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박 흥행' 대륙 뒤흔든 저예산 영화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1.03.10 12:00

“50억 위안”

중국 영화 시장에서 ‘초대박 흥행’을 상징하는 숫자다.

중국 영화 <니하오, 리환잉> 본토 2위 기록 세워
박스 오피스 50억 위안 돌파한 역대 세번째 작품

얼마 전까지 중국 본토에서 흥행 수입 50억 위안(약 8680억 원)을 돌파한 영화는 단 두 편. 역대 박스오피스 1-2위를 기록한 〈전랑2(战狼2)〉와 〈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뿐이었다.

2021년 또 한 편의 영화가 이 '마의 숫자'를 넘어섰다. 지난 2월 개봉한 〈니하오, 리환잉(你好,李焕英 안녕, 리환잉)〉이다.

*영화의 제목은 국내에 소개된 기존 사례에 따름.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품은 중국어 발음과 한국어 뜻풀이를 병기함.

[사진 더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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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이자하오]

[사진 바이자하오]

2021년 3월 7일, 〈니하오, 리환잉〉이 박스오피스 50억 위안을 돌파했다. 〈나타지마동강세(50억 3500만 위안)〉를 밀어내고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니하오, 리환잉〉은 이와 동시에 '중국 역사상 최단 시간에 50억 위안을 돌파한 영화'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지난 2월 12일 춘제(春节 중국의 음력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한 이 영화는 처음부터 흥행 기대작은 아니었다. 당초 흥행 수입이 15억 위안(약 2600억 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춘제 연휴가 시작되자 찾는 관객의 수가 꾸준히 늘었다. 초반 1위를 달리던 〈당인가탐안3(唐人街探案3)〉와의 격차를 점차 좁히더니 마침내 춘제 개봉작 박스오피스 1위 왕좌를 차지했다.

[사진 더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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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제목: 니하오, 리환잉 (你好, 李焕英 영문: HI, MOM)
-장르: 판타지, 코미디, 가족
-감독: 자링(贾玲)
-주연: 자링(贾玲) 선텅(沈腾) 천허(陈赫) 장샤오페이(张小斐)
-러닝타임: 1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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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대륙은 왜 이 영화에 열광할까

〈니하오, 리환잉〉은 자링(贾玲)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중앙희극학원(中央戏剧学院)에 합격해 베이징으로 상경한 자링은 입학 후 얼마지 않아 어머니의 사고 소식을 접한다. 갑작스런 이별은 마음에 잊지못할 아픔과 회한을 남겼다. 그로부터 약 20년 후, 딸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영화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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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대학에 갓 합격한 주인공 자샤오링(贾晓玲)은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는다. 슬픔에 잠겨있던 그녀는 뜻밖에 1980년대로 타임슬립한다. 그곳에서 젊은 시절의 엄마 리환잉(李焕英)을 만나고 둘은 친구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다. 미래에서 온 자샤오링은 이번에야말로 어머니에게 큰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상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니하오, 리환잉〉은 엄마와 딸, 가족간의 정을 다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개봉 후 20일이 넘었음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중국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 8.1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 더우반]

[사진 더우반]

“웃다가 울고 나왔다. 재미도 감동도 있는 영화”

“감독이 왜 이 영화를 찍었는지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엄마의 죽음 후 되돌릴 수 없는 상실감에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인생역전과 같은 뻔한 전개가 아니라 그냥 소박한 일상과 감정선을 그린 점이 좋았다”

[사진 더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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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 영화 중 원탑, 배우 인기도 급상승

중국 현지에서는 〈니하오, 리환잉〉의 흥행을 뜻밖이라 평가한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본토 박스오피스는 블록버스터 대작이 장악했다.

지난 2017년 〈전랑2(战狼2)〉가 주성치 코미디 영화 〈미인어(美人鱼 2016)〉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후, 10위권 이내로 치고 들어온 영화의 대다수가 〈오퍼레이션 레드 씨(红海行动 2018)〉, 〈유랑지구(流浪地球 2019)〉 등 전쟁이나 SF를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사진 더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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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추세 속, 2021년 〈니하오, 리환잉〉의 인기는 2년 전 애니메이션 영화 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 2019)의 흥행과 더불어 이례적인 사례다.

제작비 측면에서 봐도 〈니하오, 리환잉〉은 상대적으로 저예산 영화에 속한다. 중국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이 작품의 제작비는 8000만 위안(약 138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1위 〈전랑2〉의 경우 300억 원이 넘게 투입된 대작이다. 현지 업계에서는 〈니하오, 리환잉〉을 투자 대비 가장 수익이 높은 ‘가성비 갑’ 작품으로 평가한다.

감독 겸 배우 자링 [사진 터우탸오]

감독 겸 배우 자링 [사진 터우탸오]

영화의 흥행으로 주연 배우의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다. 〈니하오, 리환잉〉은 배우 자링의 감독 데뷔작이다. 자링 감독은 첫 작품으로 대박을 치면서 중국에서 가장 높은 흥행수입을 거둔 여성 감독이 됐다. 중국 감독의 데뷔작 가운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이다. 극 중 자링은 딸 역할을 직접 맡아 연기하기도 했다.

엄마의 젊은 시절로 분한 배우 장샤오페이(张小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극 중 장샤오페이의 연기에 눈물을 흘렸다"며,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며 따른다.

장샤오페이 [사진 소후닷컴]

장샤오페이 [사진 소후닷컴]

장샤오페이는 중국 톱배우 양미(杨幂)와 베이징전영학원(北京电影学院) 동기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1986년 생, 30대 중반의 나이에 처음으로 영화 주인공을 맡았다. 다소 늦었지만 '박스 오피스 50억 위안 배우'라는 값진 타이틀을 달았다.

〈니하오, 리환잉〉의 덕을 본 것은 배우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의 인기로 후베이(湖北)성 상양(襄阳)시가 ‘발굴’됐다고 중국 매체들은 보도했다. 상양은 나관중과 김용의 작품 속에도 등장했던 도시로, 남북 문화가 교차하고 수많은 역사적 이야기의 배경이 된 장소이기도 하다.

영화에 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요 촬영지인 상양을 찾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식당, 이발소, 유치원 등 건물이 인증샷 필수코스가 됐다. 1970-80년대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과 거리 풍경이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국내에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대박난 후 촬영지 포항 구룡포가 인파로 들썩인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상양 [사진 신화사]

상양 [사진 신화사]

올해 춘제, 중국 극장가는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며 나홀로 쾌재를 불렀다. 코로나19로 암흑기를 겪고 있는 전세계 극장가와 비교하면 '저세상' 분위기다. 설날 당일 수입만 17억 위안(약  2900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처럼 기록적인 춘제 대목 개봉작 가운데, 〈니하오, 리환잉〉은 뒷심을 발휘하며 최종 승자로 부상했다.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니하오, 리환잉〉의 앞에는 이제 단 한 작품만 남아있다. 현지 영화계에서는 〈니하오, 리환잉〉이 역대 최고 기록(전랑2: 56억 8700만 위안)을 갈아치울 수도 있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저예산 영화 〈니하오, 리환잉〉이 300억 원을 투자한 블록버스터 대작 〈전랑2〉를 넘어설 수 있을까.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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