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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위비분담금 타결, 한·미 동맹 회복 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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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ㆍ미가 지난 7일 원칙적으로 합의한 방위비분담금은 2019년 분담금 1조 389억원을 기준으로 13% 인상한 액수가 유력하다. 타결된 분담금은 2020~2025년까지 적용된다.[연합뉴스]

한ㆍ미가 지난 7일 원칙적으로 합의한 방위비분담금은 2019년 분담금 1조 389억원을 기준으로 13% 인상한 액수가 유력하다. 타결된 분담금은 2020~2025년까지 적용된다.[연합뉴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타결됐다. 분담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5배 증액 요구로 1년 넘게 표류했다. 외교부와 미 국무부의 지난 7일 발표에 따르면 분담금은 원칙적으로 타결했으며, 양국의 내부 보고와 가서명 과정 등을 거칠 예정이다. 아직 자세하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2019년 분담금 1조389억원의 1.13배를 기준으로 매년 4% 이내 인상하는 안이 유력하다. 2020∼2025년까지 적용될 분담금의 정식 합의는 이달 중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방한 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분담금 협상 표류로 주한미군 유지와 한·미 동맹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 타결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동맹은 거래가 아니라 신뢰”라는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큰 도움이 됐다.

2019년 분담금보다 13% 인상안 #연합훈련 정상화에 더 신경 쓰길

하지만 분담금 협상이 타결됐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연간 분담금을 한번에 확정하는 방식은 항상 갈등의 소지가 있다. 그런 만큼 분담금 산정 방식을 슬기롭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분담금은 북한 도발로 인한 전쟁에 대비한 주한미군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주한미군 급여 등 미군 자체 유지비는 분담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액수가 크게 보이는 연간 분담금을 두고 다툴 게 아니라 연합방위태세에 필요한 실질적인 비용을 항목별로 정산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런 사후 정산 방식을 적용해 큰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번 분담금 타결을 계기로 동맹관계 회복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 한·미 동맹은 정상이 아니다. 2018년 여름부터 연합훈련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북한을 의식해 연합훈련을 건너뛰거나 축소하기 일쑤였다. 실병력 기동훈련은 생략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가상훈련 위주였다. 한·미군 주요 지휘관과 병사들은 몸에 땀이 배는 진짜 훈련 경험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어제부터 시작한 연합지휘소 훈련도 작전계획의 일부만 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축구선수가 운동장은 뛰지 않고, 컴퓨터와 스크린 앞에서 몸놀림을 숙달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선수에게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런데 한반도 전쟁은 대규모 병력과 온갖 무기가 동원되는 훨씬 복잡한 구조다. 실제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급변하는 국제질서에 기여하는 방안도 깊게 고민해야 할 숙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분담금 협상을 동맹 차원에서 한국의 요구를 들어준 대신, 주변국을 압박하며 팽창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에 동참을 원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과 얼굴을 붉힐까 우려해 참여를 꺼리고 있지만, 마냥 회피할 사안은 아니다. 국제사회 질서와 정의에 맞춰 당당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한·미 동맹이 강화되고 한국의 위상도 살아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