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최종 의견서 “SK, LG 영업비밀 22개 침해, 증거인멸 전사적”

중앙일보

입력 2021.03.05 11:38

업데이트 2021.03.05 14:56

미 ITC는 5일 LG-SK 간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과 관련해 최종 의견서를 내고, SK가 LG의 영업비밀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했다. [연합뉴스]

미 ITC는 5일 LG-SK 간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과 관련해 최종 의견서를 내고, SK가 LG의 영업비밀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했다. [연합뉴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5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한 최종 의견서를 통해 SK가 LG의 영업비밀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취득하지 않았다면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미국 수입금지 조치 기간을 10년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0일 ITC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 패소를 확정하고, 수입금지·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낸 입증 자료를 바탕으로 11개 카테고리, 22개 영업비밀을 인정했다. 전체 공정과 원자재 부품명세서, 제조 공정 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에 따라 LG가 주장한 22개 영업비밀을 법적 구제 명령 대상으로 판단했고, 미국 수입 금지 기간 역시 LG의 주장에 동의해 10년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ITC는 “SK의 증거인멸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며 “증거 인멸은 전사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자료 수집·파기가 SK에서 만연해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SK는 의도적으로 문서 삭제·은폐 시도를 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소송 과정에서 보여준 SK이노베이션의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ITC는 “증거 개시 과정에서 SK의 더딘 대응, 정직하지 못한(lack of candor) 대처는 이 사건을 신속하게 완료해야 하는 ITC의 법적 의무와 ITC 행정판사가 정한 절차를 의도적으로 무시(callous disregard)한 것”이라고 했다.

ITC는 SK 측의 증거인멸에도 LG 측이 제시한 파일명이 남아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최종 판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LG는 원가·조달·가격 책정 등 SK가 LG의 영업비밀을 취득했다는 보는 개연성 있고 구체적인 주장을 제시했다”며 “LG의 입증 범위는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기존 사건에서 요구한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를 종합한 결과 ITC는 최종 판결에서 SK의 조기 패소 판결보다 약한 수위의 법적 제재는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ITC는 양사 분쟁의 결정적 계기가 된 2018년 9∼10월 독일 폴크스바겐 수주에 대해서도 최종 의견서에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이 사업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 가격 정보를 취득했고, 폴크스바겐에 자사 배터리를 가장 저가에 제안해 수주했다는 LG 측 주장을 대부분 인정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 금지명령과 영업비밀침해 중지 명령은 합당하다”며 “영업비밀을 침해한 SK 측과 배터리 납품 계약을 맺은 폴크스바겐의 선택도 공공의 이익 측면에서 볼 때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ITC 최종 결정에서 조정으로 풀이되는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 부분에 대해서도 밝혔다. ITC의 결정으로 한시적으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공급받게 될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대해 “다른 배터리 공급사로 갈아탈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라고 했다. ITC는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대해 각각 2024년, 2022년까지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유예 명령을 내렸다.

이날 ITC 의견서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TC에 유감”이라며 “의견서는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ITC 의견서 외 더 언급할 건 없다”며 “SK의 스탠스(자세)에 따라 합의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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