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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네이버 이해진의 꿈, 소뱅 손정의의 꿈(풀버전)

중앙일보

입력 2021.03.10 10:40

업데이트 2021.08.26 16:01

안녕하세요. 팩플레터입니다. 🙋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빅샷’의 행보는 늘 화제입니다. 이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자본이 움직이고, 기술산업과 미래의 일자리도 영향을 받으니까요. 혁신산업에서 그런 리더십을 주도하는 쪽은 주로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죠.

아시아에서 그럴 만한 기업가를 꼽는다면 누가 생각나실까요? 위험 감수에 주저함이 없고, 세계 최대의 기술투자 펀드를 만들어 AI 혁명을 이끌겠단 욕심을 감추지 않는 사람.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있지요. 한국에선 그럼 누구? 독주하는 미국 빅테크에 고분고분 시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기업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생각납니다. 네이버가 최근 유럽과 동남아에서 굵직한 해외투자를 잇따라 내놓는 걸 보며 저는 그의 끈기를 확인하곤 합니다.

이 두 사람이 일본서 창업한 기업들이 최근 살림을 합쳤습니다. 국적 불문하고 카테고리별 1등에 투자하는 손 회장보다는 일본 찍고 아시아 거쳐 유럽-북미 진출을 노리는 이해진 창업자에게 더 의미있는 사건 같습니다. 그가 일본에서 쓰고 있는 대하드라마를 오늘 레터에서 해설합니다. 네이버의 미래, 아시아 IT 기업의 미래가 궁금하신 분들께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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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장은 돌아오는 거야  

회장이 돌아온다. 사실 떠난 적이 없다는 말도 맞다. 그러나 ‘이해진 회장’의 공식 복귀가 의미하는 바는 뚜렷하다. (이후 각인의 직함 및 호칭 생략)

· 3월 1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5로 출자한 A홀딩스가 일본에서 출범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A홀딩스 회장 겸 공동대표다. 2017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려놓았던 그가 다시 ‘최고위’로 돌아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4월부터 소프트뱅크 회장직을 그만두고 투자와 새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겠다 했다. 물론 은퇴도 휴식도 아니다. 그룹 회장도, 비전펀드 회장도 여전히 그다. 도리어 더 큰 점프를 준비한다. 지난달 28일 트위터엔 이렇게 적었다. “16세에 뜻을 세우고 단신으로 도미했다. 지금의 솔직한 심경을 말하자면 ‘논에서 우는 개구리가 멀리 도약하도다’라고 할까.”
· 이해진과 손정의, 주인은 둘일 수 없어도 꿈은 교차할 수 있다. 일본에서 힘을 키워 글로벌로 간다는 꿈, 미국·중국이 양분한 테크 업계에 ‘제 3의 주자’가 되겠다는 꿈, 그 교집합이 A홀딩스다. 야후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와 라인은 회사를 합치고(사명은 그대로 ‘Z홀딩스’), A홀딩스가 Z홀딩스를 지배한다. 단숨에 일본 내 3억 명의 이용자(단순 합산), 200개 서비스를 확보한 회사가 됐다.

2. 라인이 피기까지는 

이해진 회장은 네이버 창업(1999년) 이듬해에 일본 법인을 세웠을 정도로, 처음부터 일본을 주목했다. 일본 인구가 한국의 2배 이상이고(1억 2600만명), 인터넷 전환에 큰 기회가 있다고 봤기 때문.

① 두번의 실패
· 2000년 한게임재팬(게임)네이버재팬(검색)을 설립했다. 게임사업은 어느 정도 안착했지만 검색은 야후재팬(점유율 70%)에 속절 없이 밀렸다. 회사는 2005년 검색을 접었다.
· 2008년, 이해진은 정예병을 보내 재도전했다. 갓 인수한 검색엔진 '첫눈'의 개발팀을 NHN재팬으로 보내 이듬해 '네이버 마토메'라는 웹스크랩북 서비스를 내놨다. 2010년엔 일본 7위 포털 라이브도어를 63억엔(760억원)에 인수했다.
· 결과는 다시, 실패. 2013년 일본 내 검색·사전 서비스를 모두 접었다. 이해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고생도 많이 했고, 돈도 많이 썼고, 술도 많이 먹고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② 라인의 성공
·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 11일, 이해진은 도쿄 사무실에 있었다. 지진 직후 전화는 불통인데 대화용 프로그램은 작동됐다. 이에 그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연이은 실패로 인한 압박을 뒤집을 기회가 될 줄, 그때 그는 알았을까.
· 3개월 후 출시된 라인은, 19개월 만에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다. 트위터(49개월)나 페이스북(54개월)보다 빨랐다. 이해진의 회고다. "정말 많은 시도들이 실패했고, 마지막 순간에 이번에는 지진까지 와서... 그 이후에 끝까지 남아 있던 친구들이 밤새워 만든 게 라인입니다."(2013년 11월 25일 기자 간담회)
· 라인은 동남아에서 자리 잡아 2015년 월 사용자 2억명을 넘겼고,2016년 7월 14일 도쿄·뉴욕 증시에 동시 상장했다. 상장 첫날 기업가치는 1조엔(10조 6000억원). 넥슨 이후, 국내 인터넷기업의 두 번째 해외 상장이었다.

