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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건강을 마신다’…봄의 전령, 수도권 원조 고로쇠 제철

중앙일보

입력

‘봄의 전령’인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가 한창이다. 중부지방 고로쇠가 제철을 맞은 것이다. 고로쇠 수액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날 정도로 날씨가 풀린다는 경칩(5일) 무렵이 절정이다. 수도권 고로쇠 원조 마을은 경기도 남양주 수동면 내방리. 이 마을 일대에선 지난달 말부터 고로쇠 수액 채취가 시작됐다.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이 마을에선 25년 전인 1996년 2월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최초로 고로쇠 수액 채취가 시작됐다. 수동면에서는 현재 주민 40여명이 4개 작목반 구성해 지역별로 나눠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해발 600m 이상 고지대에 자생하는 직경 30㎝ 이상 10년 이상 된 고로쇠나무 4000여 그루에서 채취한다.

고로쇠 수액 채취 모습. 수동면 고로쇠마을 영농조합법인

고로쇠 수액 채취 모습. 수동면 고로쇠마을 영농조합법인

경칩 무렵이 고로쇠 수액 절정  

채취 방법도 독특하다. 고로쇠나무에 구멍을 낸 뒤 호스를 산 아래 저장고까지 연결해 수액을 자동으로 채취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산 아래 수액 저장고에서는 고로쇠 수액 정제 살균기를 갖추고 위생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곳엔 섭씨 3도를 유지하는 저온저장고 4곳도 갖추고 있다.

조충연(59) 수동면 고로쇠 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고로쇠 수액은 경칩을 전후해 절정을 이룬다”며 “수액은 주·야간온도 차가 클 때 많이 나오는데, 밤 온도가 영하 3∼4도, 낮 온도가 영상 10∼15도 정도인 요즘이 완전 제철”이라고 소개했다. 주민들은 한 달여 동안 총 2만ℓ 고로쇠 수액을 생산할 계획이다. 고로쇠 수액 가격은 9ℓ에 2만5000원, 18ℓ에 5만원이다.

고로쇠 수액 채취를 위해 고로쇠나무에 천공하는 모습. 수동면 고로쇠마을 영농조합법인

고로쇠 수액 채취를 위해 고로쇠나무에 천공하는 모습. 수동면 고로쇠마을 영농조합법인

고로쇠 수액과 관련해서는 신라 말 승려 도선(827∼898) 국사(國師)의 일화가 유명하다. 도선국사가 백운사에서 가부좌를 튼 뒤 장기간 수도를 한 후 일어서려는데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이때 도선국사가 고로쇠나무를 잡고 일어서려다 가지가 부러졌다. 이에 나무에서 떨어지는 수액을 받아먹고 나서 무릎이 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칼슘, 마그네슘 등 성분 함유  

고로쇠 수액에는 칼슘과 마그네슘, 자당 등 성분이 풍부히 함유돼 피로 해소, 체내 노폐물 제거, 위장병, 담석증, 비뇨기질환, 신경통, 당뇨, 산후조리에 효능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지역에서 생산하는 고로쇠 수액 제품. 수동면 고로쇠마을 영농조합법인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지역에서 생산하는 고로쇠 수액 제품. 수동면 고로쇠마을 영농조합법인

고로쇠 마을을 방문하면 남양주의 주요 명산인 축령산, 서리산, 주금산, 철마산, 천마산 등지의 등산을 겸하기도 제격이다. 남양주 외에도 경기 가평군 화악산·명지산, 양평군 용문산 등지에서도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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