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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국, 인권·코로나 문제 협공…수세 몰린 중국도 맞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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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호 10면

중국 vs ‘반중 연합’ 충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과 서방 국가들의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영국·캐나다·호주 등이 잇따라 중국 때리기에 동참하며 ‘반중 연합’을 형성하자 중국 정부도 강력한 보복 조치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영,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 제기 #중, BBC 방송 전격 금지로 맞대응 #캐나다 “베이징 올림픽 개최 안 돼” #호주는 화웨이, 인도는 틱톡 퇴출 #중, 불리한 ‘일대다’ 구도 탈피 고심

이 같은 중국 때리기는 시진핑 주석이 공을 들이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의회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베이징 올림픽 개최지 변경을 요구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서방 국가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인권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책임론과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관련해서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AP통신은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이런 전략에는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이라는 다자적 접근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①영국 vs 중국, 관계 급속히 악화=최근 BBC 방송의 중국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 보도가 기폭제가 됐다. 중국이 이를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면서 양국 간 대립이 크게 격화됐다. 그러자 영국은 지난달 4일 중국국제텔레비전(CGTN) 방송 면허를 취소했다. 중국 공산당에 대해 일방적인 홍보 프로그램을 내보낸다는 이유였다. 이에 중국도 지난달 12일 BBC 월드 뉴스의 자국 내 방송을 전격 금지하며 맞불을 놓았다.

양국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반발해 지난 1월 31일부터 홍콩인을 대상으로 5년간 영국에 거주할 수 있는 비자 신청을 받고 있다. 5세대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의 참여도 금지했다. 최근 일본과의 외무·국방장관(2+2) 회담에서는 영국의 항공모함을 인도·태평양 해역에 파견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BBC 방송은 “홍콩 보안법 문제에서 시작된 갈등이 인권 탄압, 방송 금지 등 다른 이슈로 확대되면서 영·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향후 HSBC·재규어랜드로버·아스트라제네카 등 영국 기업들도 중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②캐나다 vs 중국, 코로나 신경전 가중=미국의 이웃 국가인 캐나다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며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주재 캐나다 대사관 직원들은 우한 지역의 박쥐 문양이 들어간 티셔츠를 단체로 제작해 중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코로나19 책임론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행위”라며 캐나다 정부에 공식적으로 엄중 항의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해명을 요구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코로나19는 인류 공동의 적이며 특정 국가를 바이러스와 연관 짓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캐나다가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와 함께 영어권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스’의 일원이란 점에서 중국 정부가 캐나다의 행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③호주 vs 중국, 무역 전쟁까지 불사=지난해 호주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양국 관계는 크게 악화됐다. 호주는 화웨이 통신 장비를 퇴출했고 이에 중국은 호주산 쇠고기와 철광석·석탄·보리·와인·랍스터 등에 대한 수입 규제를 강화하며 맞대응했다.

최근엔 호주 국적으로 중국 관영 영어방송인 CGTN의 간판 앵커로 활약하던 청레이 체포 사건이 불거지며 양국 관계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8월 청레이를 체포했음에도 이를 지난달에야 호주 정부에 통보하면서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청레이가 중국의 국가 기밀을 해외로 반출한 혐의로 체포됐다는 사실을 이제야 공식적으로 전달받았다”고 비판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호주로 이주해 호주 국적을 취득한 청레이는 2012년 중국으로 돌아가 뉴스 앵커를 맡으며 인기를 모았다. 호주 언론들은 “청레이 사건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며 “최근 격화되고 있는 양국 갈등이 그의 체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호주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인 ‘쿼드’ 멤버로 중국의 세력 팽창을 견제하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④인도 vs 중국, 역내 패권 대립 심화=지난해 중국과의 접경에서 무력 충돌을 겪은 인도 정부도 중국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전통적으로 갈등과 경쟁 관계였던 양국은 역내 패권을 둘러싸고 크게 대립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중국산 스마트폰 앱 59개에 대해 영구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다. 틱톡과 위챗 등을 거대 인도 시장에서 퇴출시킨 것이다. 인도 당국은 보안 문제를 내세웠지만 속내는 지난해 국경 분쟁에 따른 보복 조치라는 관측이 적잖다.

이에 대해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 기업에 대한 차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인도 정부의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도 “인도 정부에 손해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중국 포위망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도 보다 큰 틀에서의 전략적 대응책을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일대다’의 불리한 대결 구도를 탈피하기 위한 묘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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