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초상권 침해에 떠는 교사들…“캡처 방지 기능 필요”

중앙일보

입력 2021.03.07 16:37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인천 남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인천 남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확대되면서 교사의 초상권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사들은 원격수업 프로그램에 녹화 방지 기능을 추가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원격수업 장면이나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오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 화면을 학생들끼리 돌려보며 '품평'하거나 온라인에 올리는 피해를 겪은 교사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에는 한 초등학생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원격수업을 하는 교사 사진을 올리고 '교사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교사들은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고 보고 있다. 2일 교사노동조합연맹이 교사 84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9%가 “원격수업 중 초상권 침해를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초상권 침해를 당한 교사도 651명(7.7%)으로 파악됐다.

빠르게 확산하는 딥페이크 기술도 교사들의 우려를 키운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영상에 다른 사람의 얼굴 등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유포하는 이른바 '지인 능욕'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늘어나는 쌍방향 수업에 우려 커져 

지난해 3월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초상권 침해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지만, 올해는 걱정이 더 커졌다. 교육부가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늘리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교사가 학생과 줌이나 EBS 온라인 클래스 등을 통해 화상 수업을 하기 때문에 초상권 침해 우려가 더 높다.

교사들은 교육 당국이나 학교의 대처가 미온적이라고 지적한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아직도 학교나 교육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각심이 있는 일부 학교만 초상권 문제를 학생들에게 강조할 뿐이고, 다른 곳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는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하거나 얼굴이 나오지 않는 화면 구도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의 항의가 걱정되지만,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있다"며 "어깨 아래로만 화면을 띄우고, 학습 자료를 활용해 수업하는 교사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교원지위법상 초상권 침해 등 피해를 겪은 교사가 교육청을 통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제 관계를 고려해 실제 수사 의뢰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교사노조는 “학교장이 교사의 피해를 교육청에 등록하는 걸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교육부 "캡처 방지는 고난이도 기술…당장 도입 어려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EBS 온라인클래스 기술상황실을 방문, 원격수업운영 준비상황 점검 및 교사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제공]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EBS 온라인클래스 기술상황실을 방문, 원격수업운영 준비상황 점검 및 교사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제공]

교육계에서는 초상권 침해 피해를 막기 위해 쌍방향 수업 프로그램에 캡처 방지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가 원격수업에 주로 활용하도록 권고한 EBS 온라인 클래스는 현재 캡처 방지 기능이 없다. 반면 줌(ZOOM) 등 민간 프로그램에는 교사가 화면 녹화를 막는 기능이 탑재돼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캡처 방지 기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해 당장 도입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의 걱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초상권 보호 필요성을 강조한 교육 자료를 학교에 배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