③ 적과의 동침
라인은 한 단계 올라설 동력이 필요했다. 야후재팬의 구애를 받아들인 배경이다.

· 한때 2억을 넘던 라인 월사용자(MAU) 수는 1억6000만명에서 횡보를 거듭했다. 주가 역시 2019년 가을까지 상장 무렵의 수준(2016년, 3000엔 대)를 넘지 못했다. 전자상거래 라인쇼핑을 시작했지만 신성장 동력이라기엔 부족했다.
· 라인은 2019년 1월 금융·엔터·인공지능(AI)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선언하고, 간편결제인 라인페이에 집중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Paypay)도 퍼주기 마케팅을 시작해 버렸다. 출혈경쟁 끝에, 라인은 2019년1~3분기 339억엔(3800억원) 적자를 봤다.
· 야후재팬의 주 사용자는 40대 전후. 라인이 보유한 젊은 사용자 층이 부러웠다. 그래서 일찌감치 라인에 러브콜을 보내오던 터였다. 양사는 2019년 11월 합병을 결정한다. 닛케이는 "SNS에 강한 라인과, 일본내 전자상거래 강자 야후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3. 이해진의 3단 경영

이해진의 빅 픽처를 가늠하려면, 3번의 경영 전환을 알아야 한다.

① 1기 - 한게임 합병
포털 네이버의 첫번째 승부수는 한게임 인수합병이였다.이해진은 김범수 한게임 대표를 설득해 합병을 성사시켰다. 이후 흑자기업 한게임은 네이버가 신사업과 기술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돈을 벌어다 줬다.
2002년 출시한 네이버 지식iN, 2003년 내놓은 블로그·카페가 연이어 성공했다. 네이버는 다음을 밀어내고 국내 1위 포털이 됐다. 이 시기 이해진은 지식백과·어학사전·뉴스·도서 등 데이터베이스(DB) 축적에 공들여 현재 네이버 독주의 반석을 놨다.

② 2기 - 모바일 전환
이해진은 검색에 대한 애착이 크다. 라인의 급성장은 그의 생각을 ‘모바일’로 이끈 중요한 모멘텀이었다.

· 2010년 전후 네이버 내부에선 ‘모바일 흐름에 뒤쳐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이해진은 "한눈 팔지 말고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하지만 2011년 라인의 성공 후 2013년 네이버의 사업을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했다.
· 2013년 6월 NHN은 포털(네이버)·게임(한게임)·모바일(캠프모바일)·메신저(라인플러스) 4대 분야로 개편됐다. 2014년엔 한게임 지분 전량을 이준호 현 NHN 회장에게 매각하며 완전히 결별했다.

③ 3기 -글로벌
2013년부터 이해진은 라인 의장직을 맡아 올인했다. 한편으로는 네이버의 북미·유럽 투자도 직접 챙겼다.

· 이해진의 글로벌 전략은 ‘문화화’다. 2016년 라인 상장 후 인터뷰에서 그는 "지역별 이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철저히 이해하고, 그 관점에서 제품을 제공하면 길이 열려 있다"며 "이는 현지화와 다른 문화화"라고 강조했다.
· 라인은 동남아 각국 문화에 맞춰 전략을 짰다. 저녁식사를 배달시켜 먹는 문화가 많은 태국에서는 라인에 배달을 붙이고, 구매대행·택배 서비스를 추진하는 식이다. 라인의 월이용자는 태국 4700만, 대만 2100만, 인도네시아 1300만이다.
·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경영통합은 네이버의 기술력소프트뱅크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이라며 "일본 시장에 적용한 후 아시아와 글로벌로 진행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4. 손정의의 계획 혹은 희망

손정의는 "일본 혹은 아시아에서 세계적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줄곧 말해 왔다. 최근엔 ‘세계적 AI기업’이라고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 그걸 꼭 나 혼자 힘으로 만들 필요가 없고,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손정의는 A홀딩스에서 공식 직함이 없다. 이해진과 함께 A홀딩스를 이끄는 공동대표는 손의 후임자인 미야우치 켄 소프트뱅크 신임 회장이다. 손정의 자신은  ‘소프트뱅크 창업자 이사’라는 직함으로, 투자와 네트워크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적 기업을 만든다’? 지난 2월 그가 소프트뱅크그룹 실적발표회에서 한 설명에 힌트가 있다. “페이페이(소프트뱅크의 간편결제)를 개발한 건 야후도 소프트뱅크도 아닙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인도 Paytm의 기초 기술을 기반으로, 소뱅이 투자한  알리바바그룹 알리페이의 사업모델을 활용해 만들었습니다.”
· 소뱅과 비전펀드가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는 의료·교육·모빌리티 등 각 분야 164개 사(비전펀드1·2, 라틴아메리카펀드)에 달한다. 손정의는 “이것이 그룹의 시너지”라며 “이중 20~30개는 일본에 적합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홀딩스에게는 천군만마다.

