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사람마다 다른 장내 미생물 환경맞춤형 유산균 찾아내 건강하게”

중앙일보

입력 2021.03.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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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건강 전문가 3인 좌담

세계적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4월, 건강기능식품의 소분(小分) 판매가 일부 허용되면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이 첫걸음을 뗐다. 특히 건강기능식품 중 수년째 수요가 급증한 유산균은 ‘맞춤형 장 건강’의 대표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 건강 전문가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 최용한 약사의 대담을 통해 개인 맞춤형 장 건강의 중요성을 짚어본다.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이란.

이동호 교수(이하 이 교수)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은 맞춤형 의학을 일컫는 ‘정밀 의학’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 100명을 진료할 때 처방전은 100가지가 나온다. 같은 질환이어도 환자마다 처방이 다르다는 얘기다. 정밀 의학에선 환자에게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약만 처방한다. 이 같은 개념이 의학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옮겨온 게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이다.

최용한 약사(이하 최 약사) 예전에는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을 사 먹으려면 기본적으로 한 달분 이상 든 완제품을 구매해야 했다. 최근 세계적 트렌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은 마치 약국에서 약을 이것저것 모아 조제하듯 소비자의 몸 상태에 따라 제품을 1주일분, 2주일분 등으로 소분해 구성한 형태를 가리킨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4월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에 대한 규제 특례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에 한해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아직은 약사·영양사가 소비자에 대한 설문 상담에만 의존하고 있어 전문성이 떨어진다. 평소 눈이 피로하고 술을 즐기는 사람에게 비타민A와 밀크씨슬을 소분해 제공하는 식이다. 향후에는 개개인의 생활 습관뿐 아니라 유전자 검사, 모발 미네랄 검사, 분변 검사 등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정확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마다 필요한 유산균이 다른가.

정명준 대표(이하 정 대표) 그렇다. 그 전에 유산균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한국의 많은 소비자가 ‘유산균을 먹으면 설사, 변비, 아토피 피부염, 치매,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을 치료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는 틀린 얘기다. 유산균이 이들 증상·질환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유산균이 몸속 마이크로바이옴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트리거(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섭취한 유산균은 몸속에서 유기산 같은 산 성분을 내보내는데, 이것이 마이크로바이옴의 체질을 바꿔준다. 쉽게 말해 유산균이 마이크로바이옴의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마다 구성 성분과 변화 패턴이 다르다. 사람마다 필요로 하는 유산균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미생물 무리를 뜻한다. 마이크로바이옴에는 5000~7000종의 유익균이 들어 있고, 이들 유익균의 수는 100조 마리에 달한다. 최근 세계 의학계에선 마이크로바이옴이 사람의 수명뿐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장 건강에 마이크로바이옴이 왜 중요한가.

이 교수 예전에는 ‘사람의 유전자 정보만 해독하면 암 같은 질병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막상 유전자 해독 기술이 발전하고 보니 사람의 유전자가 병의 원인, 치료 예후를 알려줄 수 있는 범위는 예상보다 적다는 걸 알게 됐다. 반면에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전자를 파악해 보니 사람의 유전자보다 200배 이상 크다는 게 확인됐다. 사람의 유전자뿐 아니라 사람과 공존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알아야 그 사람에게 나타난 병의 원인과 예후 등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이론은 불과 5~10년 전 제기됐지만,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현대 의학의 빅뱅’으로 평가받는다.

정 대표 마이크로바이옴을 바꾸려면 새로운 유익균이 들어와야 한다. 그러려면 섭취하는 유산균의 ‘총 균수’를 늘리고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효과적으로 바꾸려면 유산균을 건강기능식품 섭취에만 의존해선 안 되고, 발효식품을 함께 섭취해야 한다. 요즘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 시대에 선호하는 배달음식은 된장찌개처럼 끓인 음식이 많은데, 열에 약한 유산균이 된장찌개에는 거의 없어 장 건강에 도움되지 않는다. 재래식 김치·된장·젓갈·막걸리에 수십에서 수백 종의 미생물(유익균)이 산다. 이들 발효식품을 끓이지 않고 생으로 먹어야 새로운 미생물을 다량 체내 들일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바꾸려면 유산균 건강기능식품과 함께 발효식품을 최소 하루에 한 끼는 챙겨 먹기를 권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의 검사 방법은.

이 교수 세계적으로 ‘NGS(Next-Generation-Sequencing)’라 불리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이 대표적인 검사법이다. 우리 몸속 수천 종의 미생물을 과거엔 일일이 찾아냈어야 했는데,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분변 검사로 쉽게 알 수 있다. 대변에서 수분을 쫙 빼면 70%는 유익균·유해균 등으로 이뤄진 세균 덩어리다. 현미경으로 봐서는 이들 균을 구분해내지 못한다. 모양이 다들 비슷하기 때문이다. NGS 검사법은 이들 미생물의 유전자를 수천에서 수만 배로 증폭시킨 뒤 염기서열을 분석해 장내 미생물이 어떤 구성과 변화 패턴으로 이뤄져 있는지 알 수 있다. 국내에선 현재 다수의 병원에서 NGS 방식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변 분석해 맞춤형 유산균 선별

쎌바이오텍은 지난해 11월, 정밀 의학 기업 마크로젠과 함께 NGS 분석으로 소비자의 장내 미생물을 검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 건강관리 프로그램인 ‘쎌바이옴(Cellbiome)’을 론칭했다. 유산균과 분석용 키트가 동봉된 패키지를 받은 소비자는 분변을 채취해 마크로젠으로 보내고, 분석 서비스 결과지는 3주 이내 집으로 배송받는 식이다. 쎌바이오텍은 참약사 약국공동체와 함께 일반인 30명을 대상으로 NGS 분석과 맞춤형 유산균을 추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맞춤형 유산균 서비스 성과는 어떤가.

최 약사 쎌바이옴 프로젝트에 약국 서른 군데가 참여했다. 30명을 설사, 변비,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세 그룹으로 나누고 사전 설문조사의 증상과 NGS 검사 결과로 본 미생물 상태가 어느 정도 일치한 것을 확인했다. 맞춤형 유산균을 선별해 제공한 뒤 2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가 20% 정도 공개됐는데, 참가자의 80% 이상에서 ‘장 건강이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기존의 단순한 설문 방식이 아닌 객관적인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거친 진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의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시대 맞춤형 유산균이 더 필요한가.

이 교수 물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에서 달라붙는 지점이 호흡기뿐 아니라 장에도 많다. 실제로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호흡기 증상이 없고 설사, 식욕부진 등 소화기 증상만 있는 경우도 많이 보고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장으로도 침투하는데, 장내 미생물 환경이 건강해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NGS 검사를 통한 장내 미생물의 균형 유지가 더 강조되는 이유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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