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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레터] 네이버·카카오 나만 빼고 레벨up... 성과급·인사평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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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원엽 기자

그래픽=정원엽 기자

안녕하세요. 팩플레터입니다.

지난달 25일 네이버와 카카오 창업자들이 한날 한시에 각자 자기 회사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면서 시끌벅적했던 일이 있었죠. 네이버 직원들은 성과급으로, 카카오 직원들은 인사평가 문제로 회사와 갈등 중이에요.

사실, (저희같은)대다수 사람들이 네카 직원들의 주장에 공감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잘나가는 기업 직원들의 밥그릇 투쟁'일 뿐이라고 냉소하는 분위기도 있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MZ세대 직원들이 경영진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건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합니다. 그 좋다는 구글에서 빅테크 기업 중 첫 노조를 만든 구글러들, 흑인 임원비율을 공개하라는 아마존 직원들 등 빅테크 직원일수록 '더 많은 정보가 더 투명하게 공개돼야 회사가 의사결정을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직진할 시간, 함께 가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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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이버·카카오의 기쁨과 슬픔

네이버·카카오가 달콤·쌉싸름한 연초를 보내고 있다.

· 회사는 달콤한데 : 네이버·카카오는 지난해 각각 5조 3041억원, 4조 15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회사 모두 사상 최대치. 주가도 상승세.🚀 지난해 1월 대비 각각 107%, 222%(3월 2일 기준) 올랐다. 요즘 증권가엔 ‘자녀에게 사주고 싶은 주식’으로 네이버·카카오를 첫손에 꼽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 직원은 씁쓸하고 : 회사는 돈을 많이 벌었지만, 직원은 그만큼 벌지 못했다.😥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와 노조를 중심으로 성과보상과 인사평가에 대한 불만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지난달 25일엔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각자 사내 간담회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 노조는 뿔났다 : 네이버 노조는 지난달 26일 노보에서 이해진 GIO, 한성숙 대표 등 경영진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네이버 경영진은 간담회에서 “여러 회사가 경쟁적으로 연봉을 올렸는데 과연 건강한 방향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람에 대한 투자는 건강하지 않다는 거냐”고 반박. 직원들 사이에선 “우린 금융치료를 원하는데 회사는 건강치료만 얘기한다”는 빈정거림까지 나온다. 카카오 노조도 김 의장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며 불만이다. 2일 열린 카카오 경영진-직원 간담회에서 “다른 회사처럼 일괄 연봉인상 없냐”는 질문에 회사 측은 “경쟁력 있는 처우에 대해 고민중”이라 답변.

2. 삼성보다 좋다는 네이버·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학생·직장인 ‘최애’💗회사다. 지난해 잡플래닛 ‘다니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 카카오가 1위, 네이버는 2위였다. 삼성전자, SK, CJ가 뒤를 이었다. 쟁쟁한 회사들 제친 배경은.

· 가족까지 챙겨주는 복지 : 네이버는 2001년 전 직원 상해보험을 도입했다.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 배우자 부모의 상해까지 보장해주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혜택이었다. 카카오는 2014년 부터 직원 재충전을 위해 매 3년 근속마다 한 달의 안식휴가 및 휴가비 200만원을 지원한다. 시설 좋은 카카오 사내 어린이집은 국내 단일 기업 기준 최대 규모다.

· 쏠쏠한 보상 : 카카오는 2017년부터 업무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줬다. 올해는 최초로 자사주 보너스 10주씩을 지급. 네이버는 2019년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네이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8182만원, 카카오는 8200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

· 수평적 조직 문화 : 카카오는 설립 초부터 부장·과장 등 직급명 대신 영어 이름을 썼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도 사내에선 “브라이언”으로 불린다. 네이버도 ‘⭘⭘님’으로 서로를 부른다.

IT기업들이 몰려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한 횡단보도. 사진 박민제 기자

IT기업들이 몰려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한 횡단보도. 사진 박민제 기자

3. 판교가 달라졌어요

‘최고 수준’이란 말은 상대적이다. 네이버·카카오 수준의 처우는 이제 IT·스타트업계의 표준이 됐다. 그땐 최고였는데, 지금은 평범. 게다가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네이버·카카오 수준 복지와 처우+α를 약속하며 인재 쟁탈전을 벌인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지만, 요즘엔 절을 바꾸는게 대세. 절을 바꾸자고 요구하는 원동력은.

