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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는 외국인 3000만 시대 온다" 우버·에어비앤비 거친 CEO 예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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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코로나시대의 결핍은 미래의 수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세계가 단절된 사이,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봉준호 감독은 세계 각지에서 한국여행을 버킷리스트로 올려놓았다. 이렇게 쌓인 한국여행 대기수요, 과연 얼마나 될까.

손희석 에어비앤비코리아 대표 인터뷰 #“주택·별장 같은 프라이빗한 공간이 여행 흐름 될 것”

지난 3일 만난 손희석(44) 에어비앤비코리아 대표(컨트리 매니저)는 정부의 지난해 목표(2000만명)보다 1000만명을 더 불렀다.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그는 "중국·일본인 중심으로 관광객 2000만명 유치가 목표였던 때와는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인터뷰는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본사에서 약 2시간동안 진행됐다.

손희석 에어비앤비 코리아 대표 인터뷰가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손희석 에어비앤비 코리아 대표 인터뷰가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손 대표는 지난해 3월 에어비앤비코리아 대표에 선임됐다. 여행플랫폼 익스피디아코리아(대표)와 우버코리아(사업총괄)를 거쳤다. 온라인 여행사와 차량공유에 이어 숙박공유까지… 전통 산업에 위협을 주는 신생 기업들이다.

손 대표는 "중장비 제조나 태양광 사업보다는 사람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좋았고, 우버에 있으면서 공유경제가 향후 10~30년을 이끌어나갈 사업모델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K팝·K방역…한국 '오고 싶은 나라' 됐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의 역할은 마케팅이나 세일즈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에어비앤비코리아 대표는 뭘 할 수 있나.
에어비앤비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한국만의 매력을 찾아 콘텐트로 다듬고 본사의 투자를 받아내는 게 주요 업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올해 1월 말 진행한 '인사이드 K팝' 체험이 대표적이다. 에어비앤비코리아가 기획했고, 본사가 직접 행사 진행을 맡았다. 국내 K팝 스타들과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들, 댄스팀 등을 섭외해 일주일간 총 19개의 온라인 체험 콘텐트를 소개하는 행사였다. 전 세계 27개국에서 방문객이 모여 들었다(체험당 20명 제한). 이들 중 50~60%는 북미와 남미에서 왔다. 본사가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의 글로벌 파급력을 직접 확인한 계기가 됐다.
에어비앤비가 지난 1월 진행한 K팝 아이돌 알렉사(AleXa)의 댄스 클래스. [사진 에어비앤비코리아]

에어비앤비가 지난 1월 진행한 K팝 아이돌 알렉사(AleXa)의 댄스 클래스. [사진 에어비앤비코리아]

그 전까지는 본사가 한국의 이런 콘텐트를 잘 몰랐는지….
막연하게 여기던 한국 문화의 힘을 본사가 이번에 숫자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요즘은 세계 각국 에어비앤비 직원들이 먼저 '킹덤(넷플릭스 오리지널)'이나 영화 '기생충' 이야기를 꺼낸다. 해외 설문조사를 봐도 '코로나 후 방문하고 싶은 나라'에 한국이 꾸준히 상위 10위 안에 든다. 
K팝 영향일까.
두 개의 축이 있다. 하나는 한국의 대중문화다. BTS·블랙핑크 같은 K팝과 기생충 같은 한국 영화가 관심을 끌어내는 키워드다. 이런 관심이 한국에 가서 그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진다. 또 다른 한 축은 'K방역'으로 불리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역량이다. 코로나 이후엔 방역체계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 K방역을 통해 쌓은 인지도가 앞으로 관광산업에서도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에어비앤비가 지난 1월 진행한 K팝 아이돌 '더보이즈'와 함께하는 비즈 팔찌 만들기 체험. [사진 에어비앤비코리아]

에어비앤비가 지난 1월 진행한 K팝 아이돌 '더보이즈'와 함께하는 비즈 팔찌 만들기 체험. [사진 에어비앤비코리아]

"향후 3~5년, 3000만 관광객 만들 기회"

관심이 실제 방문으로도 이어질까.
향후 3~5년이 한국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도약하느냐의 기로다. 한국 콘텐트가 이렇게 글로벌한 관심을 받은 적이 그전에 있었나? 2000년대, 2010년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솔직히 이번 K팝 온라인 체험을 기획할 때 중국·일본 방문객이 많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절반 이상이 북미와 남미에서 왔다. 이들은 실제 방문 의지가 큰 잠재고객이다.
잠재수요가 어느 정도일까.
정부가 지난해 초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세울 때만 해도, 미주나 유럽 수요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2019년 외국인 관광객은 1750만명, 한국관광공사). 이제는 해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준비할 때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할테니, 에어비앤비를 더 활성화하자는 얘긴가.
한국 관광산업 전체가 수혜를 보게 될 것이다. 그 수혜를 에어비앤비가 다 흡수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왁자지껄한 관광지보다 한적하고 개인적인 여행지를 선호하는 흐름만은 명확하다. 에어비앤비가 제공하는 일반 주택가나 별장 독채와 같은 프라이빗한 공간들, 김치 담그기 같은 한국만의 재미있는 체험 등이 인기를 끌 것이라 본다.
손희석 에어비앤비 코리아 대표 인터뷰가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손희석 에어비앤비 코리아 대표 인터뷰가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관광 활성화한다지만…"제도가 경쟁제한"

현재 읍·면·리 지역을 제외하곤 내국인이 에어비앤비의 가정집 숙소를 이용하면 불법이다. 2011년 만들어진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제도 때문이다. 한국의 가정집은 외국인 체험용으로 제한한다는 게 골자지만 사실상 사문(死文)화됐다. 강남·홍대 등 도심 번화가는 물론 제주·강원 등 휴양지에선 에어비앤비 숙박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 공유경제란 시대 흐름과 동떨어진 옛 규제가 내국인 역차별의 근거로 쓰인다는 비판도 있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공유민박업'이란 새 제도를 추진 중이지만, 비판은 여전하다. 내국인 숙박을 허용하되, 집주인이 거주하는 집이어야 하고(빈집 금지) 영업일을 연간 180일로 제한했다. 모텔 등 기존 숙박업계의 반대가 심해 이마저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규제 이야기를 해보자. 논의가 2년째 답보 상태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합의가 쉽지 않다. 세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고 본다. 첫째는 소비자 효용을 높이려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 두번째는 관광객이 어떤 유형의 숙소를 선호하는지 등 정확한 사실에 기반해 논의하자는 것. 세번째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던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가 끝나면 3000만 관광객을 수용해야 한다. 어떤 제도와 그릇을 만들어야 이들에게 한국이 좋은 경험, 기억으로 남을지 고민해야 한다.
공유민박업은 한국만의 특수한 규제인가.
에어비앤비는 191개국에 진출해 있다. 나라마다 접근법이 다르다. 영업일 180일 제한은 일본의 규제인데, 우리 정부가 이를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일본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실거주 요건이 없다. 빈집도 에어비앤비에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선 경쟁을 제한하는 식으로 논의가 흐르고 있어 아쉽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에어비앤비 본사에 '우리도 여행이 그립습니다'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있다. [사진 에어비앤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에어비앤비 본사에 '우리도 여행이 그립습니다'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있다. [사진 에어비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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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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