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아지랑이

중앙일보

입력 2021.03.0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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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머언 들에서 부르는 소리 들리는 듯/ 못 견디게 고운 아지랑이 속으로/ 달려도 달려가도 소리의 임자는 없고 ~’ (윤곤강의 시 ‘아지랑이’)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을 지나면서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이맘때면 떠오르는 단어가 아지랑이다. 아지랑이는 봄을 상징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봄날 따스한 햇볕이 내리쬘 때 공기가 공중에서 아른아른 움직이는 현상을 아지랑이라고 한다. 아지랑이는 시어(詩語)로도 많이 쓰이고 다른 글이나 노랫말에도 자주 나온다. 위 시에서처럼 아지랑이에는 꿈과 환상, 그리움 같은 것이 담겨 있다.

아지랑이를 ‘아지랭이’라 부르는 사람도 많다. ‘아지랑이’보다 ‘아지랭이’가 발음하기도 편하다. 그렇다면 ‘아지랑이’ ‘아지랭이’ 모두 맞는 말일까?

‘-랑이’보다 ‘-랭이’가 발음하기 편한 것은 뒷글자 ‘이’의 영향을 받아서다. 이처럼 어떤 음운이 뒤에 오는 ‘ㅣ’의 영향을 받아 그와 비슷하게 소리 나는 현상을 ‘ㅣ’모음 역행동화라고 한다.

‘가자미→가재미, 손잡이→손잽이, 호랑이→호랭이, 아비→애비, 어미→에미, 노랑이→노랭이, 고기→괴기’ 등의 발음이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맞춤법은 이들 단어의 변화한 발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즉 ‘가자미, 손잡이, 호랑이, 아비, 어미, 노랑이, 고기’ 등과 같이 원래 형태대로 적도록 하고 있다. ‘아지랭이’ 역시 표준어가 아니므로 ‘아지랑이’로 적어야 한다.

그러나 ‘ㅣ’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난 형태를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도 있다. ‘서울내기, 신출내기, 시골내기, 풋내기, 냄비’ 등이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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