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60% '채용계획 없음'···대학 6학년 취준생 울고싶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07 15:22

업데이트 2021.03.07 15:33

지난달 서울시내 대학 취업게시판에 취업정보가 붙어있다 [뉴스1]

지난달 서울시내 대학 취업게시판에 취업정보가 붙어있다 [뉴스1]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다 채우고도 대학생 신분을 유지한 채 2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김 모(27)씨는 요즘 친구들과 주말마다 면접 스터디를 하고 있다. 하지만 면접은커녕 필기시험을 본 것도 손에 꼽을 정도다. 김 씨는 “대기업도 공채 대신 수시채용을 하는 추세라 어떻게 취업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일단 채용공고가 나면 무조건 지원을 하고 있지만 공고 자체가 잘 나오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취업 한파’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아직 상반기 채용 계획을 못 잡았거나 아예 한 명도 채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7일 매출액 500대 기업의 ‘2021년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해 발표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17.3%는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조사(8.8%)와 비교해 약 2배로 늘었다.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도 46.3%였다.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36.4%였다. 이 가운데 절반(50.0%)은 채용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중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30.0%, 줄이겠다는 기업은 20.0%로 나타났다.

대기업 10곳중 6곳 채용계획 없어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기로 한 기업들은 국내외 경제와 업종 경기가 부진(51.1%)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고용경직성(12.8%)과 필요한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10.6%)는 답변이 뒤를 이었고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 증가(8.5%)를 이유로 꼽은 기업도 있었다. 반면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들은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미래 인재를 확보(75.0%)하기 위해 채용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에 대한 인력 수요 증가(8.3%)도 이유로 꼽았다.

매출액 500대 기업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매출액 500대 기업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신입사원 수시채용 기업 늘어나

신규채용 방식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수시채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500대 기업 중 수시채용을 활용해 신규 인력을 뽑겠다고 답한 기업은 76.4%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66.7%)와 비교해 9.7%포인트 늘었다.

이미 주요 기업에서는 정기공채 대신 수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월 SK그룹은 내년부터 신입사원 정기공채를 없애고 100% 수시채용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SK는 경력직을 포함해 연간 8000명대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있어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기업 중 하나다. SK가 채용 방식을 변경함에 따라 5대 그룹 중 정기공채를 실시하는 기업은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두 곳만 남았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은 100% 수시 채용으로 제도를 변경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은 수시채용 방식이 확산하면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강화돼 신규채용 시장이 위축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19~34세 구직자 329명을 대상으로 최근 청년 취업이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47.4%는 기업이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한경연의 조사에서 기업들은 채용시장 전망에 관한 질문에 대해 수시채용 비중 증가(29.1%), 경력직 채용 강화(20.3%) 등을 주목할 만한 변화로 꼽았다.

서울 영등포구 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게시판에 부착된 국민취업지원제도 안내 포스터에 실업급여 수급신청을 위해 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게시판에 부착된 국민취업지원제도 안내 포스터에 실업급여 수급신청을 위해 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 실업률 16년 만의 최고치  

취업 한파는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월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8만2000명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은 9.5%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계절적 요인을 배제하기 위해 매년 1월 수치와 비교해도 2000년 1월(11.0%)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실업률이다.

통계청이 오는 17일 발표할 ‘2월 고용동향’에서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더욱 부진할 전망이다. 신규채용 시장이 위축된 데다 2월 졸업시즌을 맞아 비경제활동인구였던 학생들이 대거 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하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3일 고용노동부는 청년 디지털 일자리 6만명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고용상황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업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고용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생산성에 따른 보상체계와 탄력적인 근무형태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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