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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900차례 외침, 자학사관의 과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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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호 20면

한국사에서의 전쟁과 평화

한국사에서의 전쟁과 평화

한국사에서의 전쟁과 평화
신복룡 지음
도서출판 선인

‘900회가 넘는 외침을 받고도 평화를 사랑한 민족.’

학창 시절에 이런 역사 교육을 받으면서 “왜 당하기만 했지”라며 갸우뚱했지만, 추가 설명이 없었다.

『한국사에서의 전쟁과 평화』를 펴낸 신복룡(79) 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이런 궁금증에 답을 제시했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한국사 속 전쟁에 관한 것을 모은 이 책에서 저자는 “900여 차례 외침을 받았다는 주장은 자학(自虐) 사관이 빚은 과장이고 실제 전쟁은 90차례 정도였다. 고구려의 영토전쟁, 여몽 연합군의 일본 출병, 월남전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망국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이웃 적대국에 책임을 묻는 ‘탓의 역사학’에 몰두했다. 이런 식의 역사학은 정직하지도 않고 비루한 변명이어서 우리에게 줄 교훈이 없다”고 비판했다.

700쪽이 넘는 역작에서 저자가 꼭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저자는 앞으로의 전쟁에 대해서 얘기한다.

“이제 전쟁은 3인칭이 아니다. 전쟁은 늘 우리 곁에 있는 일상이 됐다. 전쟁은 죄악이지만, 없어지지 않는다. 평화가 진보하는 것처럼 전쟁도 진보한다. 따라서 전쟁이 사악한 짓이라 해서 기피하는 태도는 전쟁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국가를 불행하게 만든다. 역사를 보면 반드시 치렀어야 할 전쟁을 회피한 국가가 치르지 말아야 할 전쟁을 치른 국가보다 더 불행했다. 전쟁을 피해 산으로 올라간 민족은 멸망했다. 전쟁과 평화의 엄숙주의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민족에게는 늘 망국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기존 4강은 여전히 건재한데 북한 핵무기 위협까지 추가된 한반도는 앞으로 어떻게 평화를 확보할 수 있을까.

머리말에 소개된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말이 우리에게 무거운 숙제를 던진다.

“나라가 평화로우면 아들이 아버지를 땅에 묻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아버지가 아들을 땅에 묻는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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