① '묻고 더블로 간' 개발자 몸값
IT·게임 개발자는 귀하신 몸이 됐다. 지난 2월 초 넥슨이 재직자 연봉 800만원 일괄 인상한게 신호탄이 됐다. 넷마블·컴투스·게임빌이 뒤따르더니, 크래프톤은 재직자 2000만원 일괄인상으로 베팅액을 키웠다. 스타트업인 직방도 초봉 6000만원, 경력직은 전 직장 연봉 1년치를 사이닝보너스(최대 1억원)로 지급한다 발표. 재직자 연봉도 2000만원 일괄 인상.

· IT기업은 사람이 핵심 자산. IT업계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더 심각해졌다. 대부분의 산업군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접어들었기 때문.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1월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인력을 뽑고 싶어도 개발자가 없다”고 말했다.

· 인사 담당자들은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호소한다. 매출 10위권 중견 게임사 인사팀장은 “쿠팡, 토스 같은 급성장한 기업이 인력을 진공청소기처럼 흡수하고 있다”며 “게임 만드는데 필요한 언어를 모두 능숙하게 다루는 유능한 개발자는 고사하고, 다룰 줄만 아는 개발자도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포커판에 앉아 판돈을 올리는데, 돈 없는 회사는 손모가지라도 걸어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인력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 아마존웹서비스의 '아태지역의 디지털 잠재력 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까지 1560만 명의 디지털 근로자가 추가로 필요하다. 기존 대비 93% 증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평균연봉. 잡플래닛

네이버와 카카오의 평균연봉. 잡플래닛


② '우린 용병'… 파이어족의 등장
무한 이직은 자유, 빠른 은퇴는 숙명. 개발자 세계 불문율이다. 젊을 적엔 불러주는 곳이 많지만 고도의 ‘수학적 머리’가 필요한 탓에 현역 은퇴 시기는 비교적 빠르다. 요즘엔 돈이 없으면 ‘창업대박’도 꿈꾸기 힘들다. 결국 현재 직장의 보상과 복리후생이 가장 중요하다.

· 경기도가 지난해 판교테크노밸리 기업 1259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대(45.09%)였다. 40대(27.43%), 20대(18.95%) 순. 50대 이상은 8.44%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중 5·60대 이상 인구 비율(41.8%)과 비교하면 큰 차이.

· 창업대박 루트도 예전같지 않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두세명이 개발한 ‘애니팡’같은 성공사례가 나왔지만 최근엔 수십명이 몇년간 매달려 개발해야하는 대작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

· 이 때문에 경제적 자유를 미리 확보해 조기 은퇴하려면 현재 회사의 처우와 보상이 중요하다. 국내 대형 게임사 직원 김모(29)씨는 “자산가격 상승세를 근로소득이 못 따라가지만 최소한 ‘종잣돈’ 정도는 월급으로 만들고 싶다”며 “일찍 나 스스로를 해고하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을 지향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 더구나 블라인드 등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활성화로 옆 직장 연봉인상 현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것.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사와 ‘한가족’👪이 되기 보단 내 몸값을 가지고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용병·프로페셔널’이라 생각해, ‘할 말은 하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③ 관료화된 빅테크
카카오 직원 수는 최근 5년새 두배(5159→1만644명)가 됐다. 고생했다며 전 직원이 함께 해외여행 가던 스타트업 특유의 끈끈함은 희미해진지 오래다. 직급도 셀장 - 파트장 - 팀장 - 실장 - C레벨 등으로 층층시하가 됐다.

'구력 20년'이 넘는 대기업 네이버도 직원수(3354→6145명, 라인 계열사 제외)가 늘어 소통 구조가 복잡해지긴 마찬가지다. 네이버 노조가 2019년 첫 쟁의 당시 “이해진이 응답하라”는 구호를 외쳤던 것은 조직 내 소통이 부족하다는 인식의 반영이다. 다른 기업보다 분명 수평적이긴 한데 외부 영입이 많아지면서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평가.

