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동호의 시시각각

‘김의겸 사건’ 판박이 ‘LH 게이트’

중앙일보

입력 2021.03.1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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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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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곧 금배지를 달고 국회로 출근한다. 그 모습을 보는 국민은 2년 전 일이 떠오를 것이다. 그는 2018년 서울 흑석동 재개발 예정지의 상가 주택을 25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하던 시점이었다. 현직 청와대 대변인이 10억원 넘는 대출을 받고, 관사에 입주하는 ‘주(住)테크’까지 벌였다는 의혹이 나왔다. 국민적 공분이 들끓자 사퇴하고 이듬해 주택도 팔았지만 시세차익 8억8000만원을 거머쥐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라더니
그 말에 현혹된 국민만 망연자실
수습책은 반시장 정책 접는 것뿐

그로부터 2년 만에 도돌이표 사건이 터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4명의 광명·시흥 지역 100억원대 땅 매입 의혹이다. 한마디로 김의겸 사건과 판박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마음 가는 대로 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이 정권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상 청와대 대변인은 물론 공공주택 기관인 LH 직원들은 본인의 말과 다른 행동에 나서면 안 될 일이었다.

청와대 대변인은 ‘아파트를 한 채만 남기고 팔라’ ‘아파트의 시대는 끝났다’는 청와대의 구호대로 행동해야 했다. LH 직원은 이 정책의 현장 실행자들이다. 공공개발 주택 보급에 앞장서야지,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대규모 택지개발 예정지에 땅을 사는 건 국민을 속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마음 가는 대로 했다. 이들이 투기라고 매도했던 ‘영끌 방식’으로 집과 땅을 사들였다. 왜 그랬을까. 답은 간단명료하다. 이들 역시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 규제가 작동할 리 없다는 걸 알았다는 얘기다. 이게 바로 두 사건의 본질이다. 그 이치가 무엇인지 새삼스럽지만 다시 복기하고 따져 보자. 뉴욕·런던·도쿄 등 사람이 몰리는 곳은 전 세계 어디든 집값이 비싸다. 서울을 보자. 인구 1000만 명이 상주하는 이 도시는 지난 수십 년간 주택 수요가 많았다. 그중 강남 지역은 위치와 인프라에서 최고의 요충지가 됐다. 전국적으로 봐도 대전이나 원주 같은 교통 요충지는 갈수록 도시가 팽창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동산 공급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백했듯 빵처럼 찍어낼 수 없다. 부동산 특유의 희소성 때문이다.

강남 3구 아파트는 30만 채에 불과하다. 전국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지만 주택 소유율은 60%에 못 미친다.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끝없는 잠재적 주택 수요다. 강남 같은 요충지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강남 아파트는 더 늘어나기 어렵다. 실효적 대안은 재건축 활성화다. 또 다른 현실적 대안은 강남 유사한 곳을 계속 만드는 차선밖에 없다. 25차례의 대책에도 집값이 끝없이 치솟자 광명·시흥을 포함해 정부가 내놓은 3기 신도시 공급 확대가 바로 그런 경우다.

김 전 대변인이나 LH 직원들은 마음이 복잡했을 것 같다. 국민에게는 시장의 흐름과 맞지 않는 선택을 하라고 하면서 뒤로는 자신들이 먼저 시장의 이익을 좇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LH 직원들은 공공 정보를 활용해 국민을 기망한 게이트급 사건의 장본인이 됐다. 이들은 국민이 망연자실해하는데도 여전히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최근 독일 대사로 부임한 조현옥 전 인사수석은 청와대에서 나온 뒤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 두 채를 매입해 3주택자가 됐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도 끝내 강남 아파트 2채를 지키고 직을 내려놓았다.

결국 이렇게 꼬리를 물고 있는 내로남불과 일탈, 투기적 행태는 반(反)시장적 부동산 정책의 허구를 드러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룰 수도 없고 추구해서도 안 되는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을 접는 것만이 끝없는 국민적 부동산 고통과 부조리를 끊을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이 정권은 여전히 강남 투기꾼들 탓이라며 추가 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무주택자와 서민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할까. 줄을 잇는 부동산 정책 실패와 부조리의 악순환을 보면서 떠오르는 안타까움이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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