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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배려와 포용, 친환경과 실용성까지 보자기 한 장에 담아내요

중앙일보

입력

안효빈(왼쪽)·김태인 학생모델이 직접 만든 보자기 아트 작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준비물·물병 포장 등 실생활 사용 목적으로도, 소중한 이를 위한 선물 포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안효빈(왼쪽)·김태인 학생모델이 직접 만든 보자기 아트 작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준비물·물병 포장 등 실생활 사용 목적으로도, 소중한 이를 위한 선물 포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K팝·K뷰티·한복…해외에서 인기인 K-시리즈에 ‘이것’이 이름을 올릴 날도 머지않은 듯합니다. 바로 보자기예요. 배우이자 영국 왕실 왕자비인 메건 마클은 2020년 왕실 공식 일정에 참석하며 나비 리본 매듭이 달린 한국 전통 보자기 모양의 가방을 들었죠. 미국 배우 에이미 아커는 자신의 SNS에 직접 만든 보자기 아트 사진을 올렸고,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는 ‘보자기의 예술(L’artdu Bojagi)‘이라는 이름의 스카프를 출시했습니다. 도대체 보자기의 매력이 뭐길래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걸까요. 김태인·안효빈 학생모델이 한국보자기아트협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서울 종로구 한국보자기아트협회에 전시된 보자기 아트 작품. 단일 보자기로 만들어도 예쁘지만, 다양한 색의 보자기·소품을 매치하면 더욱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보자기아트협회에 전시된 보자기 아트 작품. 단일 보자기로 만들어도 예쁘지만, 다양한 색의 보자기·소품을 매치하면 더욱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보자기에는 우리나라 전통의 멋이 담겨 아름답죠. 색·문양·재질 등에 한국의 미가 가득해요.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실용적이고요. 예로부터 내려오는 ‘배려’와 ‘포용’의 철학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자기를 뜻하는 한자 ‘복(袱)’은 행운을 뜻하는 ‘복(福)’과 그 의미가 통하는 것으로 여겨졌어요. ‘복을 싸서 선물하다’ ‘본연의 것(허물)을 감싸다’라는 의미가 더해져 배려의 상징이 됐죠. 여러분이 든 가방은 형태가 정해져 있어 담을 수 있는 물건도 한정되지만, 보자기는 네모난 것, 둥근 것, 모난 것 등 모양이나 재질에 구애받지 않고 무엇이든 감쌀 수 있어 포용성을 가집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보자기 아트 수업에 앞서 남민선(오른쪽) 한국보자기아트협회 경기남부지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보자기 아트 수업에 앞서 남민선(오른쪽) 한국보자기아트협회 경기남부지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보자기아트협회 경기남부지회 남민선 지회장의 설명에 효빈 학생모델이 “보자기가 언제 어디서 유래했는지” 물었죠. “보자기는 물건을 싸서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네모지게 만든 천을 말해요.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조선시대 때부터 보자기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죠. 당시 쓰인 보자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궁중에서 사용한 궁보는 비단·금사 등 고급 재료로 만들어졌어요. 물건을 싸기 위한 목적뿐 아니라 각종 행사나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도 쓰였죠. 일반 백성들이 쓴 민보는 실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의복이나 이불의 자투리 천을 활용했어요. 당시 이들이 살던 집은 아주 좁았기 때문에 공간 활용을 위해 보자기를 사용했죠. 보자기에 싸서 정리·이동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쓰는 식으로요.”

“‘검정 고무신’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책가방 대신 책보(책을 싸는 보자기)를 들고 다니는 장면을 본 적 있어요”라고 태인 학생모델이 말하자 “보자기의 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태인 학생모델 말대로 보자기로 책을 싸면 책보가 되고요. 아기를 업을 때 쓰면 포대기가 되죠. 훈장님이 회초리를 보관하는 회초리 보도 있었고, 밥상을 덮는 밥상 보, 얼굴을 닦는 손수건, 허리에 두르는 앞치마, 깔고 앉는 방석 등 다양하게 활용됐어요. 뭐든 척척 수납하고 싸맬 수 있는 만능 천이죠.”

보자기의 종류와 매듭법, 노리개 등 장식품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보자기 아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적절한 곳에 올려놓기만 해도 예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보자기의 종류와 매듭법, 노리개 등 장식품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보자기 아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적절한 곳에 올려놓기만 해도 예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보자기가 유용했다는 건 알겠는데, 외국에서 인기인 이유는 도통 짐작할 수 없었죠. 남 지회장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보자기 아트 수업을 진행하며 그 이유를 알게 됐다고 했어요. “손재주가 없는 사람을 가리켜 우스갯소리로 ‘똥손’이라고 하죠. 상대적으로 동양인보다 서양인이 섬세한 손놀림이 떨어지는 편이에요. 하지만 보자기 아트는 똥손인 사람도 매듭법만 익히면 쉽게 할 수 있답니다. 다른 공예와 비교했을 때 접근성이 높다는 게 첫 번째 인기 요인이죠. 두 번째는 친환경적이라는 건데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포장지는 한번 쓰고 버리기 일쑤지만, 보자기는 천이 손상되지 않는 한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고 실용적이죠. ‘환경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유럽 등에서 보자기의 이런 친환경적·실용적 요소에 주목했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마지막 이유로 들 수 있겠네요. 넷플릭스 ‘킹덤’ 같은 한국 사극, K팝, K푸드가 유행하며 한국 정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수업할 때 노리개 따위의 장식품을 꺼내면 다들 ‘너무 아름답다’며 환호해요(웃음). 한국의 전통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데 일조하는 것 같아 기분 좋죠.”