5. 그런데 신중호가 누구요

지주사인 A홀딩스가 큰 그림을 그렸다면, 색칠은 운영사인 Z홀딩스의 몫이다. 붓대를 잡은 건 신중호 Z홀딩스 그룹최고제품책임자(GCPO)다. ‘리틀 이해진’으로 불리는 그는, 심지어 얼굴마저 닮았다.

① 신중호, 라인의 아버지
· 신중호는 국산 검색엔진 ‘첫눈’의 최고기술책임자(CTO)였다. 네이버가 첫눈을 인수한 뒤 장병규 첫눈 대표(현 크래프톤 의장)는 자기 길을 갔고, 신중호는 네이버에 남았다. ‘글로벌에서 통하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이해진의 설득에 붙들린 것.
· 이해진의 일본 도전 2회차 선봉장으로, 신중호는 2008년 첫눈 개발팀을 이끌고 일본에 갔고, 2011년 라인 메신저를 만들었다. 이후 그는 라인의 서비스 혁신을 리드했다. 공식 직함인 CWO(cheif WOW officer)는 고객이 ‘WOW’ 감동할 만한 서비스인지 판단한다는 것.

② 신중호, Z홀딩스의 캐스팅보터
· Z홀딩스의 숙제는 라인-야후재팬의 ‘각자 서비스’를 어떻게 제대로 통합해 좋게 만드느냐다. 양사 간 알력도 있을 수 있다. 살림을 합쳤다지만, 각자 ‘내 새끼’ 유지하는 쪽으로 팔이 굽기 마련이니까.
·결론은 신중호다. 그는 Z홀딩스의 최고제품책임자(GCPO)다. 회사의 모든 서비스의 출시와 중단 등 결정은 ‘제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여기엔 네이버·소뱅 출신이 같은 수로 들어가 있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신중호가 한다. 그래서 신중호는 라인에 이어 Z홀딩스에서도 ‘키 맨’이다.

6. 이해진과 손정의, 조건부 동행

소프트뱅크의 광범위한 투자 네트워크를 라인이 활용할 수 있지만, 기존 투자처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둘의 동행이 ‘따로 또 같이’인 이유다. 네이버의 국내 경쟁자인 쿠팡만 해도 소뱅 비전펀드의 투자로 여기까지 왔다.

· 양사는 경영통합의 명분이자 목표로, “미국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와 중국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에 맞설 ‘제3극(極)’의 테크 기업”을 내걸었다. 그런데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 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효자다. 8000배(NYSE 상장일 기준) 가량 수익을 안긴 ‘손정의의 인생투자’로 불린다.
· 라인은 지난해 일본 음식배달업체 ‘데마에칸’에 340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다. 데마에칸 배달을 라인 앱과 결합해 키울 계획이다. 그런데 일본 내 데마에칸의 최대 경쟁자는 우버이츠다. 우버도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회사다.
· 소뱅 투자사 간 족보가 꼬인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지난 2019년에는 소뱅이 투자사인 우버이츠-도어대시에 ‘경쟁보다는 합치는게 어때’ 제안했지만 무산됐다고. 어쨌거나 지난해 도어대시의 뉴욕 상장으로 소뱅은 17배(상장 첫날 기준) 수익을 거뒀으니, 이기는 놈 우리편이고 잘되는 자식이 제일 예쁘다.

7. 그래서, 합쳐서 당장 뭘 하나  

일본의 디지털화(化), 모바일화(化)다. ‘글로벌이라더니 일본 내수용?’이라고 하기엔 큰 시장이다. 모바일 성장 여력이 많은 미개척지이자, 이미 미국 기업들이 꽉 잡은 글로벌 시장이기도.

· 3월 1일, Z홀딩스 공동대표들이 일본에서 사업전략을 발표했다. 야후 포털과 라인 메신저를 성공적으로 결합해, 1)상거래 2)로컬(식당·관광) 3)핀테크 4)공공행정 4개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 이해진 표 글로벌 전략인 ‘문화화’를 준용할 예정이다. 공동 CEO들은 “일본 사용자의 불편함 해결”을 수차례 강조했다. 구글이나 아마존이 못 하는, 철저한 현지 문화에 바탕한 서비스를 약속했다. 구글과 아마존은 각각 현재 일본 검색광고와 온라인 쇼핑 시장 최강자다.
· 쇼핑·금융·로컬 등을 전부 책임지는 확실한 ‘수퍼앱’으로 일본을 평정한 뒤, 그걸로 아시아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다.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성공한 라인의 지혜를 공유하고, 네이버·소프트뱅크 같은 파워풀한 모기업을 통해 해외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 손정의의 강조점, ‘AI기업’도 천명했다. 5년간 5000억엔(5.3조원)을 투자하고 5000여명의 AI 전문가를 채용하겠다고.

팩플팀 factp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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