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섬 시골마을, 관광객 12만 명소 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10 00:03

업데이트 2021.03.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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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탈리아 시칠리 섬 황폐했던 마을 파바라는 지난 10년에 걸친 주민들의 노력으로 전 세계인들을 불러들이는 관광 명소가 됐다. 사진은 2019년 비엔날레 장면.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이탈리아 시칠리 섬 황폐했던 마을 파바라는 지난 10년에 걸친 주민들의 노력으로 전 세계인들을 불러들이는 관광 명소가 됐다. 사진은 2019년 비엔날레 장면.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파바라 마을에서 열린 비엔날레 카운트리스 시티즈 현장.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파바라 마을에서 열린 비엔날레 카운트리스 시티즈 현장.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남부의 파바라. 10여 년 전만 해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로 악명 높은 마을이었다. 시칠리아 대표 관광지 아그리젠토 신전의 계곡에서 불과 8㎞ 거리에 있지만, 어느 관광지도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버려진 동네였다. 하지만 2010년 팜 컬쳐럴 파크(Farm Cultural Park)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전 세계 예술가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예술마을로 탈바꿈했다. 2019년엔 ‘카운트리스 시티즈(Countless Cities)’란 제목으로 비엔날레가 생겨났을 정도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에
‘카운트리스 시티즈’ 도시재생
주민들, 동네를 전시장으로 바꿔

서울디자인재단(최경란 대표)이 주관하는 제2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에 ‘카운트리스 시티즈’가 선정됐다. 일상이 행복한 도시, 미래 도시의 비전을 제시한 디자인 프로젝트(디자이너·단체)에 수여하는 국제적인 상이다. 2019년 제1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작은 도시 두눈(Dunoon)에서 주민들을 위해 추진한 혁신 프로젝트가 대상에 선정된 데 이어 이번엔 예술과 디자인이 만나 이룬 도시 재생사업이 1억원의 대상 상금을 차지했다.

브라질 베르겔 주민은 버려지는 홍합껍데기를 활용해 타일을 제작해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수입도 얻고 있다. 홍합 채취하는 사람.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브라질 베르겔 주민은 버려지는 홍합껍데기를 활용해 타일을 제작해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수입도 얻고 있다. 홍합 채취하는 사람.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카운트리스 시티즈는 동네 골목골목을 미술품 전시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야심 찬 프로젝트다. 동네 건물 외벽을 거대한 그림을 위한 캔버스로 사용하고, 미로 같은 골목과 광장, 작은 석조건물들을 조각·회화 등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예술 공간으로 변신한 동네에는 갤러리가 속속 새로 생겨나고 찻집과 서점, 샌드위치 가게와 샴페인 바 등이 활기를 띠었다. 유럽 각국에서 한 해 12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변호사인 안드레아 바르톨리가 마을의 버려진 집을 사들여 미술품 전시 공간으로 쓰면서 시작됐다. 이후 사진작가와 도시계획가, 대학 등 공공·민간이 두루 참여하며 일이 커졌다. 미술 애호가로 틈만 나면 세계 곳곳을 여행한 바르톨리는 “흥미로운 것들을 보기 위해 항상 뉴욕이나 런던 같은 곳에 가야 하는 일에 지쳤다. 우리가 사는 지역을 변화시키고 개선할 방법을 찾고 싶어 시작했다”고 말했다. ‘7인의 이모들’이라고 불리는 여성 노인들을 포함해 지역 주민들이 파빌리온 구축 등에 직접 참여했다. 어린이 건축학교 등의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세계 예술가들이 공공미술 작품 설치를 위해 줄줄이 찾아왔다. 바르톨리는 온라인 인터뷰에서 “마피아로 낙후됐던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치자 마을에 활기가 돌았다”며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를 공공 공간 확대, 미래 세대의 교육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른 후보작들도 쟁쟁했다. 브라질 베르겔 마을의 ‘스루루 다 문다우(Sururu Da Mundau)’ 프로젝트는 한 달에 300톤 가까이 버려지는 홍합껍데기를 타일로 제작해 마을의 수입원을 창출했다. 심사위원들은 폐기물로 고통받던 마을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은 점을 높이 샀다.

홍합 껍데기를 활용해 만든 타일.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홍합 껍데기를 활용해 만든 타일.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홍합껍데기로 제작한 타일.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홍합껍데기로 제작한 타일.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싱가포르 기반의 건축사무소(LOOK Architects)가 중국 푸저우 산림에 데크 모듈과 스틸 격자를 활용해 설계한 산책로 ‘푸저우 어반 커넥터(Fuzhou-Urban Connector)’도 주목받았다. 총 길이 19㎞의 이 산책로는 자연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행기 교차로 옆 슬럼을 일으킨 인도네시아 ‘에어본 닷 반둥(Airborne.bdg)’, 추모 공간을 일상의 행복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한국 ‘에덴 낙원 메모리얼(Eden Paradise Memorial)’ 프로젝트 등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엔 비대면으로 이어진 심사과정 자체도 새로운 실험이었다. 우선 국내외 전문가 12인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의 10차례 회의와 5명의 심사위원의 3차례 심사를 거쳐  10개의 최종 후보와 대상을 선정했다. 창조도시의 세계적 권위자인 심사위원장 찰스 랜드리를 비롯해 스테파노 미셸리(이탈리아 베네치아대 경영학 교수), 아냐 시로타(미국 미시간대 타우브만 건축도시대학 부교수), 루 샤오보(중국 칭화대 예술디자인아카데미 학장), 김승회(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등이다.

심사는 주민들의 참여로 운영되고 지속가능성이 있는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가, 공공성이 얼마나 있는가, 참여와 협력이 어떻게 이뤄졌나, 선한 영향을 어떻게 끼치는가 등 5가지 가치에 초점 맞췄다. 랜드리 위원장은 “팜 컬쳐럴 파크는 주민들이 도시의 미래를 꿈꾸고 디자인하고 스스로 개선함으로써 도시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놀라운 사례”라며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의 신념은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세계 31개국 99개 프로젝트가 응모했다. 25개국 75개 프로젝트가 응모한 2019년에 비해 32%가 증가해 세계 디자인계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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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참여와 협력을 통한 디자인으로 사람 중심의 도시다움을 회복하기 위한 논의가 간절히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이 어워드가 인류가 마주한 변화에 희망을 제시하는 공모전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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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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