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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당대표 내려놓고, 아동수당·온종일 초등교 들고 대선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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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너무 많아서 지금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당 대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4·7 선대위장 맡아 “진심이 전략” #대선 경쟁자 이재명과 ‘커피 독대’ #최근 여론조사 1위 윤석열 질문엔 #“그분 잘 몰라, 국민마음은 움직인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차기 대선 1년 전인 9일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임기 중 가장 후회되는 순간을 묻는 질문 등에 이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대표직은 내려놓지만 4·7 재·보궐선거 상임선대위원장을 맡는다.

7개월간의 당 대표 기간 40%에 달했던 대선후보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했다. 최근엔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가 지지율 급락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그는 이날 사면 건의에 대해 “언젠가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었다. 국민 마음을 좀 더 세밀하게 헤아려야 한다는 아픈 공부가 됐다”고 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해선 “제 부족함과 정치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측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이 대표에겐 있었다.

다만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오는 5월 전당대회 때까지 김태년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이번 재·보선은 ‘이낙연의 선거’란 관측이 많다. 박원순·오거돈 전직 시장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지난해 11월 당헌·당규 개정과 공천 강행을 주도한 이도 이 대표 본인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박영선(서울시장)·김영춘(부산시장) 등 재·보선 후보들에게 공천장을 수여했고, “선거는 몇 가지 이벤트나 전략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 진심을 가지고 절실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것, 그것 이상의 전략은 없다”고 했다.

또 강력한 경쟁자 중 한 사람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커피 독대’를 했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대표를 맡아 당을 잘 이끌어주셨다. 공수처 설치, 4·3 특별법 등 집권여당으로서 굵직굵직한 입법 성과도 남기셨다”고 했다. 이 대표로선 앞서가는 이 지사 외에도 지역(호남)·경력(총리) 등에서 닮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추격도 따돌려야 한다.

지지율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이달 초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등도 이 대표에겐 악재로 꼽힌다. 이 대표는 이날 ‘최근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말을 할 만큼 그분을 잘 모른다. 검찰총장 임명장 받고 바로 그다음 날 총리실에 인사하러 오셨던 것이 접촉의 전부”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급등에 대해선 “국민의 마음은 늘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퇴임식을 대신해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위 토론회’를 열었다. 자신의 브랜드인 ‘신복지’를 강조하며 “2030년에는 만 18세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온종일 초등학교제’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 대표는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이 “신복지와 혁신성장”이라며 “(총리 시절) ‘화·이·팅’이란 건배사를 들었다. 화내지 않고, 이기려 하지 않고, 튕(팅)기지 않는 것이 이 총리의 이미지라고 하더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강연을 실시간 방송한 민주당 유튜브 대화창에는 “ 이제부턴 세게 가요 대표님” “더 속 시원한 행보를 기대한다” 등의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이날 토론회엔 민주당 의원 66명이 참석했다.

심새롬·남수현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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