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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LH 추가 연루 최소 10여명"···與서도 "변창흠 경질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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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정부합동조사단이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 명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9일 밝혔다. 시민단체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13명을 합쳐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들이 최소 30명 안팎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11일 LH와 국토교통부 현직 직원들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9일 LH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경남 진주 LH 본사, LH 과천의왕사업본부, LH 광명시흥사업본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9일 LH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경남 진주 LH 본사, LH 과천의왕사업본부, LH 광명시흥사업본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합동조사단내 사정에 밝은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본인 동의를 받아 진행한 조사에서 추가 투기 가담자가 현재까지 십수명 발견됐다”며 “최종 발표 단계에서는 투기에 가담한 LH 직원의 숫자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국토부 직원들의 가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국토부까지 연루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부동산 정책 자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본인의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받아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거나 친척 또는 지인 명의의 차명 거래, 퇴임한 직원의 거래 등은 확인할 수 없다. 실제 LH와 국토부 공무원 중 12명은 개인정보 이용에 불응해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청와대 역시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에 대한 1차 자체 조사 결과를 이번주에 발표할 예정이지만 조사 방식은 합동조사단과 같아 한계가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합조단 1차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이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수사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한다.

여권내의 당혹감은 더 커지고 있다. 여권 핵심 인사는 중앙일보에 “조사 과정에서 LH 공사 직원들은 땅투기를 일종의 '전관예우' 쯤으로 여기며 아무런 죄책감 없이 관행적으로 자행해왔다는 인식 수준이 확인됐다”며 “이번에 조사로 확인된 투기 가담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향후 이어질 수사에서 잘못된 악습이 어디까지 드러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국토교통부 2021년 업무보고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국토교통부 2021년 업무보고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사실 70년대 이전까지 확인해봐야 할 구조적 문제지만, 조사와 수사가 현실적으로 3기 신도시에 머물면서 당장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책임론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수사는 LH를 넘어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 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변 장관은 SH와 LH 사장을 거쳐 국토부 장관에 임명됐다.

여권에서도 변 장관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에서도 최소한 관리 소홀 책임을 지고 있는 변 장관이 버티기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며 “부동산 문제라는 파괴력 때문에 상당수의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선제적 조치를 하는 편이 4월 선거를 위해서도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야당에 끌려갈수록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며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뒤늦게 국회의 요구로 어쩔 수 없는 인사를 할 경우 레임덕(권력누수)을 자초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서 "실망감과 배신감마저 느꼈을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모든 의혹에 대해선 한점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서 "실망감과 배신감마저 느꼈을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모든 의혹에 대해선 한점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다. 뉴스1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후 비리와 관련돼 (변 장관이) 연루됐거나 또는 인지했는데도 봐줬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변 장관에 대한 경질 요구 가능성을 열어놨다. “청문회 때부터 온갖 말실수로 ‘매’를 벌었던 변 장관이 민감한 국면에서도 실언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여당에선 자주 표출된다.

그래서 변 장관의 거취가 사실상 타이밍의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 보상가를 높이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뉴스1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 보상가를 높이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뉴스1

이같은 여당내 기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아직 변 장관의 거취 문제에 조심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정 총리와의 월요 주례회동에서도 이와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변 장관의 거취에 대한 당내 요구를 듣고 있지만,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 국민적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날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투기는 투기대로 조사하되, 정부 주택공급 대책의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지시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2·4 부동산 대책 추진에 차질이 없어야한다. 공급대책은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며 공급대책을 유지할 뜻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거듭된 강도 높은 지시는 주택이 제대로 공급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문제의 본질임을 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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