4. 실리콘밸리 사정도 마찬가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술직 엔지니어 중심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특정 회사에 오래 다니기 보단 2~3년 단위로 이직하며 실력에 맞는 몸값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10X 엔지니어'(10명 몫을 하는 핵심 엔지니어)라면 연봉 50만달러(5억 6000만원)이상은 기본.

① 신입 연봉 TOP3 : 모두 스타트업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거대 기술기업 재직자의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일하기 좋은 기업 설문(글라스도어)에서 처음으로 구글(11위), MS(21위), 페이스북(23위), 애플(84위)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신 룰루레몬, 줌(Zoom), 로빈후드 같은 스타트업 순위가 급상승.

· 스타트업은 높은 연봉에 스톡옵션과 보너스로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올해 신입연봉 1~3위를 차지한 업체는 차량공유업체 리프트, 어린이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디지털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였다. 세 회사는 신입에게 연간 스톡옵션 6만 4867달러(7271만원), 보너스 2만 2911달러(2568만원)를 지급한다.(3개회사 평균)
· 월스트리트저널은 "빅테크는 출산휴가나 입양수당 같은 복지제도가 강화됐지만, 성장에 따른 파격적 보상은 줄었다"며 "막대한 스톡옵션으로 큰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는 스타트업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② ‘정치적 올바름’ 투쟁도
· 구글(13만 5000명), 애플(14만 7000명), 페이스북(5만 8000명) 등 주요 IT기업의 직원수가 늘며 갈등 양상도 다양해졌다. 고용 안전성이나 급여·복지 등 전통적인 노무 문제보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기반한 가치관 충돌이 늘었다.
· 구글에선 지난해 12월 인공지능(AI)윤리 전문 연구자 팀닛 게브루 박사가 알고리즘 편향성을 지적한 이후 해고되자 3000여 명이 박사를 향한 공개 지지서한을 보냈다.
· 페이스북 직원들도 정치광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게시물 제재를 두고 경영진에 공개항의 서한 보내며 온라인 파업을 했다. MS에선 전쟁기술개발 참여 반대, 아마존에선 안면인식 기술 반대, 기후변화 책임 요구가 있었다.
· 포춘지는 "테크래시(Tech-Lash, 기술기업에 대한 반발)가 보편화되면서, 기업 내 직원 반발도 일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

실리콘밸리 신입연봉 상위기업. 레벨스 2020 연봉리포트.

실리콘밸리 신입연봉 상위기업. 레벨스 2020 연봉리포트.

5. 네이버·카카오의 숙제

한국 IT기업은 과도기다. 제도나 지향점은 실리콘밸리 수준이지만, 조직문화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 그간 변화를 주도해온 네이버와 카카오의 대응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 “더 투명하라” : 공정한 보상을 위한 전제조건은 투명한 정보공개. 이번에 네이버 직원들이 성과급 지급 기준을 공개하라고 나선 것은 ‘정보 비대칭’ 문제가 크다. 회사는 아는데 직원은 모르는 정보가 많다는 주장이다. 그간 네이버·카카오가 ‘우린 기존 대기업들과 다르다’고 강조한 만큼 직원들의 기대 수준도 높다.  이수운 네이버 노조 홍보국장은 “성과급 지급 기준이나, 경쟁사 대비 적정 수준인지에 대한 정보는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그저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만 한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 “잘 소통하라” : 창업자가 직접 나서서 직원들에게 주요 사안을 설명하는 건 긍정적. 하지만 소통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동국대 경영학과 성상현 교수는 "조직이 커지면 창업자가 회사문제를 한번에 해결해주는 시대는 끝난다"며 "해외 빅테크처럼 인적관리 조직을 세밀하게 운영하며 물질적 보상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구성원에게 성장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질적 보상이 높더라도 일하고 싶은 회사,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회사가 되지 못하면 훌륭한 인재를 계속  끌어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팩플팀 factp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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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콘텐츠는 3월 4일 구독자들에게 먼저 발송된 팩플레터를 옮긴 것입니다. 팩플레터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테크 산업계 이슈와 정책, 주목할 만한 비즈니스 트렌드를 입체적으로 살펴 보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 팩플레터를 구독하시면 구독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팩플 서베이와 팩플 퀴즈 등 다양한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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