트 포 저스티스' 등 일본 시민·학술 단체들은 오는 14일 램지어 논문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여는 등 위안부 실체를 왜곡하는 일련의 흐름에 맞서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 세미나는 지난해 12월 IRLE 온라인판에 램지어 논문이 게재되고 이를 산케이신문이 올 1월 31일 처음 보도하면서 논란이 시작된 이후 일본 학자와 시민사회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개최하는 첫 학술 행사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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