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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레슨, 투어 프로냐 유튜브 프로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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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KPGA 투어에서 14년간 활약한 한민규(왼쪽) 프로가 레슨을 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KPGA 투어에서 14년간 활약한 한민규(왼쪽) 프로가 레슨을 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코로나19 유행 이후 골프 인구가 늘면서 레슨 프로 일도 함께 많아졌다. 요즘은 소통 잘 하고 외모가 출중한 인스타(그램) 프로, 흥미롭게 강의하는 유튜브 프로가 인기다. 서울 강남에는 트랙맨(스윙, 볼 궤적 분석기) 등을 설치한 프라이빗 스튜디오가 늘였는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얻은 프로들이 개인 교습 장소로 많이 이용한다. 한 여성 인스타 프로는 올해 레슨 예약이 다 마감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소셜미디어 스타 강사의 출현으로 레슨비도 올랐다.

골퍼 증가로 뜨거워진 레슨 시장 #투어 프로도 일반인 레슨에 몰려 #“잘 치는 것과 가르치는 것 달라” #“잃을 게 많아 더 열심히 가르쳐”

시장이 커지자 주로 주니어 선수를 가르치던 은퇴 투어 프로도 일반인 레슨 시장에 뛰어들었다. 서울 도산공원 인근 룩앳더볼 아카데미는 레슨 프로 명함에 ‘투어프로’라고 적는다. 투어프로 출신만 고용했다는 뜻이다. KPGA에서 뛴 한민규·강상혁·김수환·이승환이 강의한다. 서요섭·맹동섭 등 현직 선수도 지난 겨울 이 아카데미에서 시범 레슨을 했다. 서울 반포 파스텔 아카데미의 강사는 김형태·송보배·민나온·양수진 등 대부분 선수 출신이다.

투어 프로는 일반 프로보다 골프 실력 만큼은 뛰어나다. 하지만 잘 친다고 꼭 잘 가르치는 건 아니다. “선수 출신은 권위적이고 초보자의 몸과 마음을 잘 이해 못 한다”는 아마 골퍼의 불만이 없지 않다. 그런 투어 프로도 소셜미디어 스타 강사의 성공에 자극받아 변하고 있다. 선수 시절 무뚝뚝하던 룩앳더볼 아카데미의 한민규 프로는 자상하게 레슨한다. 그는 “달라진 세상을 보며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손님 한 분 한 분이 우리를 평가하는 인플루언서라고 생각하며 가르친다”고 말했다.

투어 프로는 자신의 강의가 내용 면에서도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LPGA 투어 출신 민나온은 “일반 프로보다 어릴 때부터 골프에 투자한 시간이 많다. 그 시간을 무시할 수 없다. 또 선수 시절 최고 코치에게 두루 배워 최신 레슨 동향도 많이 안다”고 말했다.

강상혁은 “일반 프로가 쇼트게임 기술 10가지를 안다면, 투어 프로는 30가지를 안다. 배우는 사람의 장단점을 파악해 그에 맞는 기술을 가르칠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는 너무 많은 걸 배우면 오히려 복잡해서 망가질 수 있다. 강사가 알고 안 가르치는 것과 몰라서 안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많이 알아야 더 쉽게 가르친다”고 말했다.

투어 프로는 멘탈도 강조한다. Q스쿨 등 중요한 순간 압박감을 이겨내고 투어에 가봤기 때문이다. 투어 프로 출신 코치들은 “긴장을 이완하는 방법을 알고, 이를 가르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래도 오랫동안 가르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8년간 유튜브 레슨을 해온 박대성 U플러스 해설위원은 “선수를 지망하는 사람은 선수 경험 있는 프로에게 배우는 게 낫지만, 일반인은 다르다. 레슨은 다양한 사람을 가르쳐 본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이 커졌지만, 경쟁은 더 뜨거워졌다. 투어 프로 출신 한민규는 “선수들은 경쟁심이 강하다. 내가 가르친 사람이 못 치면 내가 못 친 것 같다. 몇 배 속상하다. 빨리 잘 가르쳐 골프 모임 1등을 만드는 게 목표다. 선수 출신이라는 자존심이 부담이 될 때도 있다. 우리는 잃을 게 있어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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