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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 갱단 포개버린 중미 40세 '밀레니얼 독재자' 총선 압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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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선거가 열린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수도 산살바도르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선거가 열린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수도 산살바도르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미 엘살바도르에서 나이브 부켈레(40)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이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뿌리 깊은 조직폭력 문제에 단호히 대처해 지지를 얻었지만 권위주의적이고 포퓰리스트적인 통치 방식 탓에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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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쿠바 매체 아바나타임즈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의 신당 '새로운 생각'이 지난달 말 치러진 총선에서 56석을 확보했다. 총 84석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여기에 여당에 우호적인 국민통합대연맹(GANA)도 5석 이상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아바나타임즈는 전했다.

이로써 부켈레 대통령은 30년간 유지돼 온 우파 민족공화연맹(ARENA)과 좌파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의 양당 구도를 깨며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켰다.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선거를 주관하는 최고선거재판소(TSE)에 따르면 여당은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262 곳에서 약 200명가량의 당선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지자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지자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부켈레 대통령은 압승이 예상되자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역사를 쓰고 있다"며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선거는 2019년 6월 취임한 부켈레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지녔다.

살인율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엘살바도르에서 30대에 대통령이 된 그는 대대적인 '범죄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결국 집권 1년 만에 전국 교도소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조직폭력배를 잡아들였다. 이를 과시하듯 지난해 4월에는 속옷만 입은 수감자 수백명이 한 공간에 앞뒤로 밀착해 바닥에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산살바도르의 한 교도소에 속옷 차림의 수감자 수백명이 좁은 공간에 포개져 앉아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산살바도르의 한 교도소에 속옷 차림의 수감자 수백명이 좁은 공간에 포개져 앉아있다. [AP=연합뉴스]

부켈레는 또 닭장 같은 교도소에 수감자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는 모습을 직접 촬영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살인을 저지른 갱단원들이 남은 생애 내내 후회하도록 만들 것"이라면서다.

지난해 2월에는 무장한 군인을 동원해 국회를 압박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갱단과 대적하기 위해선 군·경 장비를 강화해야 하니 1억9000만 달러(약 2146억원)의 차입계획을 승인하라며 위협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엘살바도르 케잘테페케 지역의 한 교도소. 닭장 같은 형태의 교도소에 수감자들이 들어차 있는 모습을 부켈레 대통령이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엘살바도르 케잘테페케 지역의 한 교도소. 닭장 같은 형태의 교도소에 수감자들이 들어차 있는 모습을 부켈레 대통령이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이동금지령을 위반했다며 수천 명을 감금하기도 했다. 불법 감금이니 풀어주라는 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했다.

이같은 논란에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자 뉴욕타임스(NYT)는 "유권자들이 부켈레에 백지수표를 발급했다"고 논평했다. 법안 통과, 대법관 임명뿐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개헌까지 가능한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부패하고 무력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이 결국 '밀레니얼 독재자'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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