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른 편의점 매출 1.9% 줄때 14.6% 성장…그 편의점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떨이 판매'로 매출 18%↑

66㎡(20평) 크기의 인천 용현굴다리 편의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비슷한 상권의 편의점 매출이 평균 1.9% 감소했지만 유독 세븐일레븐의 용현굴다리점 매출 만큼은 14.6%가 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원격 수업이 진행돼 학생과 학부모 발걸음이 급감한 주택·학원가 상권에서 용현굴다리점의 매출만 늘어난 비결이 뭘까. 김수영(33) 점주는 9일 "매출 증가 비결은 ‘떨이판매’"라며 환하게 웃었다.

'작은 변화로 위기 탈출'…편의점주 3인의 코로나 분투기

사진 세븐일레븐

사진 세븐일레븐

김 점주는 지난해 2월 본사가 도입한 ‘라스트오더’ 서비스에 주목했다. 아까운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더 싼 값에 팔 수 있고 별도의 폐기 비용도 들지 않는데 다른 점포는 번거롭다며 외면했다. 그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도시락과 음료 등 2000여 가지 상품을 수시로 편의점 앱에 올려 이를 손님들에게 알렸다. 그 결과 지난해(2월~12월)에 라스트오더 서비스로 판매한 상품만 하루 평균 50개, 연간으론 1만6700여 개, 일평균 35만원의 추가 매출을 올렸다. 김 점주는 "손님들에게 먼저 라스트오더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해드리면 ‘그런 게 있느냐’며 좋아했다"며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라스트오더 관련 등 필요한 절차를 충분히 숙지시켜둔 게 큰 덕을 봤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전국에 6만여개가 산재해있는 편의점 사정도 마찬가지다.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조금 나아진 곳도 있지만 제자리걸음이거나 줄어든 곳이 대부분이다. 유동인구가 감소한 도심이나 학원가의 편음점들은 두 자릿수 이상 매출이 줄었다. 하지만 김 점주처럼 위기를 기회로 돌린 이들도 분명히 있다.

#'배달 서비스' 도입해 객 단가 18%↑ 

세븐일레븐 인천간석시장점 유세훈(34) 점주는 배달 서비스를 적극 도입했다. 세븐일레븐은 ‘요기요’와 함께 전국 3500여점에서 배달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지난 2월에는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통한 배달서비스도 가능하다. 하지만 본사에서 도입한 서비스라고 모든 점포가 이를 활용하는 건 아니다. 유 점주는 점포를 찾는 고객의 객단가가 5000원 선인 반면 배달 서비스 구매 금액은 건당 최소 1만원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배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점포 리뷰에도 댓글을 써가며 고객과 소통했다.

사진 세븐일레븐

사진 세븐일레븐

배달 서비스 초기 하루 1건이 채 안 되던 배달 요청 건수는 현재 일평균 10건을 넘어섰고 배달 서비스 평점도 5점 만점에 4.9점에 이른다. 온라인 서비스에 만족한 소비자가 오프라인 점포를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늘었다. 덕분에 지난해 점포 방문객은 10.5%, 객 단가는 18.4%가 각각 증가했다. 그는 "부정적인 댓글은 비난이 아니라, 서비스 개선을 위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댓글을 다는 이들에겐 과자와 라면 같은 작은 선물도 준다"고 했다.

#'택배서비스'로 매출 10%↑

남들이 꺼리는 귀찮은 서비스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도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광주우산아제점의조방래(53) 점주가 그렇다. 조 점주는 원래 이곳에서 오랫동안 제과점을 하다가 2008년 편의점을 열었다. 올해로 14년 차다. 덕분에 동네 사정에 밝다. 그래서 그는 인근에 사는 손님들이 "택배 좀 보내달라"는 부탁을 쉬이 거절하지 않았다. 노인들을 위해선 전표도 직접 작성해 주고, 택배 상자를 보관해주기도 한다.

세븐일레븐 광주우산아제점의 조방래 점주. 다른 편의저에서는 귀찮아 하는 택배서비스에 친절을 입힌 덕에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10.2%에 달한다. 사진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광주우산아제점의 조방래 점주. 다른 편의저에서는 귀찮아 하는 택배서비스에 친절을 입힌 덕에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10.2%에 달한다. 사진 세븐일레븐

사실 편의점주 입장에서 택배는 귀찮은 서비스다. 건당 수수료도 500원 선에 불과하고, 택배 상자 등으로 점포는 비좁아질 수 밖에 없다. 다른 편의점주들이 꺼리는 이유다. 그의 점포도 50㎡(약 15평) 규모로 크지 않다. 하지만 조 점주는 "웬만한 편의점들은 택배 서비스를 한다고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제대로 택배를 받아주는 편의점이 많지 않다"며 "나는 안된다는 말 대신 일단 다 가져오시라고 한다"고 했다. 한국말을 못해 고민하던 외국인 손님을 위해선 손짓 발짓으로 택배를 발송해준 일도 있다. 덕분에 그 외국인 손님은 이제 단골이 됐다. 몸에 밴 친절은 성과로 이어졌다. 입소문이 나면서 그의 점포는 현재 월평균 120건의 택배요청을 소화한다. 택배를 맡기러 왔던 이들은 작은 음료수나 담배 하나를 사더라도 그에게로 온다. 덕분에 광주우산아제점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10.2%에 달한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