태인 학생모델이 “최근 중국이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한복·김치 등을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만약 한국의 보자기 문화·아트에 대해서도 그런 주장을 하면 어떡하죠?”라고 물었어요. “단순히 천으로 싸고 깔고 덮는다, 즉 포장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보자기 문화는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자기 아티스트가 하는 보자기 공예는 한국 고유의 것이죠. 앞에서 설명했듯 조상의 지혜와 배려·포용의 철학이 담겼고, 우리나라만의 매듭법을 고안해냈습니다. 이건 다른 나라가 절대 빼앗아갈 수 없는 문화라 생각해요.”

남 지회장의 설명을 듣고 나니 빨리 보자기 아트를 체험하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배울 보자기 아트는 수국·상투·궁중 매듭 총 3가지입니다. “수국 매듭은 얇은 비단인 노방을 이용해 연습해볼 거예요. 노방은 천이 얇아 속이 비치기 때문에 유리병과 같이 내부가 드러났을 때 예쁜 물건을 포장하기 좋아요.” 모든 보자기 아트의 기본은 보자기로 쌀 물건을 가운데에 두는 거예요. 천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펼친 뒤 상하좌우를 각각 맞대 물건이 정중앙에 놓였는지 확인합니다. 머리 묶듯 보자기의 네 방향을 한데 모아 투명한 고무줄로 고정해요. 조금씩 주름을 잡으며 모으면 좋지만, 어려우면 한 번에 묶어도 괜찮다고 남 지회장이 조언했죠. 이제 보자기 끝을 동그랗게 말아 투명한 고무줄 안으로 살짝 넣어주세요. 같은 방식으로 네 모서리를 말아 넣은 뒤 풍성하게 보이도록 이리저리 만지면~ 우와. 작업실 안에 수국이 활짝 폈습니다. 손재주가 없다며 걱정하던 효빈 학생모델도 “할머니께 선물 드릴 때 이렇게 포장하고 싶다”며 웃었어요.

천으로 감쌀 물건을 가운데에 두고 보자기를 한데 모아 묶는다. 보자기 끝을 동그랗고 풍성하게 말아 넣으면 쉽고 예쁜 수국 매듭 완성.

천으로 감쌀 물건을 가운데에 두고 보자기를 한데 모아 묶는다. 보자기 끝을 동그랗고 풍성하게 말아 넣으면 쉽고 예쁜 수국 매듭 완성.

보자기가 손에 익은 두 사람은 곧바로 상투 매듭에 돌입했어요. 물건을 가운데에 잘 놓고, 9시 방향 보자기를 들어 3시 방향으로 넘깁니다. 3시 방향 보자기도 같은 방식으로 9시 방향으로 넘기고요. 12시 방향 보자기는 6시 방향으로, 6시 방향은 12시 방향으로 넘깁니다. 상하좌우 보자기를 엇갈리게 추슬러 올리는 거죠. 이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하면 상투 같기도, 댕기 머리 같기도 한 매듭이 완성됩니다. 모양이 어느 정도 잡히면 나비매듭을 지은 후 나무젓가락을 콕콕 찔러넣으며 튀어나온 보자기를 정리해주세요. 쇠젓가락이나 뾰족한 펜으로 찌를 경우 보자기가 찢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고요. 남 지회장은 “상투 매듭은 초등학교 1학년인 제 아들도 할 정도로 쉽죠. 준비물도 상투 매듭법으로 싸간답니다”라고 했어요.

천으로 감쌀 물건을 가운데에 둔 뒤 9시와 3시 방향 보자기를 각각 엇갈리게 넘기고, 12시와 6시 방향 보자기도 같은 방식으로 넘긴다. 상하좌우 보자기를 엇갈리게 추슬러 올리면 양반 상투 모양의 상투 매듭이 탄생한다. 나무젓가락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콕콕 찔러 넣으며 모양을 잡는다.

천으로 감쌀 물건을 가운데에 둔 뒤 9시와 3시 방향 보자기를 각각 엇갈리게 넘기고, 12시와 6시 방향 보자기도 같은 방식으로 넘긴다. 상하좌우 보자기를 엇갈리게 추슬러 올리면 양반 상투 모양의 상투 매듭이 탄생한다. 나무젓가락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콕콕 찔러 넣으며 모양을 잡는다.

