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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탄소중립 지렛대, 해상풍력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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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문승일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문승일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50년까지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은 피해갈 수 없는 필수 과제다.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해상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원의 대규모 보급을 통해 이뤄진다. 중앙집중형인 한국의 전력망을 운영하는 한국전력(한전) 또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신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될 때다.

현재 한전이 계획 중인 서남해 지역 3GW급 해상풍력 사업은 지금 상황에서 민간이 투자하기에는 버거운 대규모 사업이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그린에너지의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해상풍력 등 대단위 재생에너지 단지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전이 특정 지역에서 제한된 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인다면 에너지 전환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단위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막대한 전력망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서남해 지역은 재생에너지 잠재 역량이 풍부해 앞으로 수십 GW 용량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전력망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전은 계획 중인 3GW급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드는 전력망 구축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이 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 역량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구축된 전력망에 민간사업자도 차별 없이 접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한전이 전력망 사업자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이 지역에서 민간이 그린에너지 사업을 펼쳐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최근 한전이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하려는 시도가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에 민간이 선뜻 나서고 있지 않은 지금의 상황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한전이 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고, 이 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 인프라를 함께 구축했으면 한다. 한전은 공기업임을 명심하고 지역 주민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서 이 사업이 한국의 에너지 전환에 큰 계기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문승일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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