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코로나 방역 지원 ‘백신 외교’로 동남아 국가에 러브콜

중앙선데이

입력 2021.03.06 00:26

업데이트 2021.03.06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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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호 08면

G2 ‘신냉전 격전지’ 동남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앞세운 ‘백신 외교’를 통해 동남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다급한 처지를 활용해 이들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우호 여론 조성, 미 견제 ‘일석이조’
“공짜 점심은 없다” 경계 목소리도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입도선매하자 동남아 개발도상국들은 백신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백신 공급량은 한정돼 있는데 서방 국가들이 일제히 사재기에 나서면서 동남아 국가들은 공급 후순위로 밀리게 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동남아 지역의 집단 면역은 2022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줄을 이었다.

그러자 중국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국산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약속하며 동남아에서의 입지 확장을 꾀하고 나섰다. 미얀마와 남중국해 등 미·중이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에서 ‘백신 여론전’을 전개하며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심산이다. 백신 싹쓸이의 틈새를 활용해 미국을 견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지난 1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동남아 순방도 백신 외교에 초점이 맞춰졌다. 겉으로는 경제 협력 강화를 순방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코로나19 백신 지원이란 ‘히든카드’를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중국산 백신을 생중계로 접종한 직후 왕이 부장을 접견해 화제를 모았다. 왕이 부장은 “코로나19 백신 지원은 전 세계에 양국의 형제애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백신 생산의 허브가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중국산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달리 냉동이 아닌 냉장 상태에서도 운송·보관이 가능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열대 지역에 위치한 동남아 개도국의 백신 접종에 용이하다는 점도 중국의 홍보 포인트다. 중국산 백신 2500만 회분을 구매하기로 한 필리핀 정부도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한 상황에서 적어도 6월까지는 중국산 백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도 백신 50만 회분을 추가로 기증하며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에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이 같은 중국의 적극적인 백신 외교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도 편치만은 않다. 황옌중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중국은 백신 외교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강할 뿐 아니라 이를 실현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협적”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백신 일대일로’와 ‘백신굴기’를 제어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이들 지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산 코로나19 백신 예방 효과가 다른 백신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브라질 임상시험 결과 시노백 백신 예방 효과가 50.4%로 긴급 사용 최소 기준인 50%를 겨우 넘긴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쁘라윳 태국 총리는 중국산 백신 효과와 신뢰 논란이 불거지자 “검증되지 않은 백신 접종은 서두르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고 말레이시아 정부도 ‘선 효능 확인, 후 구매 계약’으로 입장을 바꿨다.

동남아 현지에선 백신 외교에 숨겨진 중국의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제정치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CNN 방송은 “중국은 코로나19 진앙지로 지목되며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자 백신 외교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산 백신이 부작용을 낳거나 충분한 예방 효과를 보이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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