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대기업 64%가 채용 계획도 못 세우는 기막힌 현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21년 1차 경찰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졌다. 6일 오전 응시생들이 서울 중구 성동공업고등학교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시험은 2907명 선발 예정에 4만 6687명이 응시해 경쟁률이 16대 1이었다. [뉴스1]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21년 1차 경찰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졌다. 6일 오전 응시생들이 서울 중구 성동공업고등학교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시험은 2907명 선발 예정에 4만 6687명이 응시해 경쟁률이 16대 1이었다. [뉴스1]

한국경제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은 한국 경제가 어쩌다 이런 현실에 직면했는지 한숨이 나오게 한다. 이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 가운데 63.6%는 대졸 신규 직원을 뽑을 계획이 없거나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41.3%였다.

거듭되는 규제에 코로나 충격 겹친 결과 #젊은 인재 수혈 바람 부는 일본과 대조적

현 정부의 고용 참사는 새삼 놀라울 게 없다. 2017년 5월부터 밀어붙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부터 지난해 제정한 ‘기업규제 3법’, 올해 들어 추진 중인 ‘협력이익공유제’ 같은 반(反)기업적·반시장적 정책이 꼬리를 물면서 불보듯 예고된 일이었다. 급격한 기술 변화에 맞춰 낡은 규제를 정비하고 손질해 줘도 기업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데, 기업의 손발을 묶고 경영권을 옥죄는 규제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어느 기업이 인력을 늘릴 수 있겠는가.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충격이 겹치면서 기업의 고용 여력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정책 책임자들은 대기업 열 곳 중 여섯 곳에서 채용 계획이 없다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간 노인과 청년에게 세금을 쏟아붓는 관제 일자리를 제공해 통계상으로는 고용 상황이 나쁘게 보이지 않도록 해왔지만, 세금 일자리 프로그램이 끝나자 그 민낯이 드러났다. 지난 1월에는 실업자 수가 157만 명에 달했고, 실업률은 5.7%로 치솟았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기업이 채용을 줄인다면 올해는 고용 상황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지난 1일부터 신입사원 채용이 개시된 일본과는 대조를 이룬다는 점이다. 일본 역시 지난해에는 코로나 충격으로 유효구인배율이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기업의 고용 의욕이 되살아나고 있다. 일본 리크루트 조사에 의하면 종업원 5인 이상 기업의 평균 채용예정 인원은 24.8명으로 지난해(24.7)보다 나빠지지 않았다. 더구나 일본은 인구 감소 여파로 젊은 인재 수혈 바람이 불면서 기업 간 인재 채용 경쟁이 뜨겁다고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청년들 대다수가 대학 재학 중 입도선매되고, 기업은 신규 직원의 이직 단속에 바쁘다.

한국은 어떤가. 현 정부가 민간기업의 숨통을 조여 고용 의욕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기업 취업은 낙타 바늘구멍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간만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다”며 공무원 증원에 나섰지만, 개인이나 국가로나 생산적이지 못하고 경쟁자가 몰리면서 기회조차 많지 않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했다. 지금 이 나라 청년의 미래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 아닌가. 취업을 못 하면 잃어버린 세대로의 전락을 피할 수 없다. 정책 책임자들은 이제라도 기업의 애로를 들어주고 자발적으로 고용을 늘리는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