마지막으로 납작한 상자를 포장하기 좋은 궁중 매듭을 배울 차례입니다. 궁중 매듭을 할 때는 겉감과 안감이 각각 다른 색인 겹보자기를 사용해요. 완성했을 때 양면이 다 드러나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해주죠. 상자를 정중앙에서 1㎝가량 밑에 놓습니다. 6시 방향 보자기를 12시 방향으로 접어 상자 밑으로 넣고, 12시 방향 보자기는 6시 방향으로 내립니다. 남은 9시·3시 방향 보자기를 모아 매듭짓는데, 노리개 등 장식품을 달고 싶다면 이 단계에서 매듭과 함께 묶습니다. 6시 방향으로 내려온 천의 양쪽을 살살 당긴 뒤 12시 방향으로 올려 매듭을 잘 감싸면 완성! 태인 학생모델은 남색 면이, 효빈 학생모델은 분홍색 면이 포인트가 되도록 만들었어요.

겉감과 안감 색이 다른 겹보자기를 이용해 고급스러운 궁중 매듭. 물건을 정중앙에서 약 1㎝ 밑에 놓고, 12시·6시 방향 보자기로 잘 싼다. 양옆의 보자기를 물건 위로 가져와 매듭지은 뒤 6시 방향의 남은 천으로 감싼다.

겉감과 안감 색이 다른 겹보자기를 이용해 고급스러운 궁중 매듭. 물건을 정중앙에서 약 1㎝ 밑에 놓고, 12시·6시 방향 보자기로 잘 싼다. 양옆의 보자기를 물건 위로 가져와 매듭지은 뒤 6시 방향의 남은 천으로 감싼다.

학생기자단과 남 지회장이 직접 만든 보자기 아트 작품. 손재주가 없어도 매듭법만 숙지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

학생기자단과 남 지회장이 직접 만든 보자기 아트 작품. 손재주가 없어도 매듭법만 숙지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

3가지 매듭법을 배운 학생기자단은 남 지회장이 가장 고난도로 꼽은 장미 매듭 만드는 모습을 숨죽이고 지켜봤어요. 매끄러운 천을 이용해 주름을 잡고 돌리는 정교한 과정을 반복하자 보자기로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우아한 장미가 탄생했죠. “소중한 물건을 보자기로 싸고 덮고 매듭지으며 배려의 정신을 되새기죠. 상자 안에 뭐가 들었는지, 받는 사람이 누군지 항상 생각합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인 보자기 문화를 현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보자기 아트, 차세대 K문화로 손색없죠?”

남 지회장이 직접 만든 장미 매듭 보자기 아트를 들어 보였다. 장미 매듭은 주름을 잡고 돌리는 섬세한 과정을 반복하는 고난도 보자기 아트다.

남 지회장이 직접 만든 장미 매듭 보자기 아트를 들어 보였다. 장미 매듭은 주름을 잡고 돌리는 섬세한 과정을 반복하는 고난도 보자기 아트다.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이상윤(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태인(서울 영훈국제중 1)·안효빈(경기도 분당중 1) 학생모델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소년중앙 11기 학생기자단이 된 후 첫 취재로 보자기 아트를 체험했어요. 예쁜 한옥과 어우러진 오색 천·보자기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죠. 보자기의 유래·역사에 대해 배운 뒤 보자기 아트에 도전했는데, 선생님의 시범을 볼 땐 쉬워 보였지만 직접 해보니 생각처럼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완성하니 일반 포장과 다른 보자기 아트만의 감성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고난도의 장미 매듭을 보여주셨는데, 하나하나 정성 들여 주름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물을 받는 이를 향한 마음이 느껴졌죠. 평범한 천이 보자기 아트에 의해 예술로 변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집에 돌아와 언니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보자기를 풀고 다시 한번 매듭을 연습했어요. 소중 친구들도 앞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보자기로 예쁜 매듭을 묶어 전해보세요. 조상님들의 ‘배려의 정신’을 기억하면서요.  김태인(서울 영훈국제중 1) 학생모델

보자기 아트 취재를 처음 들었을 땐 ‘도자기’를 잘못들은 줄 알았어요. 그만큼 생소한 분야였죠. 취재 전 보자기 아트에 대해 알아보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어요. 보자기 아트 선생님께 세 가지 매듭을 배웠는데, 볼 땐 쉬워 보였지만 직접 하기란 역시 어려웠죠.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손이 따라 주지 않아 답답했어요. 그래도 나름 고풍스러운 모양새로 완성된 매듭을 보며 뿌듯했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집에 가서 몇 번씩 푸르고 다시 매듭짓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다음에 누군가에게 보자기로 포장된 선물을 전한다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배우는 의미 있는 취재였습니다.  안효빈(경기도 분당중 1)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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