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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SK이노베이션, 진정성 있는 합의안 제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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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에 충전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전기차 배터리에 충전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5일 SK이노베이션의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사건과 관련해 96쪽짜리 판결문 원문을 공개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SK가 LG로부터 훔친 22개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10년 내 해당 영업비밀 상의 정보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 명확하다는 게 ITC 판단”이라며 “그래서 10년간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물품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LG 측은 ITC가 “증거 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조직장들에 의해 전사적으로 이뤄졌다”는 문장에 의미를 뒀다. “SK의 증거인멸 행위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ITC는 “자료 수집·파기가 SK에서 만연하고 있었고 묵인됐음을 확인했다”며 “SK가 정기적인 관행이라는 변명으로 노골적으로 악의를 갖고 문서 삭제·은폐 시도를 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SK는 판결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라고 결정하면서도 여전히 침해됐다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됐다는 것인지에 대하여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LG는 침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ITC 의견서 어디에도 이번 사안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LG는 “증거를 없애놓고 증거인멸로 패소한 측이 증거가 없다고 우기는 상황을 납득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LG는 “SK가 불법으로 가져간 영업비밀을 이용하며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걸 구체적이고 개연성 있게 입증했다”는 판결문 문구를 강조하고 있다.

ITC 판결문에 따르면 배터리 생산용 물품에 대한 미국 반입 금지 기간 10년도 LG의 요구 기간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SK가 영업비밀을 침해해 10년을 유리하게 출발했다”는 LG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ITC는 “SK는 침해한 LG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해당 정보를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침해 기술을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베를린 매장에 전시된 전기차. [로이터=연합뉴스]

베를린 매장에 전시된 전기차. [로이터=연합뉴스]

LG는 이날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SK가 ITC의 최종 결정을 수용하고 진정성 있게 협상에 나선다면 합의금 산정 방식은 매우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LG에 따르면 두 회사의 합의금 제시안은 1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은 “합의금 총액 수준이 근접한다면 SK의 사업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합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웅재 LG에너지솔루션 법무실장은 “합의가 안 된다면 원칙대로 간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하는 미국 법원의 제재는 ITC의 결정을 넘어서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결과는 경쟁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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